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 - 신들의 보물에서 반지전설까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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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이다. 무지개? 어렸을 적 무지개의 일곱빛깔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외울 정도로 되뇌었지만 정작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비온 뒤 맑게 개인 하늘에 뜨는 무지개를 왜 못 본 것일까? 지금은 아마 공기오염도가 심각하여 보지 못하겠지만 신들이 살던 그 시대엔 무지개를 선명하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신의 세계인 '아스가르트'로 가는 다리라는 것을 누가 알기나 했을까. 인간은 건널 수도 없지만 막상 건넌다 하여도 파수꾼인 '하임달'에게 꼼짝없이 붙들릴 것이다. 혹 그곳의 1분이 현재의 100년은 아니겠지? 내가 '전설의 고향'을 너무 많이 본 모양이다. 그래도 그곳에 가고자 하는 사람은 잘 알아보고 가기 바란다. 현재에 돌아왔을때 아는 인물이 하나도 없으면 슬플테니까.  

그리스 로마 신화라면 '제우스'신을 비롯하여 여러 명의 이름을 들어봤으나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생소하기 그지 없다. '오딘, 토르, 프라야, 로키' 등 어떻게 이렇게 아는 이들이 없을까. 여기에 등장하는 신들 중 '오딘'은 그 서열이 '제우스'쯤 된다. 모든 세상을 굽어보고 모르는 것이 없으니 따분하기 이를데 없는 신들의 세계일 것 같으나 말썽꾼 불의 신 '로키'로 인해 사건이 끊이지 않아 골치를 썩는다. 로키로 인해 다른 신들이 세상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니 영화로 본다면 아마 '로키'는 비중있는 조연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불로장생의 비법이라도 알아 낼 수 있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들 사람들 많을 것이다. 물론 나도 죽음에 대한 공포때문에 거기에 기꺼이 동참한다. '신'의 영역에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탐나기도 하지만 영원성을 지닌 생명 때문에 그 능력을 갖고 싶어하게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이들 신들도 나이를 먹고 소멸을 한다. 믿기지 않는가? 태초에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도 소멸하는 것이다. 인간과 다르게 아주 아주 더디게 나이를 먹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그들도 신들의 최후인 '라그나뢰크'를 예견하면서도 막을 수가 없는 것이다. '신'이 못하는 일도 있다니 참 아이러니 하지 않는가. 물론 죽음 너머의 삶도 알고 있는 그들이고 보면 그리 두렵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바네 신들과의 전쟁에 이겨서 얻은 기득권을 놓아버리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방대한 양으로 인해 몇편의 내용을 기억하기도 힘들었으나 북유럽 신화는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내용이 전개되는 듯 하여 그 울타리 안에서 더 가깝게 다가오는 듯 하다. 물론 저자의 반복적인 설명으로 이해력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이 반복성으로 인해 글의 흐름을 방해하여 책 읽기의 즐거움을 잠시 늦추게 되기도 했다. 북유럽 신화를 찬찬히 읽다 보면 '반지'를 주제로 다루는 내용이 간간히 등장하게 된다. 욕망을 대변하는 '반지'의 존재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기도 하나 '지니고 있으면 죽게 된다'는 저주에도 불구하고 반지를 갖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는 모습은 지금의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헛웃음이 나오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물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이 저주 받은 반지가 어떻게 영웅 지구르트의 손에 가게 되는지 궁금한 분이라면 빨리 이 책을 펴보길 권한다. 시공을 초월한 장소에 내가 서 있음을 느낄 땐 이미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을 것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은 없지만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드는 신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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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유리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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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단어는 하나뿐이지만 각자가 가슴속에 품고 있는 사랑의 유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금지된 사랑, 삐뚤어진 사랑, 학대하는 사랑, 상처만 내는 사랑 등 이름을 붙이자면 이름만 듣고도 슬퍼지는 단어들이 제목을 장식할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랑의 유형도 혼자하는 짝사랑이 아닌 둘이 하는 사랑이지만 육체적인 사랑만이 있을뿐 가슴떨리는 사랑의 존재는 없다. 왠지 여자들에게 불리한 것이 사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왜냐구? 여기에 표현된 8가지 사랑의 형태는 남자보다 여자가 사랑이라는 단어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다. 참 쉽지 않은 사랑이다. 힘든 사랑을 하지만 왜 그런 사랑을 하게 되었는지 이유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세상에 존재하는 사랑의 유형들이라 이게 뭐냐고 말 하지도 못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온통 핑크빛이다. 하지만 영원한 사랑은 없기에 그 끝이 결코 핑크빛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나이가 많이 들어서 그렇게 보이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거꾸로 보이니 말이다. '사랑'이면 '사랑' 이것 하나만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랑의 유형중 불륜인 내용도 있지만 이건 사랑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들의 사랑에 마음이 아프기 때문이다. "빠지다"라는 제목을 봤을때 조건 없이 오로지 한가지에 빠지게 되는 것을 표현한 책인줄 알았는데 완전 속아버렸다. 무엇에 빠진다는 것일까? 어쩌면 나는 현실을 생각하고 계산해서 선택하는 사랑을 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사람들은 계산하지 않고 그 상황만 생각해서 빠져들기에 이렇게 제목을 정했는지도 모른다. 주변상황이 보이지 않을때 '빠진다'는 말을 할 수 있을테니까. 

