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크리처스 - 그린브라이어의 연인,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
캐미 가르시아.마거릿 스톨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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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시리즈'를 통해 마법에 대해서는 그리 깜짝 놀랄일도 없다고 생각했었다. '트와일라잇'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에서 뱀파이어와 늑대개와 함께 살아가는 놀라운 일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틀린', 이 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든 것이 나를 놀라게 했다.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이선과 리나의 열정적인 사랑이, 10대 애들이나 하는 이 사랑이 열정적이면 얼마나 열정적일 것이며, 이 사랑이 영원하긴 할 것인가 아주 가볍게 생각했었지만 이제 이 두 사람의 사랑이 운명이라는 것을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주술사와 일반인의 사랑이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도 이 두 사람은 죽음이 갈라 놓아도 함께 할 것이다. 리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이선 뿐이다. 아니 이선으로 인해 리나는 자신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내어 주어야 한다고 해도.

 

'뷰티풀 크리처스' 이 책은 리나와 이선의 사랑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 않다. 이는 개틀린에서 일어나는 일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큰 줄기는 리나와 이선의 사랑과 운명에 관한 이야기지만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운명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개틀린, 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에 두 사람은 휩쓸릴 수 밖에 없다. 리나가 열여섯 살이 되는 날,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선을 다치게 하지 않을까, 내내 이것이 자신을 옭아 매어 놓아 주지 않는다. 이선의 엄마가 보여준 "스스로 결정해라"는 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열여섯 살 생일이 지난 후에는 절대 경험하지 못할 지금의 평범한 시간들이 리나에겐 소중하다.   

 

리나나 이선 뿐 아니라 시간은 독자들에게도 가혹하다. 리나가 열여섯 살 생일이 되는 날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선처럼 몸을 던져 리나를 구해줄 수도 없고 곁에 있어줄 수도 없다. 단지 축제 때 이선의 파트너가 되는 작은 행복을 누리는 리나를 바라보고, 생일 날 깜짝 파티의 주인공이 되어 이선의 품에 안겨 춤을 추는 리나를 바라보는 것 밖에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지금까지 가장 슬픈 사랑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리나와 이선의 사랑보다 더 슬픈 것은 없다.

 

잠시 늦춰진 결정의 시간, 이제 열입곱 살이 되는 날 모든 것이 결정지어 질 것이다. 리나가 열여섯 살이 되는 날 모든 것이 결정나고 다음 이야기가 펼쳐졌다면 좋았을텐데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벌써 두려워진다. 레이븐우드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은 죽음조차 허상이 아니기에 또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것이 겁이 난다. 하지만 분명 그 때쯤이면 리나와 이선도 성장해 있을 것이기에 이들의 사랑도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 무엇이 와서 방해한다 해도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게. 그 때까지 나는 그저 이들을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나는 여전히 무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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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녀의 짓궂음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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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에서도 나쁜 소녀만을 사랑할 거니? 리카르도"

가슴 아프고 슬프지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알고 있다. 리카르도는 이런 질문조차 불필요하다고 생각할테니까. 사십 년을, 아니 평생을 한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나쁜 소녀의 짓궂음"을 읽은 나는 그렇다는 것을 안다. 리카르도에 대한 나쁜 소녀를 향한 그 사랑은 순도 백프로니까.

 

너무나 많은 이름을 가지고 살았던 그녀를 나도 리카르도처럼 그냥 "나쁜 소녀"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칠레 소녀였다가 게릴라 전사로, 프랑스 외교관 부인에서 일본 야쿠자의 애인으로 살아온 그녀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한 게임이 떠오른다. "어디에 가면 무엇도 있고, 뭐뭐도 있고" 하며 처음부터 말한 내용을 기억해서 계속 연결해야 하는 게임 말이다. "나쁜 소녀"의 이름을 이야기 하려면 처음에 칠레 여자애 릴리였지만 그 다음에는 게릴라 전사 아를레테, 그 다음에는 프랑스 외교관 부인 로베르 아르누 이런 식으로 이어서 붙여야 하니 그녀의 이름을 부르다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다.

