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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작가 김연수가 13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7번 국도". 새롭게 선보인다고 하지만 나는 이 "7번 국도"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는 책과의 만남은 이 책이 처음이다. 13년이라.......13년이면 아이가 어른이 되는 아주 긴 시간이다. 7살이었던 아이는 20살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간이 될 것이고 20살이었던 사람은 30대에, 30살이었던 사람은 40대에 이르는 아주 긴 세월이다. 5년에 한 번씩 변한다는 강산이 3번째 변화하는 중인 이 세월동안 '7번 국도'는 작가 김연수에게 어떤 의미로 남겨져 있었을까. 숙제......같은 것이었을까. 작품의 화자가 짜장면으로 글을 끝맺고 싶다는 바람처럼 작가에게도 '7번 국도'에 마침표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긴 시간이 흐른 후 '7번 국도'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작가가 이 곳을 다시 여행해야 할 정도로 이곳은 세월의 흐름을 비껴가지 못했다.
'나'(작품속 화자)와 재현, 세희, 서연이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에도 그들의 삶이 겹쳐지는 공간은 그들이 딛고 서 있는 '길' 뿐이다. '나'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재현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가 순서에 상관없이 나열되어 있어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누구의 이야기란 것인지 헷갈려 괜히 툭, 툭 손가락에 힘을 줘 책장들을 건드려 본다. 결국 '시간'이라는 것인데, 타인이 겪는 일에 시간의 순서가 무슨 상관이란 말이람 심술을 부려본다. 결국은 모든 것들의 색은 바래지고 말텐데. 두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 세희의 두 남자를 오가는 행동. 이 모든 것들은 결국 세월 속에서 희미해진다. 길 위에 뿌려진 수많은 시간들이 나의 마음까지 부드럽게 만들어 세희의 외로움이 무엇인줄 알게 되었을 때 그녀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7번 국도'뿐 아니라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길 위의 도로들이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로 가쁜 숨소리를 느끼게 한다. 자동차들이, 사람들이, 건물들이 서 있는 길이 더이상 죽어 있는 길이 아닌 살아있는, 숨쉬는 길로 변한다. 굳이 '7번 국도'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과 한숨이 녹아있을 것 같은 이곳은 재현과 작품의 화자, 세희, 서연이 디디고 서 있는 길과 이어져 있을 것만 같다. 무수히 많은 길이 이어지고, 이어져 어느 곳에선가 이 '7번 국도'와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내가 지금 딛고 서 있는 이 길도 무수히 많은 길을 잇다보면 꼭 그곳에 도착할 것만 같다.
'7번 국도'를 땀흘리며 직접 달려보진 않았지만 재현과 '나', 그들이 가는 길에 나도 숨가쁘게 달려갔으므로 그들이 만난 사람들의 삶도 나의 마음 안에 가두어 공유했다. '나'와 재현이 한 음반을 공유하며 맺은 인연이 또 다른 인연을 맺게 하고 또 다른 길을 만든다. '7번 국도'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지만 내가 만나는 인연들의 끝엔 무엇이 놓여 있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지 못하고 손안에 계속 두고 싶은 이유는 이 안에 담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손 안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지나간 나의 시간들이 안타까워서 일 것이다. 이 책은 작가 김연수에게 선물과도 같은 책일 것이다. 자신의 삶에게 주는 선물, 자신의 청춘에게 주는 선물. 이 책이 나에게도 네모난 사진안에 갇혀 멈춰진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해 나의 젊음을, 나의 시간들을 떠나 보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