어떤 사랑이든 그 주체는 우리 자신이다. 책임질 수 있는 사랑만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랑하고 그 사람과 결혼했다고 해서 올바른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엔 현실에 타협하고 지극히 평범해지는 사랑 앞에 가슴 절절한 시절이 있었다고, 열정이 있었다고 말한들 그 사랑의 색깔은 퇴색되어 버린걸. 책임진 사랑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기 있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여기에 나오는 사랑이 옳다고 말하지 않는다. 책임지지 않은 사랑에 대한 결말, 권선징악의 구도는 여기서도 나온다. '간통'이라는 죄를 지어 배우자의 저주로 죽지 않게 된 그녀와 도우타. 그녀가 화자가 되어 도우타와의 일을 이야기 하고 있다. 5백년쯤 같이 살았다. 불로장생의 길이라 부러운 사람도 있겠지만 이들에게는 끔찍한 천형이다. 자식이 늙어서 죽는 것을 봐야만 하는 느낌이 어떻겠는가. "세상에 이런일이"나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지만 분명 몸은 죽음의 길에 들어갔는데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때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사랑이 되고 옛것을 보면 그저 추억에 잠기게 된다.  

5백년 같이 살게 되면 어떨까? 몇십년도 같이 살지 못해 바람이 나고 배우자는 '가족'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사람들에게 5백년쯤 같이 살라고 하면 아에 "날 죽게 해 달라"고 외쳐댈지 모른다. 불로장생의 기쁨을 누릴 수나 있을까. 그러고 보면 죽지 않는 벌을 받은 그들은 몇백년을 함께 살아야 하는 벌을 추가로 받게 되는 것이겠지. 사랑의 느낌도 퇴색된채 말이다. 어떤 사랑의 모습보다 더 가슴절절하게 느껴진다. 내 사랑의 유형은 앞으로 어떻게 펼치지게 될까. 아니 어떻게 변질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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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서돌 직장인 멘토 시리즈
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 / 서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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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회사동료들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고 있는 지금 회사를 '제 2의 가정'으로 생각하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생각해 본일이 있는가? 따뜻한 동료애, 친밀한 상사와의 관계속에 녹아들었던 나의 마음이 타인에게 감시당하고 인사고과에 반영이 되고 있었다면? 정시에 퇴근하고 꼬박꼬박 쉬는날을 찾아 챙기던 당신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을 때 상사들은 당신을 감시하고 있었을 것이다. 정말 가슴섬뜩한 일이 아닌가? '정직'을 사내규범으로 제시하는 곳에서 계약을 체결할때 이 정직성으로 인해 계약이 깨어졌다면 상사에게 이렇게 보고 할 것이다. "난 회사 규범대로 정직하게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러면 어느 순간 당신은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나 전혀 낯선 새로운 일을 부여받거나 정리해고 등등의 이유로 회사가 어렵다고 나가 달라는 말을 듣게 된다. 

