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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6 - 큰바다뱀들의 땅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평점 :
테메레르를 6권을 마지막으로 보지 못하게 될 줄 알았는데 다른 글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7, 8, 9권의 줄거리를 짜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작가의 글만 눈 앞에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우선은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6권을 다 읽은 지금 다음 권을 기다리는 내 인내심의 한계가 어느 도일까 알아보게 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테메레르를 향한 그리움의 목마름은 조금 해소 되었다. 조금, 아주 조금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로 유배길에 오른 테메레르와 로렌스를 보는 이들도 이 두 사람의 모습(아니 한 마리의 용과 한 사람의 모습)이 안타까운데 용알을 지키는 임무가 주어지긴 했지만 이것이 테메레르에게는 좀이 쑤시고 엄청 지루한 일일 것이다. 독자인 우리들도 테메레르가 전쟁터에 있지 않고 이렇게 유배길에 오르는 것은 사실 지루한 일이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피 터지고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는 테메레르를 보는 것이 더 힘드니 조용히 보내는 이런 생활도 괜찮지 않나, 라고 말하면 테메레르한테 혼나겠지만 아무튼 테메레르와 로렌스가 있는 곳에서는 아무리 유배지라도 해도 사건이 끊이질 않으니 조용히 보내기는 다 틀린 일, 너무 걱정마시게나 테메레르야.
용알을 도둑맞은 테메레르가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용알을 찾아가는 여정은 데려간 죄수들이 하나씩 버닙에게 잡아 먹히는 위험천만한 일 투성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아니 길이 보이지 않는 곳을 따라 용알을 훔쳐간 이들의 흔적을 쫓아 가는 곳은 과연 어디가 될까. 가는 도중에 깨어난 용 '쿠킹길레', 아..아니, 아니 '쿠링길레'(아, 이름이 어렵다. 이제 테메레르의 이름이 익숙해질려 하는데 이번에는 쿠링길레다)의 비행사가 누가 되었는지 알면 깜짝 놀랄텐데 아무도 쿠링길레에게 안장을 걸지 않았을 때 이 용의 목에 느슨하게 걸쳐진 허리띠를 머릿속에 그렸을 때 나는 웃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갓 알에서 나온 작은 용의 목에 걸려진 허리띠라, 모양 빠지긴 하지만 이렇게 해서 쿠링길레에게도 비행사가 생겼으니 좋은 일이다.
5권을 읽은지가 한참이 지나서 내용이 기억날까 했는데 다행히 친절하게도 작가가 기억이 되살아나게 조금씩 과거의 일을 언급해 줘 무리 없이 6권을 읽어낼 수 있었지만 건방진 랜킨을 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거기다 랜킨과 똑같은 성격의 용 '시저'까지 있어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어찌나 얄밉던지, 다행히 테메레르가 랜킨과 시저에게 꼬집듯 툭툭 던져대는 말들로 인해 그나마 가슴이 후련해져서 숨은 쉴 수 있었다. 숨 막혀 죽을 뻔한 나를 테메레르가 살린 셈이다.
그런데 테메레르의 행동이 점점 인간을 닮아간다. 자신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로렌스를 걱정하는 마음에 그리 된 것이겠지만 맛있는 먹이를 구입하기 위해 재산을 불려야 되겠다는 등 미래를 대비해야겠다 생각하는 대목에선 인간들처럼 연금이라도 들어놔야 하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될 정도라 용이라고 하지만 우리와 별반 다를 바가 없어 가슴까지 다 아파온다. 용 누각을 지어 편안하게 쉬고 싶을 뿐인데, 로렌스와 어디론가 떠나 행복하게 지내고 싶을 뿐인데, 어느 것 하나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테메레르와 로렌스 좀 제발 내버려 두라고. 아, 그러면 테메레르의 이야기가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는 건가. 그렇게 되면 안되지. 테메레르야, 할 수 없다. 독자들을 위해 니가 고생을 할 수 밖에. 그런데 7, 8, 9권도 나온다는데 설마 9권으로 끝은 아니겠지? 마지막 권이라면 10권으로 딱 맞춰야지 9권은 너무 어중간하잖아? 더 나올 것이라 믿고 과감하게 6권의 마지막 책장을 덮었으니, 앞으로는 좀 더 화끈한 테메레르의 모습을 보여 달라고. 테메레르, 기대해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