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바다 앞에 오래 서 있지는 않았다. 십분. 길어야 삼십 분. 허술한 기대로 바다에 간 여행객이 그렇듯, 멋쩍게 ‘자 이제는 슬슬......‘ 하면서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를 타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 P37

번잡한 감정들이 눈을 감아도 침전되지 않았다. - P42

바보 같지만 가끔 되풀이 하고 싶은 모든 소란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까.  - P51

사랑은 걷잡을 수 없는 정열일까, 견고한 파트너십일까. 둘 다일 수도, 둘 다 아닐 수도. 왜 사람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서도 부재를 느낄 수 있는지. 걔였는지 쟤였는지 이름과 얼굴은 지워졌어도 촉감과 온도와 음향, 아득한 형체로 남은 것들. - P51

갱신을 원한다면 모험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몰랐다. - P52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진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 인생을 반도 안 산 사람에게 어떻게 ‘도태‘되었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 596명이나 거기에 추천을 누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의아했다. - P70

하지만 맹희는 그 무해하게 아름다운 세상 앞에서 때때로 무례하게 다정해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런 마음이 어떤 날에는 짐 같았고 어떤 날에는 힘 같았다. 버리고 싶었지만 빼앗기기는 싫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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