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원피스 1 - 동터오는 모험시대
오다 에이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원피스가 그 원피스일 줄이야. 처음 이 책을 읽은 사람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입는 옷인줄 알았을 거다. 혹시 나만 그리 생각했나? 으이구. 9권까지 밖에 읽지 않아 루피, 조로, 나미, 우솝, 상디까지 밖에 만나지 못했다. 물론 애니메이션으로 루피 멤버들의 최근 상황까지 알긴 하지만 역시 이들을 책으로 만나는 것이 더 친근감 있게 느껴진다. 해적은 무조건 나쁜 사람들이다, 라는 인식을 여지 없이 깨버리는 책, 원피스 시리즈. 등장인물들 중에 평범한 인물들이 없다. 주인공인 루피만해도 악마의 열매를 먹고 몸이 고무처럼 쭉쭉 늘어나니, 이 시리즈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들을 깬다. 로보캅 같은,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모두 모아 놓은 책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거기다 사연 없는 사람들이 없다. (여기에 인어 종족도 등장하지만 모두 인간이라 칭하기로 하자. 온 몸에 갑옷을 두르고 있질 않나, 동강동강 몸이 나눠지는 녀석이 있지 않나. 이건 뭐 모두 인간이라 불러야 하나 고민되지만 귀찮으니까 모두 인간이라 부르기로 하자.) 만화책을 읽으면서 울어본 적이 학창시절 때를 제외하고는 없는데 원피스 이 책이 나를 울려 버렸다. 그 범인은 상디인데 그가 루피와 합류하면서 같이 지내던 사람들과 인사하는데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이 왈칵 났다. 루피가 밀짚모자를 귀하게 여기는 것, 우솝이 "해적이 온다"라며 거짓말을 하며 살아온 내력, 나미의 이유 있는 보물 훔치기 등은 명함도 못내밀 정도로 슬프다. 늘 담배를 물고 있는 상디 녀석이 나빠 보이기 보다는 싸움을 할 때조차 담배를 물고 있으니 여유로와 보여 꽤나 실력 있는 녀석으로 보인다. 물론 실력도 있다. 발차기가 현란하다. 뭐 담배를 물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역시 멋진 녀석이다. 여자를 밝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롤로노아 조로는 칼에 맞아도 도통 죽지를 않길래 무슨 악마의 열매를 먹어서 죽지 않는 녀석인가 했더니 온몸에 붕대를 감고 사는 것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끔찍할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많은 만화책이지만 아주 못된 악당녀석들만 죽음을 당하지 주인공들은 아무리 맞아도 죽지 않아 안심하고 책장을 넘긴다. 검을 쓰는 사람들 중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조로, 그에게도 친구와 한 약속이 싸움에서 늘 목숨을 걸게 한다. 지금은 루피와 함께 하며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지만 이 녀석은 분명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원피스 시리즈를 책으로 보는데 단점이 있다면 동작이 너무 빨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으로 보면 확 와 닿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해 보니 루피 같이 이렇게 몸이 쭉쭉 늘어나면 화면 속에서도 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쭉 끝까지 보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루피가 해적을 모으는 길목마다 악당들이 나타나니 이들의 발걸음이 더딜 수 밖에 없는데 에피소드라고 할까 이런 것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보니 이야기의 흐름이 마구마구 끊어지는 느낌이 들지만 루피와 함께 할 해적들이 하나씩 합류할 때마다 즐거움은 배가 된다. 작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이 책의 결말은 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도저히 끝이 나지 않을 이야기들이다. 작가의 상상력만 무한하다면 이대로 쭉 죽을 때까지 원피스 시리즈를 출간해도 되겠다. 물론 이건 협박이다. 계속 책을 내라는 협박? 맞다. 루피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지만 독자들과 함께 라면 가는 길이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