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라기 -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수신지 지음 / 귤프레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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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후의 인간 관계 변화는 매우 복잡하다. 한국사회에서 결혼은 개인 대 개인이 아닌, 가정 대 가정(집단 대 집단)의 결합이 분명하다. 단순히 남녀에 따른 이분적 구조만이 아니라, 시댁과 친정, 같은 여자라도 그 안에서의 차별이 존재하는데, 둘이 좋아 연애할 때는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댁이라는 거대한 구조가 결혼 이후에야 비로소 드러나게 되고, 연애할 때는 그렇게 잘 대해주던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어서야 비로서 가부장적 남성성을 드러나게 되니, '며느리'로 그 거대한 구조 속에 뛰어든 사람의 혼란이야 얼마나 클 것인가. '누구나 다 그렇다', '예전에는 더 했다'며 그냥 흘려보낼 것은 아니다. 너무나도 답답하고 안타까운 민사린의 이야기는 우리 삶에 구체화 되어 이미 스며들어 있다. 


요즘 추세에 맞추어 속 시원하게 시댁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며느리의 이야기로 진행해도 재미있었겠지만, 어느 한편만을 조명하지 않고, 민사린과 관계를 맺은 다른 이들도 꼼꼼하게 다루었다. 민사린으로 대변되는 며느리들의 현실적인 이야기에 공감하도록 하면서,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작가의 의도가 돋보인다.

"괜찮아요. 저 사과 안 좋아해요."
"그래도 여기 남은 거는 먹어라. 아깝잖아. 너랑 나랑 한 개씩 먹어치우자." - 61

"돕는다고? 나를?"
응... 왜?
"구영아 나는 할아버지 얼굴도 본 적 없거든. 내가 너를 돕는거라고 생각되지 않니?" - 187, 188

혜리 씨는 설거지를 했을까?
"고민이 설거지라니, 시시하다." - 233

내가 나를 지키지 못한 순간들이 자꾸자꾸 떠오르는걸. 어떡하지? -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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