 

가난한 리카르도에게 머물지 못하고 더 큰 세상을 바라며 떠나는 "나쁜 소녀"를 기다리며 리카르도에게도 어김없이 세월은 흘러가고 이렇게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사랑의 열병은 평생 그녀를 사랑할 힘을 준다. 너무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처음부터 칠레 소녀였던 릴리와 리카르도가 함께 살았다면 리카르도가 평생 그녀만을 그리워하고 사랑했을까 생각해 보면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손 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이 사랑에 불을 지펴 더 강한 여운을 남겼을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리카르도가 "나쁜 소녀"를 잊길 바랐다. 너무도 바보 같고 미련해 보였기에 사랑을 구걸하는 그에게 화가 났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끝맺지 않아서 더 화가 났을 것이다. 두 사람만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면 끝나는데 마음 편히 책을 덮을 수 있는데 "나쁜 소녀"는 계속 리카르도의 사랑을 거부하고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나 갔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이 만나 결혼하면 행복하게 끝나는 다른 소설들을 비웃는 듯 했다.  

 

"나쁜 소녀"는 왜 리카르도에게서 안락함을 얻지 못했을까. 늘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모험을 떠난 그녀의 삶은 독자인 나에게도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고 간신히 리카르도의 곁에서 안락한 삶을 누려가나 싶을 즈음 그녀는 또 다른 삶을 향해 떠나간다. "나쁜 소녀"가 또 떠나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여 뒷장을 살펴봐야 할 정도로 그녀의 리카르도를 향한 마음은 옅었다.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조차 없었다. 도대체 그녀에게 리카르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나쁜 소녀"의 리카르도에 대한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리카르도라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리카르도만이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녀가 리카르도에게 사랑을 말하는 순간 자신의 삶 모두가 거품처럼 사라질지도 모르기에 리카르도에게 '사랑'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착한 소년 리카르도의 사랑에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늘 먼길을 떠날 수 있었을 것이다. "에, 이런 것이 정말 사랑이라고? 착한 소년이 아니라 바보구만"이라 말해도 할 수 없다. 이렇게 미련하게 보여도 리카르도에겐 사랑이니까. 그거면 된 거 아닌가. 누구에게나 사랑의 모습은 다른 거니까.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나쁜 소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떤 모험을 했을까. 리카르도와 함께 있지 않았을 때 그녀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그녀가 내밀하게 전해주는 리카르도를 바라보는 시선도 궁금하다. 그녀와 리카르도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았을 때만이 이들의 삶이 완전해질 것이다. "나쁜 소녀"에게는 리카르도가, 리카르도에게는 "나쁜 소녀"를 빼 놓고서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해 줄 말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한 사람이 죽어서도 끝나지 않을 이들의 사랑 이야기는 작가에 의해 잠시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났다. 그 뒤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고 있지만 내가 느끼는 이들의 사랑은 결코 불행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로 리카르도의 사십 년이 넘는 사랑이 핑크빛으로 변하진 않겠지만 후회 없는 사랑을 했기에 그도 괜찮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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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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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는지. 눈이 휘날리지만 온통 회색 빛인 유메노 시는 분명 꿈의 도시는 아니다. 어쩌면 지지리도 이렇게나 안풀릴 수 있는지 감탄스러울 정도로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꿈의 도시'. 그래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충격적인 결말에 놀라기 보다는 이 충격적인 결말에 피해 볼 사람들이 생각나 가슴이 아파온다. 물론 이 결말때문에 벌을 받을 사람들은 제대로 벌을 받게 되고 덕분에 직접 발로 뛰어야 할 경찰들이 편하게 되었지만. 종교싸움, 납치, 살인 등 이 작은 책속에 이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온갖 끔찍한 범죄들이 모두 담겨져 있다니 사실 결말보다 이것이 더 놀랍다.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 '걸' 등의 유쾌함과 '스무살 도쿄' 같은 잔잔함을 담은 책을 좋아한다. 늘 이런 책들을 내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오쿠다 히데오의 책 중에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웃음이 터져 나오지 않는 답답함만을 느껴 이 책 이후부터 그의 책을 통 읽지를 않았다. '꿈의 도시'는 '스무살 도쿄'와 같은 잔잔함이 있었다. 허나 후미에가 은둔형 외톨이에게 납치를 당하는 순간부터 이 책은 여느 다른 소설들과 다르지 않은 책이 되어 버렸다. 최근에 읽은 엠마 도노휴의 '룸'이 떠오르고 납치와 살인을 하는 아주 심각한 상황도 일본 소설 특유의 가벼움으로 꾸며져 이 책을 가볍게 읽어야 하는지, 서민들의 삶에 가슴 아파하며 읽어야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후미에가 납치된 후 작가의 의도대로 독자들은 그녀의 생사가 궁금해 긴장하기 시작한다. 여러 명의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후미에가 또 등장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해 애꿎은 독자들만 초조해진다. 그러나 탈출 의지가 없어지는 후미에를 바라보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출세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고 저지르는 시의원 준이치까지 등장하여 도대체 이 유메노 시에는 제대로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나름대로 자신을 위해 살아간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지만.

