간디 학교의 행복 찾기
여태전 지음 / 우리교육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국제중학교 문제가 교육계의 또 다른 쟁점으로 되어 도마 위에 올라 있고 주변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자문하며 갈등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간디 학교의 행복 찾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답답한 사회분위기와 교육현실도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도 이제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버린 내게도 머잖아 닥칠 아이 교육에 대한 문제는 벌써부터 나를 옥죄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안학교'나 '홈 스쿨링'에 나는 막연하게나마 적잖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누구는 벌써 튼튼영어 한다는데?"라며 갓 돌이 지난 아이를 고문(?)하고 있는 한심한 부모들의 이야기에 대한 반발로, 말로는 "우리 아기는 내가 가르칠꺼야"라고  공언하며 아이 엄마 앞에서는 아이의 조기교육 문제에 대한 논란을 단 한 마디로 일축시키지만, 어디 그게 만만한 일인가? 내뱉은 말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보던 중에 '내가 과연 정규교육을 무시한 채 내 아이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의혹이 있었음은 사실이다. 그동안 착실하게(?) 정규교육을 받아온 나로써는 어쩌면 교사 '자격증'이 있는 이들이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한 논리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냉혹한 '승자독식'의 사각 링에 초반부터 아이를 밀어넣고 싶지는 않았다. 돌아보면 나 스스로도 중고등학교 생활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집단이 결국 '인성' 중심이 아닌 '적응' 중심의 사회인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본다면, 향후 내 아이가 들어가게 될 학교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하였다. 이러한 고민 중에 만나게 된 <간디 학교의 행복 찾기>라는 책은 내게 교육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준 고마운 책이다.  


 그동안 그 실험적 시도에 대하여 가타부타 논의가 분분하였던 '간디 학교'는 어느새 그 논란들을 잠식시키고 이제는 우리나라 '대안교육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러한 현재의 상징성이 그간의 간디 학교에 대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은 되지 못한다. 예전부터 '귀족학교'라는 미명하에 "대안학교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근본적인 회의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한 듯 저자는 대안학교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이나 일방적인 성토를 감행하지 않는다. 저자 나름대로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간디 학교를 평하려는 노력을 한 모습이 보인다. 
 
 우선, 저자는 '자율'을 강조하는 간디 학교에서 "입학을 하고 한학기를 논다"는 사실, 그리고 학생 스스로가 무언가를 깨닫는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 어떤 학생은 "간디 교에 와서 배운 것이 없다"는 비판을 스스럼 없이 하기도 했는데, 저자는 한 학생이 단순히 현 교육을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서 자율화되기 위해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그 단순한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또한 "간디 학교에서 배운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반면, 입시교육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점(간디 학교의 교장 양희규 선생은 대안교육이 입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입시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자율'을 빙자한 '나태함'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 선생들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정착하기 힘들거나 타 학교와 똑같이 매너리즘에 빠진다는 점 등의 문제점 또한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렇기에 간디 학교는 '완성된' 것이 아니며 현재도 '진행 중'인 학교인 셈이다. 이렇게 새롭게 트인 싹을 잘 가꾸어 약으로 삼을지 독으로 삼을지는 비단 간디 학교 관계자와 학생들, 그 학부모들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 교육의 구조적 모순은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간디 학교 사람들이 다른 점은 그들은 적어도 교육이라는 문제를 정부와 제도의 탓으로 돌린채 외면하고만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정말 그들 말대로, "비판만 하고 있기에는 우리 아이들이나 우리 자신에게 인생이 너무나 짧고 소중하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별 헤는 맘으로 없는 길 가려네

 사랑하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설레는 마음으로 낯선 길 가려 하네

 아름다운 꿈꾸며 사랑하는 우리

 아무도 가지 않는 길 가는 우리들

 누구도 꿈꾸지 못한

 우리들의 세상 만들어 가네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우리 알고 있네 우리 알고 있네

 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간디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꿈꾸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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