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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야 (반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 정말 전아리가 쓴 책 맞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책장을 넘기다 돌연 작가 소개를 읽어 봤다. 그녀의 책은 "즐거운 장난" 밖에 읽지 않았지만 "즐거운 장난"의 전체적인 느낌이 어두웠던 것으로 기억되기에 전아리의 "팬이야"의 명랑, 유쾌, 상쾌한 내용은 어딘가 그녀의 모습이 아닌 듯 했다.
20대의 김정운이 10대나 열광하며 좋아할 아이돌 그룹 '시리우스'를 좋아해서 열정적으로 쫓아다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팬이야'는 어떤 일이 계기가 되든 누가 볼까 속에 꾹꾹 눌러뒀던 작은 불씨의 열정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 유치하게 김정운이라는 여자 왜이래? 이렇게 따져 묻지 말라고 하는 말이다. 이것으로 인해 그녀는 짝사랑의 테이프를 완전하게 걷어내고 서로 마주보는 사랑을 하게 되었으니까. 즉, '시리우스'를 좋아하게 된 것은 운명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다.
'팬이야'라는 책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을 때 어떤 책일까 생각해 봤는데 시리우스 그룹의 한 명과 여주인공인 김정운이 사랑을 하게 되는 통속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 예상했었다. 그래서 그저 그런 소설일 것이란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손길은 덩달아 가벼워질 수 밖에 없었고 책 표지의 그림을 보면서 여자 주인공의 얼굴이 못생겼을 것이란 편견 때문에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김정운의 모습을 보는 것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얼굴이 못생겨도 여기에 등장하는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여주인공 이야기인가? 했더랬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착각이었으니 그녀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못생기진 않은 것 같다. 김정운은 사무실에 같이 근무했던 조 팀장, 현정처럼 한 눈에 띌만한 미모에 세련미는 없지만 어느 순간 좋아하게 만드는 뚝배기 같은 매력이 있었다.
그렇다해도 조금 괘씸한 것은 나처럼 평범한 외모에 하나를 얻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해야만 겨우 이루어낼 수 있는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김정운, 그녀의 앞에 놓여진 수많은 일들이 핑크빛으로 덧대어져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니 왠지 배신이라도 당한듯 나의 마음이 헛헛해진다. 역시 너도 신데렐라였어. 결코 평범하지 않았어, 라는 마음 때문에.
'시리우스'를 쫓아다니며 별별 일을 다 겪는 김정운이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팬을 확보한 그녀는 이제 사무실에서 잔심부름이나 하던 존재감 없는 사람이 아닌 팬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줘야 하는 아주 유능하고 매력적인 인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누구나 이런 기회에 마주한다고 김정운처럼 사랑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적어도 높은 곳만 쳐다보는 우리에게도 희망이라는 것을 선물한다. 이렇게 김정운처럼 열정적으로 바락바락 소리지르며 무언가를 쟁취하고자 노력했던적이 있던가. 거절당할지라도 솔직하게 '사랑한다'고 고백해 본적이 있던가. 잘 생각해 봐라.
30대를 살아가는 내가 20대를 돌이켜보니 못하고 보내 버린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 까짓거 좋아. 꼭 20대에 하라는 법 있나? 늦어도 30대에 다 하면 되지. 음, 뭐부터 해 볼까. 일단 결혼을 했으니 팬 한 명 확보했고.......아, 갑자기 마음이 바빠진다. 40대가 되기 전에 해 봐야할 것들이 하나씩 떠오르니 갈 길이 바빠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냉큼 잡아채야겠다. 이 몹쓸 자존심은 잠시 덮고 진정한 '나'를 다시 찾아봐야겠다. 누구나 이 책을 읽는다면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을 먹게 될 것이다. 전아리의 "팬이야'는 지금까지 숨겨준 '나'의 존재감을 세상에 드러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