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 개정판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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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몇 번의 일요일들이 있었을까.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요일은 똑같이 스쳐지나간다. 그러나 그 일상이 모두 똑같지는 않다. 운명이든, 그 어떤 이름으로든 항상 다른 날들을 선사한다. 열심히 일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일요일, 그러나 이 책속의 다섯 편의 주인공들은 그리 편안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엄마를 찾아 나선 남자 애 두 명만이 이 다섯 편 모두에 등장해 이들의 일상이 결코 무의미 하지 않은, 어떤 특별함이 있는 듯 느껴지게 한다.

 

각 단편들마다 등장하는 배낭을 한 남자 애 두 명, 이 애들이 앞에 등장한 애가 맞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어느 시점에 다섯 편의 주인공들이 아이들이 만났던 시간을 떠올리게 되고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되는지 맞춰보게 된다. 뭘 특별히 의미도 없는데 이런 짓을 하게 되는 것인지. 아이들이 이동하는 곳에 있었던 주인공들의 일상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에게 놓여있는 지금의 상황이 더 불행해 보여 그렇게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애써 모든 것을 담담하게 바라보게 만든다고 할까.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나도 분명 그렇게 흘러가던 일상을 어딘가에서 헛되이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의견은 없이 쉽게 포기하고, 타인의 삶에 그대로 따라가 버리는 단편 [일요일의 운세]의 '다바타'. 그저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는 형이 다바타에게 한 질문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바타가 그리 행복하지 않다 생각했는데 형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었나 보다. "행복하냐?"고 묻는 형에게 다바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고 내린 결론은 특별한 것처럼 보이는 일상도 살아보면 별 것 아니다, 라고 결론지어 버리고 말았다. 다른 뜻이었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잘한 일이라면 우유부단한 다바타가 유일하게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나간 일이 엄마를 찾아 나선 남자 애 둘을 엄마의 집 앞까지 데려다 준 것이다. 그 후의 일을 아이들에게 맡겨 버리긴 했지만. 그가 한 일로 인해 이 아이들의 운명이 그리 나쁘게 흘러가지 않았다.

 

아, 한가지 말해 두자면 이 아이들의 일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면 된다. 단편 [일요일들]에서 이 아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알 수 있는데 계속 등장했다던 남자 애들 중 형의 귀에 걸려있는 귀걸이를 보면서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 의미 있는 날이 있을줄 알았다니까. 평범한 일상에 이런 감동이라도 없으면 어쩌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아직은 젊지만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두려운 나이에 접어든 '일요일들'의 주인공들. 휴일이면 드라마나 보며 시간을 보내는 나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무기력하고 열정 없는 모습들. 한숨 밖에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늘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간다. 소소한 행복이지만 살아가는 힘이 되어 주니까. '일요일들'의 주인공들은 누구나가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일요일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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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등급 그녀
진소라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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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아니 "행복은 등급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외치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고 있다. 왜냐구? 그러면 나도 그녀처럼 등급이 낮은 걸 들킬까봐. 그런데 솔직히 내가 고우신과 비슷한 등급이라고 말은 못하겠다. 고우신, 그녀는 너무 착하니까. 대책없이 착해서 딱 신데렐라다. 가족을 위해 순종하고 거기다 멋진 왕자님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산다. 그렇지만 그녀는 신데렐라와 다르다. 슬픔과 아픔을 스스로 이겨내고 자신의 짝을 스스로 찾으니까. 그럼 신데렐라가 아닌 건가. 좀 헷갈린다. 어쨌든 이런 막장 소재를 가지고도 이렇게 맛깔나게 버무려낼 수 있다니, 하고 깜짝 놀라는 사이 사람들의 옷을 다리미로 다리며 삶이란 무엇인지, 사랑이란 무엇인지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나의 마음속까지 고우신으로 가득 채워지고 만다.

 

가족들 안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고우신, 그렇지만 분명 그녀가 가족들을 왕따 시킨다. 상처만 주는 가족은 가족이 아니니까? 아닐걸. 언젠가 그녀의 가슴에 켜켜이 쌓여있던 원망이 무너져 내리는 날이 있을 것이란 승완의 말이 아니더라도 모질고 매정하게 엄마를 끊어내지 못하는 우신은 고훈이를 통해 가족들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는 중이다. 아니, 고훈이를 통해 엄마가 우신에게 한 걸음씩 다가온다. 고우신 가족의 이야기는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갈 법한 일들 투성이다. 드라마에 막장 소재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이들의 이야기에 끝까지 귀 기울이는 이유는 아무리 막장 소재라도 그 끝에는 화해와 행복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고우신이 민준과 헤어지고 승완을 사랑하게 되면서 갑자기 이야기가 시시해지긴 하지만. 주인공이 멋진 남자와 사랑에 빠지다니 진부한 멜로 드라마까지 더해져서 야!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삶이 쉽냐, 이렇게 소설처럼 쉽냐고.

