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도 다 다르고 시기도 다르다. 그리고 물론 그 과정도 다 다르지만 나의 지리산 친구들의 기본 생각은 ‘더 많이 소비하기 위하여 삶의 대부분 시간을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노동을 하며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겠다. 긍정형으로 바꾸어 이야기하자면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삶을 누리겠다‘일 것이다.  - P123

나는 이 신비가 어디서 오는지 잠시 의아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서울에서의 내 삶은 거꾸로 너무도 비욕망적이라는 것이었다. 서울에서의 내 삶은 배가 고프기도 전에 무언가를 먹는 삶이었다. 나 개인의 고유한 상태와는 아무 상관없이 시계가 가리키는 대로 무언가를 입에 넣는 삶 말이다. 그리고 어딜 가든 먹을 것이 넘쳤다. 실은 나는 서울에서는 배고프지 않았다. 배고픔이 없는 음식은 일종의 놀이였는지도 모르겠다. 혹은 거짓 위안 같은 것 말이다. 거기에는 진정한 욕망과 진정한 충족이 어쩌면 제거되어 있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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