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차이와 사이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커뮤니케이션 강의 ㅣ 지식여행자 12
요네하라 마리 지음, 홍성민 옮김 / 마음산책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문 하나로 고정되어 있다. 들고 나는 일들이 모두 이 하나의 문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요네하라 마리는 나에게 다른 세상을 통하는 문들을 활짝 열어 지금까지 나의 몸 속에 있던 가치관을 날려 버렸다. 지금까지 그녀의 저서인 "팬티 인문학", "발명 마니아", "미식견문록",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 "올가의 반어법", "마녀의 한 다스"까지 읽어오면서 그녀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에 과연 끝이 있을까 의문을 가져왔지만 "차이와 사이"를 읽은 후 이 의문은 더이상 필요치 않음을 깨달았다. 거기에 학문적인 의미나, 가치관, 문화 등에 대해 따지고 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사랑'은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생각해 왔다. 운명론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하기까지 무언가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의 이끌림도 작용한다고 생각해 왔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네하라 마리의 책 "차이와 사이"를 읽은 후 그녀가 전하는 '사랑의 법칙'에 공감하게 된 나는 나와 한 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이 공식을 대입해 보기까지 했다. 결론은 굳이 전세계를 구석구석 돌아보고 '사랑'에 대한 모든 책들을 뒤져 이것을 학문으로 발전시켜 정확한 정설에 대해 조사해봐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나는 그녀의 의견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그녀가 좀 더 여성의 편에 서서 글을 썼기 때문일까. 어떤 이유이든 분명한 것은 요네하라 마리가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세상은 지금까지 우리가 바라봐 왔던 세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동시통역사란 직업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들은 다른 책들에도 조금씩 언급되어 있었던 것이지만 "차이와 사이"에서는 그 내용이 좀 더 심화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번역과 동시통역의 차이, 언어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 문화에 대한 호기심 등 작가의 관심은 국경조차 장애가 되지 않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펼쳐진다. 동시통역을 할 때의 어려움과 고뇌는 그녀가 죽기 전 최근까지도 깊게 생각해 왔던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감정의 섬세함에 한층 그녀 가까이에 다가선 듯 느껴지게 한다. 그러나 이를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내가 작가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라 말할 순 없다. 거기에 전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지만 이것이 그녀와 나와의 문화적인 차이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 대해 따끔하게 일침을 가하고 비평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국민들에게 둘러싸여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나라를 냉철하게 바라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 요네하라 마리는 일본에 대해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으며 이를 글로 남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일본이 생각하는 '국제화'에 대한 글이 대부분이었으나 진정한 '국제화'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 길도 함께 제시하여 자국의 미래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을 보인다.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죽기 전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조금쯤 알 수 있었으나 역시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비록 책을 통해서이긴 하지만 그녀의 마음 가까이에 조금쯤 다가설 수 있었기에 그녀에게서 가장 값진 선물을 받은 것 같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