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게 있어 여행은 ‘휴식‘의 동의어나 유의어가 아니라,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 또 다른 자극이나 더 큰 고통에 가까운 행위가 아닐까? 환부를 꿰뚫어 통증을 잊게 하는 침구술처럼 일상 한중간을 꿰뚫어, 지리멸렬한 일상도 실은 살 만한 것이라는 걸 체감하게 하는 과정일수도, 써놓고 보니 피학의 민족 한국인답게 몹시) 변태적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나에게 가까운 진실인 것만 같다. - P15
그래서 나는 마음먹었다. 완벽을 완벽히 폐기하리라고. 지금이 아닌 언젠가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꿈꾸는 게 아니라, 그저 작은 빈틈을 찾아보리라고. 단 1퍼센트의 ‘공백‘이 주어지더라도 기꺼이 그것을 그러안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보리라고. 휴식이라는 행위에 어떤 완벽을 기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휴식‘과는 거리가 먼 개념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 P15
그렇게 말하는 Y의 말이 진실인지, 정말 열몇 살의 그때부터 내가 부커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작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오랜 시간 동안 나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내 삶을, 궤적을 누군가 믿고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웠다. - P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