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든 이야기 예술의 본령은 문학이라고 믿는다 이야기가삶에 대한 은유이자 인간을 총체적으로 규명해내는 작업이라면, 인간과 삶과 세계를 한계 없이 은유해낼 수 있는 장르는 문학뿐이다. - 59
나는 기본적으로 대중적 정서의 방향이 제시된 이야기에는 욕망을 느끼지 못한다. 행복이라는가, 평범한 일상이라든가. 아름다운 연인의 완벽한 사랑이라든가, 도덕적이고 고결한 삶이라든가.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운명의 변덕에 휘둘린 불운한 인간, 최선을 두고도 파멸로 치달아버리는 어리석은 인간, 욕망에 눈멀어 자신을 내던지는 무모한 인간,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지키고자 하는 것을 기어코 지켜내는 인간, 추하고 졸렬한 민낯을 드러낸 야만적인 인간, 죽음 앞에서 분노하고 두려워하는남루한 인간……. - 63
소설은 그저 현실도피용 도구가 아니다. 낯선 삶, 우리가 경험한 적이 없는 삶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적극적으로 살아보게 하는 모험적 도구다. 이 경험은 세상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확장시킨다. ‘시각의 확장‘이란 몰랐던 가치에 대해 눈을 뜨는 것이며, 이 개안은 이해할 수 없었던 삶의 속성을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여기에서 이해란, 관용이 아니라 ‘앎’을 뜻한다. 앎은 새로운 깨달음이고, 이것은 우리를 완전히 다른 삶으로 이끌기도 한다.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개인의 삶 혹은 삶에 대한 시각을 바꿀 수는 있다고 믿는다. - 64
상투성은 형식이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게으름이 만든다. 그 세계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어디선가 봤거나 들었던 이야기를 끌어들이는 거다. 그래서 공부가 중요하다. 아는 바가 없어서는 글을 쓸 수가 없으니까. 맥키는 독창성이 관습을 파괴하거나 무시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이야기를 증명하는 방식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형식과 관습이 같은 말인 것도 아니다. 어떤 것이 관습이 되었다면 그것이 애초에 말이 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 원칙을 알아야만 변주가 가능하다. - 69
작가는 자기가 믿는 바를 써야 한다. 물론 그 믿음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끊임없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편향된 시각을 가진 것은 아닌지, 철저한 자기검열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건강해야 한다. 정신은 물론 몸과 가치관, 세계와 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 모두. -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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