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아프거나 슬플 땐 망설임 없이 일을 쉬고 싶다. 갑자기 일을 멈춰도 큰일 나지 않는 삶을 상상한다. 도저히 힘을 내기 어려우면 얼마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괜찮도록 말이다. - 42
청소는 집에게 올리는 감사의식 같은 거다. - 52
복희는 맞은편에 앉아 내 모든 얘기를 들어주었지만 정신은 딴 데 가 있는 듯했다.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자기 인생을 손에 쥐고 있지 않은 사람의 얼굴같았다고, 이제 와서 나는 생각한다. - 98
한강을 따라 지친 얼굴로 퇴근하는 얼굴을 보면 그의 낮 시간을 상상하게 된다. 홀로 걷는 저녁이 꼭 필요할 만큼 낮이 고단했을지도 모른다. -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