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약속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중반까지는 불명의 누군가로부터 예전에 한 약속의 이행을 재촉당하는 미스테리의 형식을 유지하면서 꽤 몰입할 수 있는 전개를 하고 있다. 안정적으로 새로운 현실에 정착한 주인공의 회한과 고뇌도 잘 묘사되어 있다. 예상 밖의 반전이나 결말은 없지만, 그래도 한번 읽어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소설이다. 


결말이 아쉽다는 평들이 많은데, 내가 아쉬웠던 점은 기막힌 반전이 없다는 점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무모한 약속의 댓가인 범죄자에 대한 응징이 새로운 범죄를 유발하는 것이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 선과 악의 불명확한 구분, 자신의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과 같은 상황에서 독자들에게 제시해줄 수 있는 작가만의 독특한 관점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야기가 그냥 전개되고 마무리될 뿐, 결론적으로 작가가 왜 이런 구성과 스토리라인을 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통찰이 결여되어 있다.   


반전을 거듭하고 현란하고 기교넘치는 볼거리들이 즐비한 현 상황에서, 소설 속 서사만으로 독자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이미 독자들의 기대는 글자를 통해 읽게 되는 작가의 상상을 훨씬 넘어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기막히고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이 아니라, 작가의 관념과 통찰을 통하여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줄 수 있는지가 소설이 계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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