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 공주 - 그림 형제의 기묘한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9
그림 형제 지음, 김양미 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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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인디고의 책은 책속에 담겨져 있는 그림들이 동화속의 이야기들보다 더 아름답다. 어린 시절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자란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왕자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공주'라는 생각을 했고 이와 더불어 아름답게 그려진 그림들로 인해 이 생각은 확고해졌다. 지금이야 그림형제가 들려주는 동화속 세상이 그리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않다는 것을 알지만 어린 시절에는 그랬다.
 
[롬펠슈틸츠헨], [충신 오하네스], [홀레 할머니] 등 처음 읽어보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처음에 이 책을 읽기 전에 책 제목이 "백설공주"인 것을 보고 열다섯 편의 동화가 담겨져 있는 것도 모르고 '백설공주' 이야기만 담겨져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모르는 백설공주 이야기라도 있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림형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라 전혀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지 않을까 했던 모양인데 예전부터 알고 있던 결말이 아닌 조금은 다른 결말을 보여줄 뿐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신데렐라], [백설공주]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어린 시절 내가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고 앞으로 나의 아이도 이 이야기들을 들으며 꿈을 키워 갈 것이다. 동화속 이야기들이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도 혹독하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만 동화책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아이가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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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보이
존 레이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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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의 감시를 벗어난 로우보이가 향하는 곳이 어디든 이 여정을 따라가는 건 쉽지 않았다. '정말 로우보이가 소명을 받고 태어났을까'. '10시간 후에는 정말 세상이 멸망할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로우보이를 찾아다니는 바이올렛과 라티프의 글만이 유일하게 내가 이 책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는데 혹시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모두 거짓은 아닐까 나 자신조차도 허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옥죄는 듯 긴장되기 시작했다.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는 로우보이, 그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내가 로우보이를 만나 직접 그에게서 "열 시간 뒤면 세상이 멸망해요"라는 말을 들었다면 믿었을까. 아니 믿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하며 어이없어 했겠지만 분명 신경은 쓰였을 것이다. 정말 멸망하는지 볼까, 하며 지켜보다가 정말 멸망하는 세상과 함께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어디로 피한들 세상이 멸망한다는데 숨을 곳이 있을까.

 

로우보이가 다니는 지하 세계는 꼭 판타지 세상 같다. 닐 게이먼의 '네버웨어'처럼 런던의 지하세계에서 벌어지는 신비한 여행이 떠오르지만 로우보이가 보는 지하세계는 아주 아주 암울한 세상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을 판타지 세상 같다고 느끼고 있으니, 아직 로우보이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게 확실하다. 뉴욕 시민들을 위험에 빠뜨릴까 윌을 쫓는 라티프 형사, 그리고 윌의 엄마 바이올렛, 그녀는 여느 부모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부모 같으나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 뭔가 내밀한 것을 감추고 있는 듯한 바이올렛의 분위기는 라티프 형사조차 자신의 본분을 잊게 할 정도로 묘한 힘을 지닌다.  

 

윌이 그의 소명을 이루었을 때 이제 세상은 멸망하지 않으리라 안도했었다. 그 어떤 일도 이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나......마지막 결말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머릿속에 온통 물음표만 그려진다. 분명 윌의 여정에 하나도 빠짐 없이 함께 했으나 내가 본 모든 것들이 진짜가 아니었는지 갑자기 안개속을 헤매이는 듯 모든 것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무엇이었을까. 지금까지 내가 본 것이 무엇이었나. 처음부터 답을 알려고 한 것이 잘못이었을까.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내가 본 세상의 모습은 어떠했는가, 이것만이 유일하게 이 책을 통해 답을 내릴 수 있었으니 의문투성이라고 해도 조금은 홀가분해진다. 아직도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기에 좀 더 지켜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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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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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지막에야 등장하는 '탐정 클럽', 남녀 한 쌍으로 이루어진 이 클럽은 사건이 터지기 전에 살인을 막을 수 있는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의뢰인이 원하는 조사에만 집중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정적인 존재다. 앞에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이 누구다"라고 밝혀내지 않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데 '탐정 클럽'이 다섯 건의 사건을 해결했음에도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 것인지 모르겠다. 

 

VIP들의 의뢰만 받는 수수께끼의 조사기관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없어 베일에 싸인 그들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하다. 왜 검정 옷을 입고 다니는지, 이들의 이름은 무엇인지, 어떻게 '탐정 클럽'이 탄생했는지 등 궁금한 것 투성인데 도대체가 정체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해 죽겠다. 이 '탐정 클럽'에 대해 알아내려면 누구에게 의뢰하면 될까. 이들 이상의 실력을 가진 자는 없어 보이는데, 흠 '긴다이치 코스케'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잡고 늘어져야겠다. 그 밖에는 나의 질문에 대답해줄 이가 없으므로. 이 책은 꼭 어떤 책의 속편인듯 아무 설명 없이 본론으로 들어간 느낌이라 '탐정 클럽'에 대한 궁금증으로 인해 독자들을 잠들지 못하게 하니 이 문제는 분명 작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탐정 클럽'을 시리즈로 만들어 계속 출간해 달라는 협박으로 들어도 무방하리라.  