회사는 오로지 능력으로 승부하는 세계라고 알고 있는 사회 초년생들은 이 책을 필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회사의 '문지기'와 적이 되면 안된다. '문지기'인 직장 상사의 능력이 아무리 하잘것 없이 보여도 그는 소위 윗분들에게 회사를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신뢰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준 결과 그 자리에 앉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능력없는 상사의 험담을 해서 쫓겨나는 것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당신이 무능력해서 아니면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내보내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능력의 특출함을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는 상사가 바라보는 시선인 것이다. 바쁘신 윗분들은 당신이 어떻게 일하는지 일일이 챙길 시간이 없다. 승진할 사람을 뽑는 과정에서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라고 당신의 직속상관에게 물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고 보면 사회는 참 냉혹하게 느껴진다.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가 아닌 나역시 무능력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던 그저 그런 한명의 직원이었기 때문에 참 서글퍼진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회사 생활이 눈앞에 그려져 기분은 한층 우울해지고 이 책대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조심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새로운 직장에 입사해서도 예전의 버릇들을 타파할 수 있을까 자문 해 보지만 "쉽지 않다"는 결론만 보일뿐이다. 상사는 오로지 나의 적이라는 명분아래 아니 이런 명분을 누가 정했는지 모르지만 왜 상사와 부하직원은 조화를 이룰 수 없는지 직원들은 모였다 하면 상사의 험담을 하기 바빴고 나역시 똑같이 느끼는 감정들을 토로함에 공감을 하며 동참했던 것이다. 회사에 타협하는 무능력한 상사를 욕한다고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자위했던 것이다. 결과는? 물론 "절이 싫어 중이 떠나는 것"이지만 소송에 휘말리지 않으려는 회사의 책략에 난 진 것이다. 나의 화를 돋구어 "도저히 못 다니겠다. 나의 능력을 알아주지 않다니"하면서 사직서를 던지고 문을 박차고 뛰어나온 나는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지 않은 타 회사들을 전전하며 세월을 보냈다.   

사직서를 던질때는 나름 통쾌했다. 하지만 그때뿐. 또 이력서를 들고 면접을 보러 다닌다는 것은 심적 부담이 크다. 다음 직장을 구해 놓고 나오라는 말을 많이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며 어찌 면접을 보러 다니나. 쉽지 않다. 다른 직장에 들어가기전 공백기간은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시기가 된다. 빵빵하던 나의 자존심은 어디로 갔는지 예전 회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라니. 헛웃음이 나온다. 내가 CEO라면 회사를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CEO의 위에도 이사회가 있듯 모든 자리에 그 윗선이 있기 마련이라 어깨에 놓여진 책임감은 막중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임감의 중압감을 뛰어넘어 멋진 인생을 살고 싶지 않은가. 평생을 말단 직원에 머물러 있지 않고 도약하려면 나는 CEO가 생각하는대로 바뀔 필요가 있다. 내가 CEO라면 당신같은 사람을 채용할 것인지 자문해 보자. 나? 물론 나도 마찬가지로 자문해 봐야지. 

