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삶엔 스스로를 위한 시간이 한순간도 없었다. 어머니뿐 아니라 딸인 버들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언젠가 시집가 버리면 그만일 딸들은 부모와 남자 형제들을 의해 희생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다. 하지만 포와에선 결혼한 여자들도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포와는 낙원이었다. - P20

자식들이 이길 수 없는 상대에게 원한을 품지 않도록 하는 게 윤 씨 목표였다. 그 뒤 윤 씨는 강 훈장이나 아들의 죽음을 절대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런 어머니가 스스로 의병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내는 조선이 웬수다. 힘없는 나라 때민에 남편도 잃고 자식도잃은 기라. 포와는 조선이 아이니까 지킬 나라도 없을 거 아이가. 거 가서는 오로지 느그 생각만 하면서 신랑 얼라 놓고 알콩달콩 재미지게 살그라. 그기 오직 내 소원이다."
어머니 말대로 조선은 힘이 없었다.  - P37

버들은 벌떡 일어났다. 개성 아주머니 말처럼 다지나간 일이고, 줄리 엄마 말처럼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다. 맞다. 어떤 상처도 세월을 이기지 못한다. 아버지와 오빠를 잃어 본 버들은 그 사실을 알았다. 태완의 첫정도 세월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언젠간 어깻죽지의 흉터처럼 희미한 자국이 돼 버릴 것이다.

- P128

만일 정호가 없다면, 버들은 생각했다. 자식의 존재는 남편과또 달랐다. 태완 없이는 그럭저럭 살고 있지만 정호가 없다면 살험과 이유도 사라질 것 같았다.  - P301

한인들과 미국인들은 나이뿐 아니라 이름을 적는 방식도 달랐다. 자기 이름보다 성을 먼저 쓰는 한인들은 개인보다 가족을, 가족보다 나라를 우선으로 생각한다.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 말이다.) 날짜를 표기할 때도 연도가 먼저다. 오늘보다 과거나미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 같은 사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
- P336

"세상에 멋진 싸움이라는 거이 없다."
아버지의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P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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