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연예인 거북이 만동화 문고
소중애 글, 민승기 그림 / 거북이북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아니, 꿈은 무엇이었나요? 최근에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나요?

 

나도 제법 나이가 들었는지 어느 순간부터 이 질문을 하는 사람이 없다. 가끔 "꿈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은 받았지만 "꿈이 뭐냐?"는 질문은 이제 나의 삶에서 자취를 감춰 버린지 오래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신체적으로 불편한 것들이 생긴다는 의미가 크지만 무엇보다 이렇게 꿈이 작아지고, 작아져 '펑!'하고 터져 버리며 소멸되어 버리는 일인 것 같다. 아직도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평범한 일상이라도 유지하고자 하루 하루 살아나가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고 보면 가슴속에 '꿈'이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젊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린 시절에 '장래희망'을 써야 하는 공란에 선생님, 의사, 변호사라고 쓰며 아주 거창한 꿈을 꾸며 부모님의 흐뭇한 웃음속에 밝은 미래를 꿈꿨었으나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어른이 되기도 전에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럼 '연예인'이라는 꿈은 어떨까.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현대에 들어 생겨난 것이지만 학교에 제출했던 '장래희망'란에 '연예인'이라고 썼을 때 내버려둘 부모는 많지 않을 것 같다. 나도 내 아이가 "연예인이 되고 싶어요"라고 한다면 뜯어 말릴테니까.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고 거기에 이르는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알기에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것이지만 보다 안정된 직업을 가지질 원하는 부모의 마음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한별이처럼 한 아이의 꿈을 짓밟는 결과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모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엄마, 아빠 몰래 가수의 꿈을 키우는 한별이의 가정이 보통의 평범한 집안의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별이가 다정이와 함께 무대에 올라 '거위의 꿈'을 부른 모습을 본 엄마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지한 자세로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별이의 꿈을 응원하기로 마음 먹는다. 이것은 "나도 연예인"에서 만들 수 있는 행복한 결말이다. 아이들이 오디션에 붙어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계속 성공해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오디션에 떨어져 가슴 아파도 그 결과에 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은 훗날 아이들이 꼭 꿈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독자들도 원하는 결말은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꿈을 이루는 것이다. "나도 연예인" 이 책은 연예인이라는 꿈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꿈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이들을 위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며 가슴 벅찬 감동을 전해준다. 말을 더듬던 기쁨이는 이제 더듬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을까. 가난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다정이는 가수가 되었을까. 모든 조건을 다 갖추었지만 열정이 부족한 보라는 이제 연기가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을까. 궁금한 것이 많다. "비비스타스쿨"에 적을 두고 방송에 출연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 찬드라, 혜리, 김스톤, 기쁨이 등은 지금도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기에 세상을 향해 "나도 연예인이다!"라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그래,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어도 어때, 너희들은 가슴속에 꿈을 품고 있기에 당당하게 그렇게 연예인이라고 소리질러도 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팬티 인문학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속옷 문화사 지식여행자 10
요네하라 마리 지음, 노재명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팬티 인문학"을 읽기 위해서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인데, 책 제목을 이렇게 지어 놓으니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얼굴은 학자처럼 학구열에 불타고 있는 듯 심각하게, 손에는 펜이라도 하나 잡고 책장을 넘겨야 할 것 같다. 밤에 읽는다면 더 없이 집중이 잘 될 것 같은 책(?) 아니, 아니 분위기가 그렇다는 것이지 책 속에 담겨져 있는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한가지 살짝 귀띔하자면 그녀의 책들 중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책이었다는 것은 말해줄 수 있다.

 

속옷은 개인의 위생을 위해, 미를 위해 입는 것이지만 하나의 학문으로 다뤄도 될만큼 그 존재 의미가 깊다. 이를 '역사'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우리네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누구나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팬티 인문학"이라, 속옷 문화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꼭 필요한 일인지를 물어보기 전에 그보다 속옷 문화에 대해 떠올려 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나도 후자에 해당되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은 '속옷 문화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거기다 저자가 요네하라 마리인 것을 보고 "역시, 그녀 밖에 이 책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라고 생각했다. 

