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은 대단히 개별적인 것이다. 이 개별적인 경험이나 해석을 담은 사진이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시대적 상황, 그리고 그 시대의 요구를 읽어 내는 지적 능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단지 감성만 자극하는 사진은 이성을 배제한 말초 신경의 자극일 뿐이다. - 36
사진이 존재 증명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되면 그 오류의 폭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사진가는 세계를 직사각형의 파인더 속에 밀어 넣으면서 무엇을 강조하고무엇을 뺄 것인가를 알게 모르게 정하며 셔터를 끊게 된다. 이때 셔터를 끊는 행위가 곧 그가 본 세계를 자신의 사유의 틀 속에 가두어버리는 행위이다. 존재 증명이자다시 관념 증평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사진의 숙명이다. - 40
"들숨에 생명 있고 날숨에 죽음 있다."
대개 인간의 행위는 날숨으로 한다. 부처님 말씀대로라면 날숨은 죽음의 숨이다. 노래를 한다거나 피리를 분다거나 모두 날숨으로 한다. 죽음의 숨으로 하는 것이다. 창조적 행위나 파괴적 행위 역시 날숨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모두 죽음의 숨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감추어진 욕망을 표출하는 것이다. 생명의 숨인 들숨으로 표현하는것이 아니라, 죽음의 숨인 날숨으로 참의 추구와 거짓된 욕망의 표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 52
사진가는 대단히 개인적이고 개별적인 직관을 훈련하고, 그 직관을 통해 사물의 뇌수를 즉발적으로 카메라에 담아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사물의 뇌수란 ‘사물의 본질’, 또는 그 ‘본질의 의미’를 말하며, 사진에 담아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의 질문일 수도 있고, 답일 수도 있다. -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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