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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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고 싶어 이책 저책을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책이다. 독자들평도 좋은 것 같았고, "진범은 따로 있다"라는 띠지의 문구가 상상하기 힘든 반전의 예고처럼 보여, 간만에 괜찮은 추리소설을 보게 된다며 기대를 많이 하며 책장을 넘겼다. 작가의 문체도 내가 좋아하는 류이고, 인물의 관점을 달리한 서술, 인물의 심리묘사,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설명 등 뭐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데, 뭔가 많이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딸과 아내의 죽음을 추적하는 아빠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딸과 아내의 부재의 상황에 처한 남자의 비참함이나 우울함, 범인을 찾기 위해 추적을 시작하는 비장함 같은 것들이 다른 추리소설에 비해 상당히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리소설이라는 장르가 요새 너무 자극적이어서 이 소설에서의 사건 전개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느꼈는지, 반전을 기대하는 마음에 스토리나 결말이 미치지를 못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소설의 중반을 넘어서자 초반에 의문을 품은 채 긴장하며 읽던 마음이 첫장을 펼 때의 기대와 함께 슬슬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스릴러라기보다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소설이었다. 

오려내듯 딸만 사라진 일상 속에서 그 아픔을 이기는 방법이라고는 자신을 고통에 몰아넣거나 화석처럼 굳어져 무감각해지는 수밖에 없다. 아내는 자신의 몸을 괴롭혀 암세포를 키웠고 우진은 거북의 등껍질처럼 딱딱한 방어막을 만들고 안으로 숨어들었다. - 47

죽음은 한 번으로 끝나는 상황이 아니라 매일 매 순간 밀려들고 반복되는 무간지옥의 시간이다. 고통의 파도는 죽을 때까지 그의 뺨을 후려갈길 것이다. - 47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달라졌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 216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
어느 때로 돌아가든 답은 같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는 것은 없다. - 377

누군가 그랬다.
우리가 사는 이곳이 지옥이 된 이유는 악마들이 나쁜 짓을 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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