 

요네하라 마리가 누구인가. 그녀는 어렸을 적부터 남달랐지 않은가. 유치원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상을 보며 "저 아저씨가 입고 있는 것은 훈도시"라고 소리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미 그 때부터 그녀의 손 안에서 "팬티 인문학"에 대한 글은 시작되었다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팬티가 이 세상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시대에 태어난 나는 휴지가 없이 화장실을 오가며 볼일을 끝내면 그대로 바지를 올리고 나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조차 없는데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여기에 얽힌 이야기들은 상상속에서 도저히 그려낼 수 없어 곤혹스러웠다. 그래도 가까이에 일본이 있어서 '훈도시'에 대해서만은 그 이미지를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었으나 이 '훈도시'의 종류도 여러가지여서 타인의 은밀한 곳을 보지 못하는 답답함은 책을 덮은 뒤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팬티 인문학'을 읽으면서 책 속에 언급한 속옷들 모두를 자세하게 그림으로 볼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도저히 달래지지 않는다.

 

이 책에는 여러 책들에 실려 있는 글을 인용하거나 타인의 이야기들을 묶어 놓은 글들이 많은데 처음에는 책 속에 언급된 타인의 글들이 요네하라 마리, 그녀의 경험을 적어 놓은 글인줄 알았다. 책 속에 담겨진 글 중에서도 특히 내가 가장 유심히 본 글이 있다면 처음에 나오는 '40년 동안 품은 수수께끼'였는데 속옷의 은밀함은 알몸에 대한 수치심을 가리는 기능도 하지만 화려한 속옷을 입었을 때 '성'에 다한 자유로움을 발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지금 시대에나 옛 시대에나 공통된 사항인 모양이다. 인류 최초의 속옷인 무화과나무 잎으로 부끄러운 곳을 가리기 시작한 이래 속옷은 남녀의 사랑에 결코 소월히 할 수 없는 부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은밀한 곳을 가려주는 속옷이기에 발달과정을 밝혀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인데 내 앞에 놓여 있는 요네하라 마리의 "팬티 인문학"을 대하고 보니 그녀의 세상을 아우르는 지식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그 방대함에 당장 무릎 꿇게 되고 만다. 그녀의 책을 대할 때마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늘 가슴 아프게 했으나 이 책은 특히 나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에필로그에 담겨진 그녀의 글을 보면서 글을 더 쓰고 싶은, 삶에 대한 애착을 들여다 볼 수 있었기에 "팬티 인문학"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는 점에 안도하는 그녀의 글은 독자들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팅크 2 - 불만제로에 도전하다
메간 맥도날드 지음, 신은랑 옮김, 피터 레이놀즈 그림 / 예꿈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책 속에 등장하는 스팅크의 이름이 책 제목인 모양이다. 스팅크는 다른 아이보다 키가 작지만 누나 주디보다 꼼꼼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어른 같은 녀석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1권으로 스팅크를 먼저 만나보고 싶었으나 뜻하지 않게 스팅크를 2권으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스팅크가 나름 꽤 유명한 것 같은데 나는 [스팅크 2] '불만제로에 도전하다!'로 처음 만나 이녀석에 대해 자세하게 말할 순 없으나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썩 괜찮은 녀석인 것 같다. 스팅크의 누나 주디는 스팅크보다 어리광이 더 심한 것 같다. 스팅크가 얻은 사탕을 뺏아 먹기 위해 하는 행동은 주디도 아직은 키만 쑥 자란 아이의 모습이다.

 

키 작은 사람들을 연구하는 프로젝트에 참가한 스팅크가 이 연구에 참여해서 얻은 5달러짜리 상품권으로 사탕가게를 방문하면서 시작되는 '스팅크 2'는 소제목이 "불만제로에 도전하다!"이지만 책 내용과 소제목과의 사이에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사탕 가게에서 산 "턱뼈가 와자작 지구별 왕사탕"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턱뼈가 와자작 부서지지 않기에 제조회사에 편지를 쓴 행동으로 '불만제로에 도전하다'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지만 글쎄, 딱히 그렇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 책은 각 이야기들이 단편들처럼 짧게 끊어져 있지만 스팅크가 겪는 일상을 연이어서 들려주는 형식을 띠고 있으며 스팅크가 쓴 편지들과 그림들이 독자들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요즘 편지쓰기에 푹 빠져 버린 스팅크는 여러 곳에 편지를 보내게 되고 뜻하지 않은(사실 작은 선물이라도 오길 내심 바랐을 것이다.) 선물을 받게 되어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 부모님이 더이상 편지를 쓰지 마라고 하셔서 쓰지 않지만 그냥 내버려뒀다면 편지만 쓰다 세월 다 보냈을 것이다.