 

생활보호비 수급자를 줄여야 하는 정책으로 인해 한 노파가 동사로 죽게 되고 엄마를 죽게 한 공무원을 원수로 생각해 죽이려고 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니 이건 뭐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다. 도모노리에게도 할 말은 있다. 생활보호비 수급을 위해 늦게 시청에 나왔으니 처리되는 동안에 분명 노파가 동사 되었을테지만 노파의 장례문제로 도모노리는 인간 이하의 짓을 저질러 버렸다. 거기다 근무시간에 매춘까지 하는 도모노리에게 더 이상의 면죄부를 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에 의해 이보다 더 멋진 결말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이건 인정하는 바다. 하지만 어느 공간 한 곳이라도 햇볕 드는 따스한 곳을 마련해줬으면 이렇게 마음까지 시리며 책장을 넘기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사는 현실의 냉혹함을 책 속에서도 봐야 한다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가끔은 이 현실에서 벗어나 책 속의 가짜 세상이지만 이 곳에서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하는데 이것마저 못하게 하다니 너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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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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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연수가 13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7번 국도". 새롭게 선보인다고 하지만 나는 이 "7번 국도"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과의 만남은 이 책이 처음이다. 13년이라.......13년이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아주 긴 시간이다. 7살이었던 아이는 20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간이 될 것이고 20살이었던 사람은 30대에, 30살이었던 사람은 40대에 이르는 아주 긴 세월이다. 5년에 한 번씩 변한다는 강산이 3번째 변화하는 중인 이 세월동안 '7번 국도'는 작가 김연수에게 어떤 의미로 남겨져 있었을까. 숙제......같은 것이었을까. 작품의 화자가 짜장면으로 글을 끝맺고 싶다는 바람처럼 작가에게도 '7번 국도'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긴 시간이 흐른 후 '7번 국도'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작가가 이 곳을 다시 여행해야 할 정도로 이곳은 세월의 흐름을 비껴가지 못했다.

 

'나'(작품속 화자)와 재현, 세희, 서연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들의 삶이 겹쳐지는 공간은 그들이 딛고 서 있는 '길' 뿐이다. '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재현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순서에 상관없이 나열되어 있어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누구의 이야기란 것인지 헷갈려 괜히 툭, 툭 손가락에 힘을 줘 책장들을 건드려 본다. 결국 '시간'이라는 것인데, 타인이 겪는 일에 시간의 순서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람 심술을 부려본다. 결국은 모든 것들의 색은 바래지고 말텐데.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 세희의 두 남자를 오가는 행동.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세월 속에서 희미해진다. 길 위에 뿌려진 수많은 시간들이 나의 마음까지 부드럽게 만들어 세희의 외로움이 무엇인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7번 국도'뿐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길 위의 도로들이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로 가쁜 숨소리를 느끼게 한다. 자동차들이, 사람들이, 건물들이 서 있는 길이 더이상 죽어 있는 길이 아닌 살아있는, 숨쉬는 길로 변한다. 굳이 '7번 국도'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한숨이 녹아있을 것 같은 이곳은 재현과 작품의 화자, 세희, 서연이 디디고 서 있는 길과 이어져 있을 것만 같다. 무수히 많은 길이 이어지고, 이어져 어느 곳에선가 이 '7번 국도'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내가 지금 딛고 서 있는 이 길도 무수히 많은 길을 잇다보면 꼭 그곳에 도착할 것만 같다.

