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라이프 -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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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려면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이러한 생각은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나 또한 어디서부터인가 듣고 스스로 계속 되뇌임에 따라 형성된 것일텐데, 이 생각에 대한 레퍼런스라 할만 한 책을 발견했다. <굿 라이프>는 행복에 관한 흔한 오해들을 바로 잡고, 행복이 강도(intensity)가 아닌 빈도(frequency)이며, 달성해야 할 추상적인 무엇이 아니라 지금 바로 내 앞에 펼쳐진 상황에 대한 구체적 인식임을 밝혀준다. 


제목에 굳이 '행복'이라는 단어를 넣지 않고 '굿 라이프'라고 한 점에 대해서 저자는 행복을 '순간의 기분'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성이 아닌 '삶'의 행복임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행복 자체가 삶의 목표가 아니라 행복은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관점 혹은 태도임을 강조한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행복의 의미를 밝히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금방 성과가 나오거나 돈이 되는 연구는 아니어서, 이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주로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독자들은 그 책의 번역서를 읽음으로써 행복이라는 이러한 시각이 외국에서나 통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최인철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풀어낸 이 책은 '행복'이라는 용어를 접하면서 생기게 되는 오해를 비롯하여, 우리가 행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책의 구성에서는 행복의 추구가 결국 어떠한 삶을 완성해 갈 것인지를 행복한 삶, 의미 있는 삶, 품격 있는 삶이라는 세 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행복을 제대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삶을 의미 중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살아야 한다는 1부와 2부에 이어, 3부에서는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십계명을 제시해준다. 1, 2부가 총론이라면, 3부는 구체적인 각론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를 위한 십계명'과 같은 to do list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을 해체하여 10가지로 유형화하였으니, 이 중 몇 가지라도 실천해보며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행복의 의미를 밝히는 것은 매력적이지만 금방 성과가 나오거나 돈이 되는 연구는 아니어서, 이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주로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독자들은 그 책의 번역서를 읽음으로써 행복이라는 이러한 시각이 외국에서나 통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최인철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풀어낸 이 책은 '행복'이라는 용어를 접하면서 생기게 되는 오해를 비롯하여, 우리가 행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어떨 때 행복하다고 느끼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학자라면 자기 연구만을 소개하기보다는 전공 분야의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해서 독자들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하는 것이 마땅하"고, "학자에게 최고의 행복은 자기 데이터로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일텐데, <프레임>에 이은 <굿 라이프>는 저자에게 스스로 밝힌 학자의 책무와 기쁨을 부여해주는 결과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순간의 쾌락 정도로만 오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감정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오해한 나머지 이미 충분히 즐겁고, 호기심이 충만하고, 삶의 고요함을 누리고 있으면서도 행복하지 않다고 불안해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 성공을 포기해야만 찾아오는 것이라고 오해한 나머지, 행복해지는 것을 주저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이 유전의 산물이기 때문에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냉소주의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생존과 번식만이 인간의 궁극적 목적이라는 진화심리학의 논리 앞에서 쩔쩔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을 철저하게 마음의 문제라고만 생각한 나머지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것을 등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은 도덕이나 윤리와는 무관한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타인의 행복을 해치면서까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품격 없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10, 11

쾌락은 생물학적이고 의미는 문화적이다. 쾌락은 현재에 집중할 때 경험되고, 의미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나이가 들면 쾌락보다 의미가 중요해진다. - 14

많은 연구는 우리가 충분히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로 ‘단 하나의 옳은 길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직된 사고를 꼽는다. 예를 들어 가능한 행동의 선택지를 극소수로 제한해놓은 문화, 다시 말해 엄격한 행동 규범이 존재하는 문화의 구성원들이 느슨한 문화의 구성원들보다 낮은 행복감을 경험한다. 개인적 자유가 억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행복한 감정을 경험하기 위해서 ‘행복’이라는 어떤 특수하고 개별적인 감정을 경험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던 경직된 사고가 우리의 행복을 억압했을 수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만족하고 이미 감사하고 이미 고요하고 이미 즐거우면서도, 여전히 행복이라는 파랑새 같은 감정을 경험해야만 한다는 숙제를 안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 37, 38

관심 있는 마음 상태는 결코 피상적이거나 얕은 감정 상태가 아니다. 관심은 사랑과 예술과 과학, 그리고 모든 문화적 활동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다. 관심이 행복이라고 이해하는 한, 행복은 결코 피상적일 수 없다. - 41