 

아무튼 그것은 나중 문제이고 우선은 '탐정 클럽'이 의뢰인을 만날 때 꼭 하는 인사인 "클럽에서 왔습니다."라는 인사는 좀 뺐으면 좋겠다. 검정 옷을 입은 그와 그녀가 이 세상에서 해결하지 못할 사건들이 없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녔음에도 방문할 때마다 "클럽에서 왔습니다"라고 하니, 이건 뭐랄까, 색색의 조명들이 반짝이는 클럽이 생각나서 도저히 이상한 상상을 멈출 수가 없으니 말이다.  

 

추리, 미스터리 소설 장르를 좋아하는 나는 형사나 경찰들이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기 보다는 "탐정클럽"처럼 탐정들에 의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피가 난무하고 살인을 하는 범인과 피해자가 있는 아주 끔찍한 상황이지만 어떻게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과정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내가 살인 사건에 대해 이렇게 가볍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보통 범인이 "내가 왜 범인인지 말해봐라"고 안하무인으로 나서는, 결코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법한 상황이 마음을 가볍게 만들고 범인이 잡히고 난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루지 않아 소설속에 녹아있는 슬픔의 감정이 증폭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범인은 늘 가까이에 있지만 '탐정 클럽'이 알려주지 않으면 사건의 진상을 모두 알아낼 수 없는 무능력한 나는 '탐정 클럽'에서 제시하는 퍼즐이 모두 맞춰졌을 때 "대단한 반전"이라고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조사하여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 알고 싶으나 알려주지 않으니 알 방법은 없지만 그들의 추리는 백프로 정확했고 단편 [탐정 활용법]에서 자신들의 명예가 실추되는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경찰들에게 사건의 진상을 알려 범인이 누구인지 밝힌다. VIP들만 상대하던 이들이 어떻게 해서 고객들의 수준을 낮출 수 밖에 없었는지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이것으로 인해 범인들에게 자신들이 이용되는 불명예를 안게 되고 이로 인해 독자들이 조금은 '탐정 클럽'이 처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그나마 우리들이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소득이겠다. 아, 왜 갑자기 탐정이라도 된 듯뿌듯해지는 걸까.  

 

교묘하게 이루어진 사건들 속에는 타인을 배려하는 '탐정 클럽'이 있다. 단편 [의뢰인의 딸], 아내의 자살로 인해 상처받을 딸 '미유키'에게 진실을 은폐하는 아버지, 이에 동조해 주는 '탐정 클럽'으로 인해 잠시 동안이지만 미유키의 마음은 편안해진다. 단편 [위장의 밤]에서는 대형 마트 체인의 사장이 죽자 발빠르게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시체를 숨기려는 사람들이 있고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살인도 서슴치 않고 하는 단편 [장미와 나이프]까지, 이들 단편을 보면 인간이 보여주는 모든 욕망들을 보여주고 있다. 불륜, 돈, 사랑에 얽힌 추악한 진실들. 이것들이 사라지지 않는한 '탐정 클럽'의 활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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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6 - 큰바다뱀들의 땅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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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를 6권을 마지막으로 보지 못하게 될 줄 알았는데 다른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7, 8, 9권의 줄거리를 짜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작가의 글만 눈 앞에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우선은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6권을 다 읽은 지금 다음 권을 기다리는 내 인내심의 한계가 어느 도일까 알아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테메레르를 향한 그리움의 목마름은 조금 해소 되었다. 조금, 아주 조금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로 유배길에 오른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보는 이들도 이 두 사람의 모습(아니 한 마리의 용과 한 사람의 모습)이 안타까운데 용알을 지키는 임무가 주어지긴 했지만 이것이 테메레르에게는 좀이 쑤시고 엄청 지루한 일일 것이다. 독자인 우리들도 테메레르가 전쟁터에 있지 않고 이렇게 유배길에 오르는 것은 사실 지루한 일이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피 터지고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는 테메레르를 보는 것이 더 힘드니 조용히 보내는 이런 생활도 괜찮지 않나, 라고 말하면 테메레르한테 혼나겠지만 아무튼 테메레르와 로렌스가 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유배지라도 해도 사건이 끊이질 않으니 조용히 보내기는 다 틀린 일, 너무 걱정마시게나 테메레르야.

 

용알을 도둑맞은 테메레르가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용알을 찾아가는 여정은 데려간 죄수들이 하나씩 버닙에게 잡아 먹히는 위험천만한 일 투성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아니 길이 보이지 않는 곳을 따라 용알을 훔쳐간 이들의 흔적을 쫓아 가는 곳은 과연 어디가 될까. 가는 도중에 깨어난 용 '쿠킹길레', 아..아니, 아니 '쿠링길레'(아, 이름이 어렵다. 이제 테메레르의 이름이 익숙해질려 하는데 이번에는 쿠링길레다)의 비행사가 누가 되었는지 알면 깜짝 놀랄텐데 아무도 쿠링길레에게 안장을 걸지 않았을 때 이 용의 목에 느슨하게 걸쳐진 허리띠를 머릿속에 그렸을 때 나는 웃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갓 알에서 나온 작은 용의 목에 걸려진 허리띠라, 모양 빠지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 쿠링길레에게도 비행사가 생겼으니 좋은 일이다.