사적인 이야기는 회사밖에서 하고 책상위를 나의 취미생활과 가족사진으로 도배하지 않으며 상사보다 15분 일찍 출근하여 15분 늦게 퇴근하는 마음가짐, 내 업무 외에 타인의 업무를 도와주는 자세는 인사고과에 점수를 높이는 길임을 이제는 안다. 사적인 통화는 가급적 하지 않는것이 좋겠지만 해야할 상황이 온다면 짧게 아주 짧게 하기를.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회사는 편안한 가정이 아니라 분명 전쟁터인 것이다. 스파이전을 방불케 하는 전쟁터에 당신이 서 있다는 것을 늘 마음속에 새기기 바란다. "어려운 상황에 있지 않냐"는 달콤한 말에 결코 현혹되지 말고 메일 조차도 회사에서는 검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분일초 촌각을 다투는 현실에 있음을 늘 가슴에 꼭꼭 새기기 바란다. 자 이제 변화될 준비가 되었는가? 그럼 가슴을 쫙 펴고 전진 해 보자. 가까운 미래에 당신은 당신의 이름을 걸고 회사의 CEO가 되어 있을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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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읽어볼 만하지만 잘 받아들이기 바라는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9-26 13:56 
    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50가지 비밀 - 신시야 샤피로 지음, 공혜진 옮김/서돌 전반적인 리뷰 2007년 9월 26일 읽은 책이다.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아 술술 읽혀 내려간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거나 해봤던 사람들은 이 책에서 언급하는 내용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보면서 고개를 끄덕 거릴 수도 있겠다. 회사가 표방하는 가치 이면의 숨겨진 얼굴을 여지없이 드러내보여주는 듯 하는 고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다. 만약 그런 고발들로만 이..
 
 
 
300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글.그림, 린 발리 채색,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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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여 돌진하라"

돌진을 외치는 고함소리가 내 귓가에 울리는 듯 하다. 잔인한 학살 피튀기는 전쟁의 상황들을 긴박감 있게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스파르타인 300명이 페르시아인들을 물리쳐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전쟁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는 싸움이라고 생각하며 임하지도 않았다. 단지 이유는 하나.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겨우 300명으로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소설 "불의문"을 통해 스파르타를 지키다 죽은 300명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으나 상상하던 내용을 이렇게 그림으로 대하게 되니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전쟁터의 참혹한 모습 뒤에 전쟁의 참화를 겪게 될 남은 스파르타 인들이 그들 뒤에 보이는 것이다. 실제 있었던 전쟁이고 나처럼 숨을 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기게 그들이 겪었을 아픔에 마음이 스잔해진다.  

결말이 어찌 될지 알고 보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불구덩이 속으로 가지 말라"고 소리쳐 부르고 싶지만 역사는 소용돌이 속에 그 끝을 향하여 어김없이 달려가는 것이다. 크세르크세스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않고 스파르타인에게 죽어야 할 바를 가르쳐 주는 레오니다스. 약하고 병들어 태어나는 아이는 버려지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스파르타인은 전쟁에 임하는 모습 또한 강인하다. 기형적인 모습을 한 스파르타인인 에피알테스를 버리는 레오니다스의 모습은 비정하기까지 하지만 방패로 막아 왼쪽에 있는 사람을 지켜주는 곳에서는 곱추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나약하기 이를데 없는 인간의 마음이란. 간사한 그의 마음이 향한 곳은 짐작하겠지만 역시 신이라 불리고 싶은 크세르크세스에게로 간다. 일어서라 명하는 레오니다스의 말에 따를수가 없어 그가 선택한 곳은 적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라 어디나 있기 마련인 이 캐릭터를 보니 헛웃음이 흘러 나온다. 전쟁이 나면 동포의 손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이 많고 또한 적국의 앞에 서서 길 안내를 맡는 것을 우리네 역사속에서도 많이 봐 오지 않았는가.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는 현대에 전쟁이 나면 어찌될까? 아마 앉은자리에서 죽게 될 것이다. 이책에서 처럼의 전쟁터 모습인 칼과 창, 방패를 쥐고 고전적인 전투를 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적과 마주하고 창을 맞댈 수 있다면 전쟁의 양상을 바꿔볼 수도 있을텐데 현대전은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 살상을 당하게 될테니 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온갖 첩보전, 정보전을 방불케 하는 현대판 전쟁 영화들을 보면 가슴 섬뜩해지고 인간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지만 그날 뜨거운 문에서의 전쟁터에선 스파르타인 300명이 싸우고 죽어가면서 남기고자 한 것이 있다. 이날의 일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 아주 용감히 싸우다 죽었노라고. 목숨을 바쳐 지켜내고자 했던 것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외침이 아닐 것인가. 내 조국을 위해 싸운 것은 아니지만 내 나라 역사이야기도 아니건만 왜 나의 가슴이 이토록 뜨거워지는 것일까. 두 주먹 불끈 쥐고 그래 "기억해 두겠습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어진다. 