소득이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서 행복이 늘어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사람들이 늘어난 소득으로 행복에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을 사는 데는 인색하고, 행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소유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 116

경험은 우리를 비교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경험의 삶이 곧 무소유의 삶인 이유는 무소유의 본질이 소유가 유발하는 비교로부터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소유를 모두 버려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무소유의 삶이 부담스러운 우리에게 경험의 삶은 아주 좋은 대안이다. - 119

유도 채점 방법과 올림픽 국가 순위 방식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행복은 긍정 정서 대 부정 정서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달려 있다(Happiness is the Frequency, Not the Intensity, of Positive Versus Negative Affect)」라는 논문 때문이었다. 아무리 강한 자극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 자극에 적응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행복 혹은 불행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쩌다 한 번 강한 자극을 경험하는 것보다는 소소한 즐거움이라도 자주 경험하는 것이 행복에 유리하다.
만일 이 행복 원리가 사실이라면, 행복한 사람들은 금메달 수보다 총 메달 수를 중시하는 집계 방법을 더 선호할 것이라는 가설이 가능해진다. - 131

심리학자 에릭 클링거(Eric Klinger)의 말처럼 "인간의 뇌는 목적 없는 삶을 견딜 수 없다(The human brain cannot sustain purposeless living)." - 153

인간의 마음속에서 현재는 쾌락의 시간이고, 미래는 의미의 시간이다. - 186

행복은 성공을 포기하는 대가가 아니다. 성공과 성취를 행복의 장애물로 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한 의미 있는 성취를 통한 유능감, 자부심, 고요함을 경험하기 어렵다. - 194

우리의 생각이 잘 바뀌지 않는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의식이 바뀌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가 어울리는 사람들이 바뀌었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이다. 아직도 그때 그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면, 그의 생각은 아직 그대로일 가능성이 높다. - 229, 230

관계의 지리적 편중과 의식의 편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만나는 사람과 삶의 공간을 바꿔야 한다. 결심만으로 의식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현대 경영의 구루(guru)이자 사상적 리더인 오마에 겐이치(Omae Kenichi) 역시 인간을 바꾸는 세 가지 방법으로 공간을 바꿀 것, 만나는 사람을 마꿀 것, 그리고 시간을 바꿀 것을 제안한 바 있다. - 231

냉소적 불신이 가득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늘 기분이 좋지 않다. 우울을 경험할 가능성도 높다. 한마디로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그뿐 아니라 냉소주의자의 특허인 적대적 태도, 공격성, 분노는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냉소적 불신은 치매 가능성까지 높인다. - 240

불량볼트 하나가 우주선 사고의 원인이 되듯이 때로는 아주 미세한 원인들이 대참사를 빚기도 한다. 그런 직접적이고 미세한 원인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그 사건을 집요하게 들어다봐야 한다. 그런데 불행히도 ‘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후견지명의 착각은 우리에게서 사고(思考)의 집요함을 빼앗아간다. - 252

생명력 있는 글이 좋은 글이고, 생명력 있는 삶이 좋은 삶이다. 생명력이 있는 글이란 불필요한 부사(副司)가 많이 쓰이지 않은 글이다. 미국의 작가 스티븐 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덮여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adverbs)"라면서 불필요한 부사의 남발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작가가 자신의 주장에 자신이 없을 때 불필요한 수식어를 남발하게 된다. 부사를 내세워 자기주장을 정당화하려고 한다. - 262

좋은 삶도 그렇다. 불필요한 부사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사는 인생은 생명력이 없다. 필요 이상의 권력, 부, 명품, 이미지 등이 인생의 부사들이다. 글에서 부사를 한번 남용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부사의 수가 늘어나듯이, 인생의 부사에 의지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그 수가 늘어난다. 결국 생명력이라곤 전혀 느낄 수 없는 그저 그런 글과 그저 그런 삶이 되고 만다. - 263

유연한 삶이 곧 타협하는 삶은 아니다. 삶의 복잡성에 대한 겸허한 인식이고, 생각의 다양성에 대한 쿨한 인정이며, 자신의 한계에 대한 용기 있는 고백이다. 확신을 갖되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품격이 있는 삶이다. 아무리 옳은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지나친 확신으로 타인을 몰아붙이는 것은 타인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궁극적으로 상대의 행복을 위협하는 행위다. -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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