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엮음 / 시공사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 책 제목만 보면 과학을 소재로 한 소설 같은 느낌이 든다. 발상? 하늘을 움직여?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장르의 소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다. 도쿄의 상점가에서 소비세 12엔을 요구하는 가게 여주인을 칼로 찌른 사건이 벌어진다. 이건 누가봐도 딱 치매에 걸린 노인이 소비세를 요구한 여자를 칼로 찌른 단순명료한 사건이다. 누가 무엇을 파헤치든 이 사건의 범인은 절대 바뀌지 않지만 뭔가 석연찮은 기분을 느낀 요시키가 상사의 명에 따르지 않고 줄곧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면서 사건의 모든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추리소설,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사건의 범인은 물론 단서조차 찾지 못했던 내가 요시키보다 먼저 조금이나마 사건의 윤곽을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은 가게 여주인 사쿠라이를 찔러 죽인 나메카와 이쿠오가 감옥에서 썼다는 소설 네 편 덕분인데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쿠라이와 나메카와의 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시마다 소지의 작품을 세 편 밖에 읽지 못했지만 "점성술 살인사건"은 전체적으로 난해하여 머리가 아플 지경이어서 제외하고 미타라이 시리즈인 "이방의 기사"와 이 책을 비교해 보면 "이방의 기사"보다 요시키 형사 시리즈인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읽어내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우선은 사건의 전체적인 윤곽을 그려내는 게 쉽지 않았는데 5건의 알 수 없는 사건이 연계되어 있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쇼와 32년 1월 29일 열차 사고가 난 날, 하얀 거인을 보았다는 진술과 열차 화장실 안에서 광대복을 입은 시체가 사라졌다는 진술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문제가 되었다.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는 모든 것이 판타지 같아 그저 괴담이라 생각하고 덮어둘 수도 있는 그런 실체도 없는 사건을 요시키가 파헤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되니 책 제목이 나메카와 이쿠오가 그동안 겪어온 일들에 대한 모든 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이 결코 무심하지 않다는 것을, 때론 약자의 편에 서서 어루만져 주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조선과 일본이 얽혀 있는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흑이면 흑, 백이면 백이라고 말하면서 살고 싶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힌 요시키의 절규가 가슴 깊이 남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조선과 일본이 얽혀 있는 역사에 대해 일본 사람이 글을 남겼다는 것도 의미있게 다가오는데 추리, 미스터리 장르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 소설에 이런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 한국인으로 감사한 마음까지 든다. 비록 요시키 한 명이지만 나메카와에게 있었던 일들이 조금은 이해받을 수 있어 다행한 일이다.  

 

그런데 사쿠라이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 알고 죽었을까. 사실 지금도 사쿠라이가 소비세 12엔을 내라며 끈질기게 나메카와를 따라간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사쿠라이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후원했던 겐다 씨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거나 자신의 화려했던 지난 날을 생각하며 지금의 현실이 고통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그 때 소비세에 연연하지 않았다면 좀 더 살았을텐데 만약 그랬다면 나메카와는 어떻게 사쿠라이를 죽였을까. 어찌 되었든 그녀를 가게 안에서 밖으로 끌어내는데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었을 것이다. 에효, 나메카와는 그동안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오랜 세월 감옥에서 보내는 것이 억울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요시키로인해 모든 것을 알게 된 것이 더 좋은 것일까. 그냥 소비세 때문에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알고 있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책을 덮고나서도 마음이 내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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