최근 이 이야기가 극장에 개봉한다고 하니 꼭 가서 그들과 함께 숨쉬며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알아가고 싶다. 그들의 희생을. 영화 "트로이"보다 더한 감동을 선사해 주는 시간들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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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내 인생을 위한 아름다운 반항 생 텍쥐페리의 행복어 사전 2
최복현 지음 / 이른아침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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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항'이라는 말을 들으면 부정적인 의미가 많이 생각난다. 청소년기에 사춘기를 겪으며 한차례 반항을 하고 20살 대학을 들어가면서 두꺼운 책 옆에 끼고 뭐가 그리 잘났는지 사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캠퍼스를 누볐다. 그런데 아름다운 반항이라. '반항'이라는 단어가 '사랑'이라는 단어만큼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이 책을 통해 나도 남들과 다른 특별한 삶을 살아보고 싶은가 보다. 집안에서 늘 부모님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하고 억압된 생활을 해 왔던 이땅의 많은 '자식'이라고 이름 붙여진 사람들이 "인생 제대로 살아보자"고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것은 아닐지. 나에게 유일하게 아름다운 반항이라 이름붙일 수 있는 건 내 인생을 놓고 제대로 반항해 보고 싶은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작품 가운데 몇몇의 글들을 옮겨놓고 이에 대해 저자의 사색의 경험을 덧붙인 형식의 글은 내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말들이 아니다. 철학적이고 심오한 단어들의 연속된 글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이유있는 반항의 근거들은 찾을 수가 없다. 내 안에 너무나 많은 길들이 만들어져 있어서일까. 아니면 타인이 낸 길들이 많아서일까. 가슴에 바늘끝하나 들어갈 틈이 없이 맘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삶을 살면서 조용히 앉아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생의 '오아시스'를 찾아가는 길은 힘들게 느껴진다. 잡을 수 있지만 가까이 있지 않는 '오아시스'의 존재는 마음속에 무수히 많은 '나'의 존재들이 뒤엉켜 싸우는 공간속을 탈출하여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인생의 종착지 같은 개념을 가진다.  

자유를 원하지만 어딘가에 소속되었을 때 안도감을 느끼는 인간들의 부조리 속에서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기란 참으로 힘이 든다. 억압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답답하다'고 노래를 부르고 늘 일탈을 꿈꾸는 것이다. 규범속에 얽매어 있는 '나'는 소속되어 있긴 하나 소속된 공간을 좀 더 넓혀 보고자 반항을 한다. 이 속에서만이라도 진정한 '나'를 찾고 싶다고 말이다. 자유를 얻기 위해서 난 무엇을 희생해야 할까. 끝없는 욕심에 어느 것 하나 내어 줄 생각이 없는 나의 양심은 자유도 거저 얻고 싶어한다. 육체적인 구속보다 정신적인 구속을 못견뎌 하여 머릿속으로부터 자유로운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고 싶어하는 것이다. 정해진 길을 따라 걷고 규격화된 삶에 안도하며 살아온 세월들에 사로잡혀 잊고 있던 자유라는 날개를 펼쳐보고 싶다.   

인생은 반항이다. 살아감에 있어 모든 문제들이 반항을 하지 않으면 얻을 수가 없다. 선택을 해야하는 길에 서도 왜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버려진 길에 대해 늘 후회를 하며 돌아보게 된다. 조그만 사건 하나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하듯 숨쉬고 살아있는 상태에선 모든게 반항인 것이다. 이기심이 배제된 반항이 아름다운 반항이라 할 수 있다면 내가 버린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소신있게 인생을 사랑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반항일 것이다. 일탈을 꿈꾸고자 기대감을 가지고 읽은 나에게 모든 명제가 소소한 반항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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