 

5권을 읽은지가 한참이 지나서 내용이 기억날까 했는데 다행히 친절하게도 작가가 기억이 되살아나게 조금씩 과거의 일을 언급해 줘 무리 없이 6권을 읽어낼 수 있었지만 건방진 랜킨을 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거기다 랜킨과 똑같은 성격의 용 '시저'까지 있어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어찌나 얄밉던지, 다행히 테메레르가 랜킨과 시저에게 꼬집듯 툭툭 던져대는 말들로 인해 그나마 가슴이 후련해져서 숨은 쉴 수 있었다. 숨 막혀 죽을 뻔한 나를 테메레르가 살린 셈이다.

 

그런데 테메레르의 행동이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 자신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로렌스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리 된 것이겠지만 맛있는 먹이를 구입하기 위해 재산을 불려야 되겠다는 등 미래를 대비해야겠다 생각하는 대목에선 인간들처럼 연금이라도 들어놔야 하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될 정도라 용이라고 하지만 우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가슴까지 다 아파온다. 용 누각을 지어 편안하게 쉬고 싶을 뿐인데, 로렌스와 어디론가 떠나 행복하게 지내고 싶을 뿐인데, 어느 것 하나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테메레르와 로렌스 좀 제발 내버려 두라고. 아, 그러면 테메레르의 이야기가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는 건가. 그렇게 되면 안되지. 테메레르야, 할 수 없다. 독자들을 위해 니가 고생을 할 수 밖에. 그런데 7, 8, 9권도 나온다는데 설마 9권으로 끝은 아니겠지? 마지막 권이라면 10권으로 딱 맞춰야지 9권은 너무 어중간하잖아? 더 나올 것이라 믿고 과감하게 6권의 마지막 책장을 덮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화끈한 테메레르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테메레르, 기대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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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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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통일'에 대한 글이 담겨져 있다고 해서 '봉주르, 뚜르'를 읽어야 하나 잠시 고민했었다. '정치', '이념'에 대한 그 어떤 글도 표현하는 것이 어려웠으니까. '조국'이라는 말도 독립운동 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단어처럼 좀처럼 쓸 일이 없었고, '대한민국, 우리나라'정도로 내가 가진 국적, 내가 살고 있는 곳을 표현해 왔었기에 남의 나라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봉주의 방 책상 옆면에 새겨져 있는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살아야 한다'를 보면서 이 글을 쓴 사람의 그 때의 감정이 어떠했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 '조국'이라는 단어에 감상적이 되어 버린다. 꼭 지켜내야 할 비장한 마음까지 든다.

 

"봉주르, 뚜르"는 봉주가 책상 옆면에 새겨진 낙서의 비밀을 파헤치며 진실에 점점 다가가며 미스터리가 풀리지만(이는 이 책을 읽게 되는 아이들이 남북분단의 현실에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게 하지만) 숨겨진 진실을 과연 모두 알아내야 했을까 의구심이 든다. 봉주와 토시의 우정이 깊어질수록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눈 앞에 그려진 듯 선명하기에 그냥 멈춰버렸으면 하고 바랐는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대로 멈춰 버렸다면 봉주와 토시는 아무일 없이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이는 토시에게는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 되고 말아, 숨쉬는 것조차 힘겨운 일이 되었을 것이다. 토시의 말대로 "나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면 그건 내가 숨어 다니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고 말테니까.  

 

지금까지 성장소설을 많이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더러 읽어본 감상을 이야기해 보자면 작가의 시선으로 쓴 글이 많아 아이가 화자로 등장하지만 너무나 조숙하게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색했는데 "봉주르, 뚜르'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그려내고 있어 봉주, 토시와 함께 프레방도에 공원에 있는 듯 주변의 풍경들이 낯설지 않다. 지금 나는 지금까지 나에게 낯선 땅이었던 뚜르, 봉주의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 봉주". "봉주르 봉주"라고 인사하기보다는 아무말 없이 손을 내밀어 그곳에 있는 봉주에게 인사하고 싶다. 토시에 대한 비밀을 아는 우리들만의 방식으로, 아무말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우리들만의 마음으로.  

 

나는 신혼여행으로 호주를 다녀온 것을 빼고는 우리나라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다른 나라는 내게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낯선 세상이고 그 중에서도 북한은 갈 수 없는 곳이기에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는 네모난 세상이 전부인 곳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본적 없지만 토시를 떠올리면 '북한'이 떠오르고 낯익은 곳인 '뚜르'도 함께 떠오를 것이다. 책상 옆면에 쓰여져 있었던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살아야 한다'라는 글도 같이 떠오르겠지만 무엇보다 물고기에게 밥을 주는 봉주와 토시의 뒷모습이 먼저 생각날 것이다. 눈부셨던 여름날 뚜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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