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우리는 모임을 떠난 사람들이 불행하기를 내심 바라는지도 모른다. 자기는 어떻게든 버티며 남아 있는데 떠난 사람들이 행복하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떠난 사람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애써 불행을 연기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떠나는 사람들의 행복과 행운을 빌어주는 영화 장면이 늘 감동적인 것은 그게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 P120
1학년 때의 그 친구 말이 떠올랐다. 떠난 사람은 루저가 아니라 그냥 떠난 사람일 뿐이다. 남아 있는 사람도 위너가 아니라 그냥 남아 있는 사람일 뿐이다. - P122
대체로 젊을 때는 확실한 게 거의 없어서 힘들고, 늙어서는 확실한 것밖에 없어서 괴롭다. 확실한 게 거의 없는데도 젊은이는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조차 잘 모르는 채로 인생의 중요한 결정들을 내려야만 한다. 무한대에 가까운 가능성이 오히려 판단을 어렵게 하는데, 이렇게 내려진 결정들이 모여 확실성만 남아 있는, 더는 아무것도 바꿀 게 없는 미래가 된다. 청춘의 불안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 P137
"제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럴 때면 나는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작가가 되고 싶으면 계속 쓰면 되고, 되고 싶지 않으면 안 쓰면 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면 한번 열심히 해보려고요." 그 학생들은 ‘하고 싶음‘이 아니라 ‘할 수 있음‘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의 마음. 나는 누구에게도 답을 주지 않았다. 답을 몰랐고, 알아도 줄 수 없었다. - P141
사공 없는 나룻배가 기슭에 닿듯 살다보면 도달하게 되는 어딘가. 그게 미래였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온다. 먼 미래에 도달하면 모두가 하는 일이 있다. 결말에 맞춰 과거의 서사를 다시 쓰는 것이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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