 

'스팅크 2'에는 스팅크가 '파자마 데이'에 입을 야광 잠옷을 입고 좋아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우리 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다른 문화권의 아이들이 어떻게 보내는지 알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이 함께 잠을 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훗날 어린시절을 돌이켜 볼 때 기억하고 싶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이런 시간을 보내지 못한 나는 이렇게 스팅크를 통해 기억을 하나 쌓아나간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스팅크가 친구 웹스터에게 뭔가 큰 잘못을 한 모양이다. '파자마 데이'에서 웹스터가 스팅크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다. 도대체 스팅크는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모든 것을 알게 되겠지만 지금 알려주면 화를 내겠지? 스팅크가 쌓아나가는 하루 하루의 일상들이 3권에도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스팅크의 키가 한 뼘, 한 뼘 어서 자라 누나 주디보다 키가 커졌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
모리미 도미히코 원작, 고토네 란마루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소설책 표지의 그림에 여자를 따라다니는 한 남자의 그림이 있다. 이 그림으로 판타지 소설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책장을 넘겼었기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만화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상상하던 그 이미지대로 그려졌을까. 소설에서 받은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을까 등 머릿속에 질문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아마도 원작소설을 영화나 만화로 그려냈다고 하면 보통 이 두 가지 질문을 떠올릴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처음에는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책 표지의 그림때문에 만화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에 실망했으나 곧 봄 바람에 실려온 상큼한 꽃 향기에 취한듯 사랑에 빠진 '나'의 모습을 잘 표현해 냈기에 만화를 읽는 것이 즐거워졌다.
 
책장을 넘기면 일본 만화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그 색채가 뚜렷한 만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밤은 깊어져 간다. 홀로 하는 짝사랑의 슬픔 따윈 전혀 느낄 수 없는 유쾌, 상쾌한 만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원작소설의 탄탄함때문인지 만화로 읽는 느낌 또한 소설 못지 않게 그 내용에 충실하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 멋진 모습으로 당당하게 나서고 싶은 '나'는 그녀와의 재회에 실패하고 만다. 가까스로 만나게 되어도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니 그의 사랑의 행보는 험난하기만 하다. 도도 씨의 비단 잉어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공중부양을 하는 히구치가 있질 않나, 밤길을 가는 남자의 아랫도리를 벗기는 괴상한 취미를 가진 이백 옹 등이 있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곳이지만 누구든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가짜 전기부랑'은 어떤 맛일지 혀 끝에 그 맛을 음미하면 어떤 맛인지 알 것 같은 이상한 곳, 이곳에 주인공 '나'와 '나'가 사랑하는 여자와 그리고 독자인 나도 함께 있다.   
 
날아다니는 비단 잉어에게 맞아 정신을 잃은 '나'라니, 정말 만화에나 일어날 일이다. 바로 코 앞에 사랑하는 '그녀'를 남겨두고 기절이라니 하하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하면 구해줄 수 있어야 하건만 영 미덥지가 못하다. 이것이 '나'의 매력이겠지만 어떻게든 사랑하는 남녀는 만나지는 법, 앞으로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이 즐겁겠다. 몇 백 미터 떨어져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알아챌 수 있는 법, 오늘도 '나'는 숨이 턱에 차도록 '그녀'를 찾아 뛰어가지만 글쎄, 과연 사랑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녀'의 기억속에 '나'를 각인시킬 수 있을지 정말 걱정된다. 실수하고 실연당하고 불안했던 봄에 봄의 향기와 함께 갑자기 '나'의 눈 앞에 '짠' 하고 나타난 '그녀', 제발 멀리 날아가지 않게 도와주세요, 하고 '나'는 꿈속에서도 빌어야 그의 사랑이 겨우 겨우 이루어지겠다.   
 
