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다식한 경제학자의 프랑스 탐방기 - 아들이 묻고 경제학자 아빠가 답하는 아주 특별한 수업
홍춘욱 지음 / 에이지21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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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저자가 썼던 경제서적과는 다른 종류의 책이라서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여행기'가 아닌 '탐방기'로 제목을 단 것으로 보아, 목적이 여행 자체보다는 무엇을 알아내기 위한 방문으로 읽혔는데, 그것은 아들과 함께한 여행이었으나 아들의 물음에 답을 했던 주제로 추후 다시 글을 썼기 때문이었다. 아빠가 중2 아들과 여행을 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아들이 호기심과 궁금증이 이리 많다니, 그리고 아빠가 그걸 답해주기 위해 노력한 결과를 이렇게 책으로 엮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많은 질문들 중에 일부를 선정하고 그것을 써나갈 내용에 맞게 재편한 것일테지만, 프랑스의 도시 형성, 파리의 높은 지가, 베르사유궁전의 화려함, 도시마다 위치한 상징적인 성당, 그림, 프로방스 지방 도시의 위치, 파리의 맛집, 유색인종(외국인)의 노동 분야 등 흥미로운 주제로 엮여 있고, 이러한 주제에 대해 역사적 배경과 비교를 통하여 쉽게 설명해준다. 읽다보면 설명이 무척 매끄러워 당연하게 느껴지는 대목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깊이의 낮음을 비판할 정도는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목차에 역거된 11가지 질문 중 즉시 대답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었는지, 저자처럼 설명을 할 수 있을지를 자문해보면 그런 비판이 불필요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2015년 말 예전 직장을 그만두고 큰아들 채훈이와 프랑스 여행을 계획하면서 많은 역사책을 읽었습니다.

파리의 주택난과 비싼 주거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의 신도시 건설을 주장하는 쪽도 있지만, <르몽드>지 칼럼니스트는 정반대의 입장입니다. ‘파리는 누구도 손댈 수 없는 박물관입니다’라는 말 속에 숨어 있는 파리 시민의 자긍심을 감안하면 대대적인 주택 건설은 힘들어 보입니다. - 45

유럽은 알프스 산맥과 피레네 산맥 등 아주 큰 산맥이 각 지역을 갈라놓는데다 다뉴브 강, 라인 강, 엘베 강처럼 거대한 강이 여럿 존재하며 각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런 지리적 특성상 여러 개의 중심권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와 같은 다(多) 중심성이야말로 중국 문명과 달리 유럽이 여러 개의 나라로 분열된 원인이라고 봐야 합니다. - 71

중국이 아주 적은 생산량 증가를 위해 많은 노동력을 투입하는 동안 영국에서는 전혀 다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원래 인구가 적고 1인당 소득도 높으니 저축 수준도 높습니다. 이처럼 높은 소득수준은 ‘기계’ 투자의 저항감을 낮춥니다. 왜냐하면 사람 몸값이 비싸니까 대신 기계를 써서 고용을 절약하는 게 남는 장사가 되기 때문입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로버트 앨런 교수는 왜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는가를 설명하려면, 영국의 발명가들이 많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하는 기계를 만드는 데 몰두했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증기기관을 비롯한 값비싼 기계는 노동을 절약할 수 있었죠. 워낙 영국의 인건비가 비쌌기에 기계는 충분히 값을 했습니다. 반면 베이징에서는 이익이 나지 않습니다. - 97

중국은 인건비가 싸고 사람도 넘치니까 웬만한 일은 그냥 사람을 쓰는 방향으로 갑니다. 반대로 영국은 사람도 적고 인건비도 비싼 편이니 인건비를 절약하는 종류의 기계를 사용하는 데 거침이 없고. 특히 영국은 발명 특허권이 잘 발달되어 있어 발명가가 큰돈을 벌 수 있었다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 97, 98

중국산 도자기 못지않게 자신의 ‘감식안’을 드러내는 방법은 미식이었습니다. 지금 마시는 와인이 어디에서 생산된 것인지, 요리가 어떤 면에서 독창적인지 파악하는 것은 상류 계급 사교의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미쉐린 가이드 덕분에 더욱 확대되고 재생산되었습니다. -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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