 

엄마의 결혼식에서 사건을 일으키고, 민준의 결혼식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려다 포기한 고우신 너 왜 그러냐, 라고 물으면 "죽는다!"라는 말을 듣겠지만 그녀의 행동은 꼭 "나 좀 봐 달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들린다. 가족들에게조차 따뜻한 마음을 받지 못하는 그녀는 스스로 삶을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재고 따지는 감정 소모를 하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사는 것이 고우신답다는 철학으로 중무장한 채 삶에 자신을 맡겨 버린다. 그러나 오히려 무장해제 당한 것은 승완이다. 검사가 된 민준이 고우신을 차고 부잣집 여자와 결혼하고, 부잣집 여자와 결혼하려 했던 승완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고우신에게 온다. 땅에 발을 디디고 '사랑'을 하며 살겠다고.

 

정말 멋진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닌가. 16부작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본 것 같다. 그러나 여기에는 드라마속에 자주 등장하는 악인이 없다. 고우신의 엄마 신 여사? 아무리 나빠도 엄마인걸. 고우신을 버린 민준? 결혼하고 후회한 민준을? 승완과 고우신의 사랑을 계획된 것이라고 부르짖는 민준을 어찌 미워하라고.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갈 법한 일이 꼭 소설속에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죽을 때까지 살아보면 별 일을 다 겪을 것이다. 고우신 같이 멋진 남자를 만날 수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고우신처럼 살다보면 언젠간 좋은 일이 생기겠지. 그래서 삶은 멋진 거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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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 일루전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2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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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로즈와 스트리고이들과의 싸움을 보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뱀파이어 아카데미'에 이어 너무나 단조로운 일상을 지내는 리사, 로즈의 모습에 조금 지루하기도 했기에 가슴 뛰는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 내심 반가웠다. 비록 로즈에게 소중한 사람을 잃었지만, 로즈가 초보 수호인에서 성장하여 리사를 지키는 수호인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아카데미 내에서 보호받으며 지내왔던 리사, 로즈, 크리스티안을 밖으로 끌어낸 모로이들을 위협하는 사건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초보 수호인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모로이들을 살상하는 스트리고이들을 처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이 자신감은 미아, 메이슨, 에디를 스트리고이들이 출몰하는 곳으로 이끌었고 그 무모함으로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자신감이라기 보단 미아의 가족을 잃게 한 녀석들을 처치하고 싶은 정의감이라고 해 둘까. 어쨌든 너무 무모했다.

 

이 사건으로 로즈는 디미트리와의 사랑이 더 힘겨울 것이라 생각한다. 수호인으로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까. 수업을 들으며 머리속으로야 끊임없이 수호인의 임무에 대해 교육받아 왔지만 실제로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수호인으로서의 임무를 다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로즈는 엄마와 사사건건 대립하고, 디미트리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아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해 아주 아주 유치하게 행동하는(디미트리는 어리니까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 맞다고 했지만) 로즈에게 이번 사건은 여러모로 많은 의미를 부여해준 사건이었다. 디미트리를 무심하게 대하기 위해 메이슨을 이용한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스트리고이들과의 싸움에 좀 더 폭발적으로 대응했겠지만 로즈는 최선을 다했다. 동료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했다. 그렇다고 해도 고통과 슬픔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모로이들이 스트리고이들과의 싸움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크리스티안이 빨리 동료들이 탈출할 수 있게 마법을 사용했다면 큰 희생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미아, 크리스티안, 로즈는 에디가 스트리고이에게 피를 빨리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보아야 했던 자괴감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혈액공급자를 통해 피를 공급받고 댐퍼들이 지켜주는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던 모로이들이 그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스트리고이들에게 당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지금처럼 회의만 하다가는 더 많은 모로이들과 댐퍼들이 죽게 될 것이다. 우아하게 파티나 즐기지 말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카데미 같은 곳에서 수호인들과 함께 방어에 대해 배워야 한다는 리사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새드 일루전'에서는 디미트리의 활약이 너무나 미비하다. 로즈와의 사랑을 어쩌지 못해 자신의 감정조절에만 신경 쓰는 그의 모습은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작가가 로맨스 소설의 정석을 따르고 있겠지만 로즈와 디미트리, 리사, 크리스티안 등의 활약이 필요하다. 이들의 사랑이야기만 들려주는 너무 밋밋한 이야기는 그저 로즈의 성장소설이라는 생각만 들게 한다. 아직 다음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있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시기상조일지도 모르지만 인간들 세상과 다르게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세상은 우리와는 좀 더 다른 세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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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세트 - 전5권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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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와 볼드모트와의 대결은 아무리 운명이라고 해도 부모님이 볼드모트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홀로 남은 해리에겐 감당할 수 없는 큰 짐이다. 왜 해리 포터여야만 했을까. 그의 이마에 있는 번개 모양이 뭔가 그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만 가끔 볼드모트와 같이 어둠에 속해 있지 않는지, 악에 물들진 않았는지 마법부뿐만 아니라 나 조차도 의심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볼드모트와의 대결에서 살아남았지만 '불사조 기사단이 볼드모트와 대항한 사건'은 해리에게 가장 큰 고통을 준다. 다시 똑같은 질문을 던져 보자면 꼭 해리 포터가 아니어도 되지 않았을까. 불사조 기사단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었을까. 늘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해리 포터가 있다. 왜 꼭 해리여만 했는지에 대한 답은 덤블도어가 말해주지만 해리의 슬픔이 너무 커서 감히 이 모든 것은 이미 예전된 '운명'이라고 말할 수 없게 한다.