흠, 그런데 소설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졌던가? 벌써 기억이 가물거린다. 뭐,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독자인 나는 그 속에서 즐거움만 얻으면 되는 것, '나'가 몹시 섭섭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로의 이득만 챙기면 될 일, 당신은 부지런히 '그녀'를 뒤쫓으시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팬이야 (반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 정말 전아리가 쓴 책 맞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책장을 넘기다 돌연 작가 소개를 읽어 봤다. 그녀의 책은 "즐거운 장난" 밖에 읽지 않았지만 "즐거운 장난"의 전체적인 느낌이 어두웠던 것으로 기억되기에 전아리의 "팬이야"의 명랑, 유쾌, 상쾌한 내용은 어딘가 그녀의 모습이 아닌 듯 했다.
 
20대의 김정운이 10대나 열광하며 좋아할 아이돌 그룹 '시리우스'를 좋아해서 열정적으로 쫓아다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팬이야'는 어떤 일이 계기가 되든 누가 볼까 속에 꾹꾹 눌러뒀던 작은 불씨의 열정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 유치하게 김정운이라는 여자 왜이래? 이렇게 따져 묻지 말라고 하는 말이다. 이것으로 인해 그녀는 짝사랑의 테이프를 완전하게 걷어내고 서로 마주보는 사랑을 하게 되었으니까. 즉, '시리우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운명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팬이야'라는 책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을 때 어떤 책일까 생각해 봤는데 시리우스 그룹의 한 명과 여주인공인 김정운이 사랑을 하게 되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 예상했었다. 그래서 그저 그런 소설일 것이란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은 덩달아 가벼워질 수 밖에 없었고 책 표지의 그림을 보면서 여자 주인공의 얼굴이 못생겼을 것이란 편견 때문에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정운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얼굴이 못생겨도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여주인공 이야기인가? 했더랬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이었으니 그녀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못생기진 않은 것 같다. 김정운은 사무실에 같이 근무했던 조 팀장, 현정처럼 한 눈에 띌만한 미모에 세련미는 없지만 어느 순간 좋아하게 만드는 뚝배기 같은 매력이 있었다.
 
그렇다해도 조금 괘씸한 것은 나처럼 평범한 외모에 하나를 얻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야만 겨우 이루어낼 수 있는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김정운, 그녀의 앞에 놓여진 수많은 일들이 핑크빛으로 덧대어져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니 왠지 배신이라도 당한듯 나의 마음이 헛헛해진다. 역시 너도 신데렐라였어. 결코 평범하지 않았어, 라는 마음 때문에.
 
'시리우스'를 쫓아다니며 별별 일을 다 겪는 김정운이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을 확보한 그녀는 이제 사무실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던 존재감 없는 사람이 아닌 팬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줘야 하는 아주 유능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누구나 이런 기회에 마주한다고 김정운처럼 사랑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적어도 높은 곳만 쳐다보는 우리에게도 희망이라는 것을 선물한다. 이렇게 김정운처럼 열정적으로 바락바락 소리지르며 무언가를 쟁취하고자 노력했던적이 있던가. 거절당할지라도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고백해 본적이 있던가. 잘 생각해 봐라.
 
30대를 살아가는 내가 20대를 돌이켜보니 못하고 보내 버린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 까짓거 좋아. 꼭 20대에 하라는 법 있나? 늦어도 30대에 다 하면 되지. 음, 뭐부터 해 볼까. 일단 결혼을 했으니 팬 한 명 확보했고.......아,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40대가 되기 전에 해 봐야할 것들이 하나씩 떠오르니 갈 길이 바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냉큼 잡아채야겠다. 이 몹쓸 자존심은 잠시 덮고 진정한 '나'를 다시 찾아봐야겠다. 누구나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을 먹게 될 것이다. 전아리의 "팬이야'는 지금까지 숨겨준 '나'의 존재감을 세상에 드러내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