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성년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여정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추구하던 성장과 변화를 마무리 짓는 최종 목적지 같은 시기라 생각하는 쪽이 편했다. 형보다 더 나이 든 사람이 된 지금이 이상하고 부자연스럽다. 어릴 적 올라가서 놀던 나무보다 키가 더 커지면 이런 느낌일까. 그러나 이제는 내 삶이 지금 보이는 지평선 너머까지 뻗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의 관록은 갖추게 되었다. 삶은 휘청거리고 삐걱거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테고, 그 방향을 나 스스로 잡는 편이 낫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시 말해 내 삶은 여러 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그 말은 현재의 챕터를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 P305

빈센트의 <붓꽃>을 보고 있자면 가난과 자신을 괴롭히는 상념들에서 벗어나 그 생기 넘치는 단순함 속에서 영원히 살고 싶은 화가의 염원이 느껴진다. 그러나 몸을 돌려 우리 앞에 놓인 것을 직면해야 하는 시간은 오고야 만다. 빈센트의 이야기가 슬픈 것은 그가 삶을 살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보다 운이 좋다는 사실에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감사하다. 내 이야기는 행복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P315

"그런 다음 은퇴를 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갈 거야. 가나에 있는 마을인데 우리 어머니의 고향이지. 거기서 뭘 할 거냐고? 잠에서 깨면 어부들이 뭘 잡았는지 보고, 마음에 드는 물고기가 있으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사지 않을 거야. G구역에 있는 윈슬로 호머 그림 알지? 뗏목 위에 누워 있는 흑인. 뗏목 주변으로 상어들이 빙빙 돌고 있고, 저 멀리서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지만 그 사람은 이미 최악을 경험한 사람이라 그냥 이렇게 하고 편히 쉬고 있잖아." 조셉이 그의 포즈를 따라 하며 말한다. "그게 바로 나야. 너무 오랫동안 안전하게만 살아왔어. 케세라 세라 Que sera, sera하지만 우리 젊은 친구, 패밀리 맨, 자네는 세상으로 나가서 큰돈을 벌어. 혹시 그렇게 못 한다 하더라도 뉴가 뭐라 하겠어?" - P316

디테일로 가득하고, 모순적이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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