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화란 뭘까? 나와 남, 우리와 남을 가르는 행위다. 내가 동일시하고 공감하는 우리와, 내가 멀리하고 싶은 남을 구분한 후, 남을 우리의 울타리 바깥으로 밀어내는 행위다. 그다음에 담장을 한층 더 높이 친다. 그때부터 남의 일은 나와 무관해진다. - P9
어느 인류학자는 서양인은 목적 지향적이고 동양인은 관계 지향적이라고 했는데,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현대 한국인은 ‘이해관계 지향적‘ 이라고. 잘해줘 봤자 즉각적인 이득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남은 무성의하게 대해도 되는 분위기이다. 과거에 우리가 얼마나 인심이 좋았든 이것이 현재 우리의 자화상이며, 우리 사회가 이민자, 난민, 성소수자 등 소수자나 약자를 바라보는 평균적인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 P13
"우리가 믿는 건 신도 아니고, 국가도 아니고, 가족, 친구, 학벌, 돈, 부동산, 성공도 아냐. 이 모든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건 ‘세상은 안 변한다‘는 믿음이야. 어차피 나 혼자 애쓴다고 변하는 건 없으니 남들 따라 편하게 적당히 즐기다가자는 주의, 복잡하고 골치 아픈 사회문제는 나에게직접적으로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최대한 외면하는도, 뭔가 바꿔보려는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잘났길래’라며 멸시하는 반응, 모두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이 믿음에 기반하는 거야…." - P40
누군가는 말했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온갖 문제점을 알지만 그 시스템에 너무 젖어 있어서, 지구의멸망은 상상할 수 있어도 자본주의의 멸망은 상상하지 못한다고, 상상력이 부족하면 변화에 회의적으로반응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세상이 하루아침에 변할까 봐 가장 두려운 듯하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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