 

'7번 국도'를 땀흘리며 직접 달려보진 않았지만 재현과 '나', 그들이 가는 길에 나도 숨가쁘게 달려갔으므로 그들이 만난 사람들의 삶도 나의 마음 안에 가두어 공유했다. '나'와 재현이 한 음반을 공유하며 맺은 인연이 또 다른 인연을 맺게 하고 또 다른 길을 만든다. '7번 국도'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지만 내가 만나는 인연들의 끝엔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지 못하고 손안에 계속 두고 싶은 이유는 이 안에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손 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지나간 나의 시간들이 안타까워서 일 것이다. 이 책은 작가 김연수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일 것이다. 자신의 삶에게 주는 선물, 자신의 청춘에게 주는 선물. 이 책이 나에게도 네모난 사진안에 갇혀 멈춰진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해 나의 젊음을, 나의 시간들을 떠나 보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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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 1 - 동터오는 모험시대
오다 에이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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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가 그 원피스일 줄이야. 처음 이 책을 읽은 사람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입는 옷인줄 알았을 거다. 혹시 나만 그리 생각했나? 으이구. 9권까지 밖에 읽지 않아 루피, 조로, 나미, 우솝, 상디까지 밖에 만나지 못했다.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루피 멤버들의 최근 상황까지 알긴 하지만 역시 이들을 책으로 만나는 것이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진다. 해적은 무조건 나쁜 사람들이다, 라는 인식을 여지 없이 깨버리는 책, 원피스 시리즈. 등장인물들 중에 평범한 인물들이 없다. 주인공인 루피만해도 악마의 열매를 먹고 몸이 고무처럼 쭉쭉 늘어나니, 이 시리즈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들을 깬다. 로보캅 같은,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모두 모아 놓은 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거기다 사연 없는 사람들이 없다. (여기에 인어 종족도 등장하지만 모두 인간이라 칭하기로 하자. 온 몸에 갑옷을 두르고 있질 않나, 동강동강 몸이 나눠지는 녀석이 있지 않나. 이건 뭐 모두 인간이라 불러야 하나 고민되지만 귀찮으니까 모두 인간이라 부르기로 하자.) 만화책을 읽으면서 울어본 적이 학창시절 때를 제외하고는 없는데 원피스 이 책이 나를 울려 버렸다. 그 범인은 상디인데 그가 루피와 합류하면서 같이 지내던 사람들과 인사하는데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왈칵 났다. 루피가 밀짚모자를 귀하게 여기는 것, 우솝이 "해적이 온다"라며 거짓말을 하며 살아온 내력, 나미의 이유 있는 보물 훔치기 등은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슬프다. 늘 담배를 물고 있는 상디 녀석이 나빠 보이기 보다는 싸움을 할 때조차 담배를 물고 있으니 여유로와 보여 꽤나 실력 있는 녀석으로 보인다. 물론 실력도 있다. 발차기가 현란하다. 뭐 담배를 물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역시 멋진 녀석이다. 여자를 밝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롤로노아 조로는 칼에 맞아도 도통 죽지를 않길래 무슨 악마의 열매를 먹어서 죽지 않는 녀석인가 했더니 온몸에 붕대를 감고 사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끔찍할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많은 만화책이지만 아주 못된 악당녀석들만 죽음을 당하지 주인공들은 아무리 맞아도 죽지 않아 안심하고 책장을 넘긴다. 검을 쓰는 사람들 중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조로, 그에게도 친구와 한 약속이 싸움에서 늘 목숨을 걸게 한다. 지금은 루피와 함께 하며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지만 이 녀석은 분명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피스 시리즈를 책으로 보는데 단점이 있다면 동작이 너무 빨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확 와 닿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해 보니 루피 같이 이렇게 몸이 쭉쭉 늘어나면 화면 속에서도 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쭉 끝까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루피가 해적을 모으는 길목마다 악당들이 나타나니 이들의 발걸음이 더딜 수 밖에 없는데 에피소드라고 할까 이런 것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마구마구 끊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루피와 함께 할 해적들이 하나씩 합류할 때마다 즐거움은 배가 된다. 작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 책의 결말은 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도저히 끝이 나지 않을 이야기들이다. 작가의 상상력만 무한하다면 이대로 쭉 죽을 때까지 원피스 시리즈를 출간해도 되겠다. 물론 이건 협박이다. 계속 책을 내라는 협박? 맞다. 루피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지만 독자들과 함께 라면 가는 길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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