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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
모리미 도미히코 원작, 고토네 란마루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소설책 표지의 그림에 여자를 따라다니는 한 남자의 그림이 있다. 이 그림으로 판타지 소설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책장을 넘겼었기에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만화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상상하던 그 이미지대로 그려졌을까. 소설에서 받은 느낌을 그대로 살려냈을까 등 머릿속에 질문들이 하나씩 떠올랐다. 아마도 원작소설을 영화나 만화로 그려냈다고 하면 보통 이 두 가지 질문을 떠올릴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처음에는 소설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책 표지의 그림때문에 만화에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모습에 실망했으나 곧 봄 바람에 실려온 상큼한 꽃 향기에 취한듯 사랑에 빠진 '나'의 모습을 잘 표현해 냈기에 만화를 읽는 것이 즐거워졌다.
책장을 넘기면 일본 만화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그 색채가 뚜렷한 만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밤은 깊어져 간다. 홀로 하는 짝사랑의 슬픔 따윈 전혀 느낄 수 없는 유쾌, 상쾌한 만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는 원작소설의 탄탄함때문인지 만화로 읽는 느낌 또한 소설 못지 않게 그 내용에 충실하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 멋진 모습으로 당당하게 나서고 싶은 '나'는 그녀와의 재회에 실패하고 만다. 가까스로 만나게 되어도 누군지 알아보지도 못하니 그의 사랑의 행보는 험난하기만 하다. 도도 씨의 비단 잉어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공중부양을 하는 히구치가 있질 않나, 밤길을 가는 남자의 아랫도리를 벗기는 괴상한 취미를 가진 이백 옹 등이 있는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곳이지만 누구든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가짜 전기부랑'은 어떤 맛일지 혀 끝에 그 맛을 음미하면 어떤 맛인지 알 것 같은 이상한 곳, 이곳에 주인공 '나'와 '나'가 사랑하는 여자와 그리고 독자인 나도 함께 있다.
날아다니는 비단 잉어에게 맞아 정신을 잃은 '나'라니, 정말 만화에나 일어날 일이다. 바로 코 앞에 사랑하는 '그녀'를 남겨두고 기절이라니 하하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하면 구해줄 수 있어야 하건만 영 미덥지가 못하다. 이것이 '나'의 매력이겠지만 어떻게든 사랑하는 남녀는 만나지는 법, 앞으로 이들의 사랑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이 즐겁겠다. 몇 백 미터 떨어져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알아챌 수 있는 법, 오늘도 '나'는 숨이 턱에 차도록 '그녀'를 찾아 뛰어가지만 글쎄, 과연 사랑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녀'의 기억속에 '나'를 각인시킬 수 있을지 정말 걱정된다. 실수하고 실연당하고 불안했던 봄에 봄의 향기와 함께 갑자기 '나'의 눈 앞에 '짠' 하고 나타난 '그녀', 제발 멀리 날아가지 않게 도와주세요, 하고 '나'는 꿈속에서도 빌어야 그의 사랑이 겨우 겨우 이루어지겠다.
흠, 그런데 소설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졌던가? 벌써 기억이 가물거린다. 뭐, 이루어지든, 이루어지지 않든 독자인 나는 그 속에서 즐거움만 얻으면 되는 것, '나'가 몹시 섭섭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서로의 이득만 챙기면 될 일, 당신은 부지런히 '그녀'를 뒤쫓으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