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를 느끼면서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를 핥기보다 상처 입힌 사람에게 침 뱉기를 택했기 때문에 상수는 자신의 애정과 박탈감, 패배감을 더욱고통스럽게 확인해야 했다.  - P25

경필은 답답하다는 얼굴로 담배를 빨았다. 이해가 가서더욱 답답했다. 같은 남자지만, 정말 남자들이란 어쩌면이렇게 목적만 뚜렷하고 수단이라는 게 없을까? - P33

수영이 그렇게까지 생각할 게 뭐냐고, 사람들 남의 일에 그렇게 관심 없다고 말했지만 종현은 차갑게 웃었다. "남의 일이라서 더 젊인하고 적나라하게 벌거벗기는 게 사람들이에요. 자신과 다를수록, 위가 아니라 아래에 있을수록 더 뻔뻔하게, 무자비하게."  - P116

술병이 모두 비었지만 창밖은 더욱 어둡고 고요하기만했다. 방 안에는 희미한 술냄새와 빗물 같은 눈물 냄새가났다. 두 사람은 어깨를 기댄 채 앉아 있었다. 곧 휩쓸려갈 해변의 모래 더미처럼. - P125

바닥에 바닥이 없다면 추락에도 끝이 없다. 한번 끌려가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끌려다녀야 한다. 아무것도 없어질 때까지, 탈탈 털려 가면서 가진 것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가지고서 버텨내야 한다. 악착같이 붙들고 버텨서 차라리 뺏길지언정 순순히 내줘서는 안 된다. - P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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