 

해리에게 호그와트는 더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마법부 직원인 엄브릿지가 이곳에 부임해 오면서 해리의 신변은 늘 위태롭다. 말포이와 그의 일당들만 제외하고 아니 필치까지, 엄브릿지를 대단히 환영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엄브릿지를 환영하지 않지만 그 놈의 마법부에서 들먹이는 법률이 왜이리 많은 것인지 덤블도어조차도 감히 상대가 되지 못한다. 뭔가 방법을 떠올리겠지, 믿어 봤지만 덤블도어와 맥고나걸은 손을 놔 버린 듯 하다. 좋아, 그럼 할 수 없지. 지금부터 호그와트의 아이들은 스스로 자신을 방어하는 수 밖에 없다. 어둠의 마법 방어술을 배우기 위해 해리 곁으로 모여든 아이들은 이제 불사조 기사단도 무섭지 않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와 돌'로 처음 만났던 그 때보다 그동안 해리는 많이 자랐다. 영화에서 보면 그의 성장을 직접 볼 수 있으나 책은 내가 그릴 수 있는 상황이 나의 머릿속에서 그려지기때문에 나에게 해리 포터는 늘 처음 만났던 그 모습을 하고 있다. 왜 해리의 성장을 거부하는 것일까. 그가 언제까지나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기를 바란다는 것은 모순된 생각이긴 하지만 해리 포터가 어른이 되는 것이 싫다. 성인이 된 해리 포터와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것이란 생각때문일 것이다. 영원히 우리들 곁에 남아 있길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그의 성장을 멈추게 했다. 그러나 호그와트를 졸업한 후의 장래 문제에 대해 맥고나걸 교수와 진지하게 상담을 하는 해리를 보니 모든 것이 나의 욕심임을 알겠다. 그는 볼드모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실력뿐 아니라 사랑도 할 수 있는 여엇한 성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론은 여전히 횡설수설하고 헤르미온느는 여전히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다. 헤르미온느는 때론 교칙을 어기면서 해리를 돕기도 하는 등 모험심이 강하지만 이들이 멋져 보이는 것은 해리를 믿고 목숨도 내어 놓고 함께 하는 것이다. 무작정 해리를 믿고 함께 움직이는 이들이 있어 해리가 더 빛나 보인다. 네빌, 지니, 프레드, 조지, 루나도 마찬가지. 이들이 없었다면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이라는 책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말포이는 더 자라면 볼드모트의 편에 서서 해리 포터와 싸울 것이나 상대는 되지 않을 것이고 해리의 곁에는 친구들과 그를 지켜주는 덤블도어와 '불사조 기사단'들이 있으니 다음에 볼드모트가 힘을 키워서 다시 찾아오게 된다고 해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뭔가 또 소중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르지만.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에서는 '죽음'이 자주 등장한다. 죽음을 겪어본 사람은 세스트랄이 보이고 볼드모트와 싸우게 되면 죽는 사람이 생긴다. 선과 악의 대립은 이 세상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겠지만 볼드모트에 힘에 비해 아직 해리 포터의 힘이 미약해서 그 싸움의 공정성을 본다면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거기다 엄브릿지와 말포이, 해리의 이모와 이모부, 두들리가 괴롭히기까지 하니 볼드모트와 목숨을 건 싸움을 해야하는 해리에겐 모든 것이 공정하지 않다 여겨질 것이다. 그러나 나는 훗날 해리 포터가 볼드모트를 멋지게 해치울 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으로 이렇게 험한 길을 함께 해 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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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5-16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명록 보고 왔어요 ^^
정말 오랜만이네요 학진사랑님! 여전히 책 읽고 글 남기시는 모습 보니까 괜히 친근하고 그러네요. 저도 앞으로 자주 찾아와서 조그만 흔적 남길게요! 서평단 활동이 재미있기는 했지만, 조금 더 자기 스스로에게 성실한 독서를 하는 것이 필요한 시간인 것 같아요. 그럼 안녕히! :)
 
우리도 화장실에서 똥 눌까?
안야 프뢸리히 지음, 게르겔리 키스 그림, 유혜자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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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숲 속에 사는 동물들은 파란 화장실을 사용해라. 이런 말을 전해준 사람은 없지만 말없이 관리인 아저씨가 숲 속에 이동식 파란 화장실을 놓고 갔으니 이제부터 숲 속 아무데나 똥을 누지 마라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 상황이 황당해서 반항할 동물들도 있으련만 착한 곰돌이 하르트, 할머니 부엉이 율리아나, 여우, 토끼 엘리노어, 맷돼지 그룬처 박사, 고슴도치 페터는 순서를 지키며 한 번씩 화장실을 쓰려고 노력한다. 신기하기도 하지만 다른 동물들이 시원하게 볼일을 본듯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나오니 도저히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을 순 없는 상황. 그런데 동물들의 속마음은 어떤지 들여다 보면 재밌다.

 

모든 동물들이 불편감을 조금씩 느끼지만 곰과 사슴, 고슴도치는 이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많다. 이동식 화장실이 좁아서 사용하기가 불편한데다 고슴도치에게는 변기가 너무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건 뭐 암벽등반이라도 해야 할 지경이다. 무엇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모든 동물들이 겪는 '변비'일 것이다. 본래 누는대로 안누고 새로운 곳에서 볼일을 보려니 아무리 쥐어 짜도 나오지 않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변비'가 아닐까. 그래도 이 변기를 잘 사용할 수 있는 동물들을 찾아보니 토끼가 잘 맞겠다. 그런데 토끼는 평소에 엉덩이를 풀에 대고 살짝 흔들어야 똥이 잘 나오는데 이것을 할 수 없어 문제란다. 에효, 그럼 또 누가 있나. 휙휙 둘러보니 여우가 괜찮겠는데 이녀석도 다른 동물들처럼 똥을 눈것처럼 만족스러운 얼굴로 나오지만 보니까 꼬리가 물에 젖어 있는 게 실패한 모양이다. 그럼 이 파란 화장실은 누가 사용해야 할까.

 

숲 속에 파란 화장실은 놓다니, 누가 이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까. 그런데 이게 아주 독특한 상황이긴 하지만 꽤 재밌는 상황이다. 계속 이런 상태로 놔 뒀다면 숲 속 동물들의 생활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이 상황을 잘 해결하려면 파란 화장실을 없애는 게 중요한데 관리인 아저씨가 동물들의 습성을 빨리 파악해 파란 화장실을 가져가 버려 다행이다. 그러지 않았다면 동물들은 서로 눈치를 살피고 거짓말을 하며 몰래 똥을 눠야했을테니까.

 

아, 그런데 강아지 헥토르의 발에 신겨진 장화는 누가 준거지? 숲속에 설치된 이동식 파란 화장실 바닥에 있던 건가 하고 생각했다가 떠오르는 생각! 관리소에 사는 강아지 헥토르가 발에 똥을 묻혀 온다는 글이 생각났다. 관리인 아저씨가 줬구나. 파란 화장실을 숲에 설치하게 된 계기는 헥토르가 똥을 자꾸 묻혀와서 냄새가 나서였는데 진작 이렇게 헥토르의 발에 장화를 신겼으면 문제가 빨리 해결되었을지도 모르는데 공원 관리인 아저씨는 그동안 일을 크게 만들었구만. 그래도 동물들은 이 일로 잠시 즐거웠으니 되었다. 키도 제각각, 식성도 제각각, 똥을 누는 방법도 제각각인 숲속 동물들이 어떻게 인간들이 사용하는 변기 뚜껑이 있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었겠는가. 공원 관리인 아저씨 참 생각이 기발하다. 상상력이 많으신 건가? 그런데 공원 관리인 아저씨도 맷돼지 그룬처의 꾀에는 못 당할 것이다. 숲속 동물들중에 이 상황을 가장 잘 이용한 맷돼지 그룬처 박사의 꾀는 이 책에서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도 있어 큰 웃음을 선사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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