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글.그림, 린 발리 채색,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스파르타여 돌진하라"

돌진을 외치는 고함소리가 내 귓가에 울리는 듯 하다. 잔인한 학살 피튀기는 전쟁의 상황들을 긴박감 있게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스파르타인 300명이 페르시아인들을 물리쳐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전쟁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는 싸움이라고 생각하며 임하지도 않았다. 단지 이유는 하나.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국을 지키기 위하여 겨우 300명으로 이 자리에 선 것이다. 소설 "불의문"을 통해 스파르타를 지키다 죽은 300명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으나 상상하던 내용을 이렇게 그림으로 대하게 되니 또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전쟁터의 참혹한 모습 뒤에 전쟁의 참화를 겪게 될 남은 스파르타 인들이 그들 뒤에 보이는 것이다. 실제 있었던 전쟁이고 나처럼 숨을 쉬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기게 그들이 겪었을 아픔에 마음이 스잔해진다.  

결말이 어찌 될지 알고 보는 것은 잔인한 일이다. "불구덩이 속으로 가지 말라"고 소리쳐 부르고 싶지만 역사는 소용돌이 속에 그 끝을 향하여 어김없이 달려가는 것이다. 크세르크세스의 달콤한 말에 현혹되지 않고 스파르타인에게 죽어야 할 바를 가르쳐 주는 레오니다스. 약하고 병들어 태어나는 아이는 버려지는 혹독한 훈련을 통해 성장하는 스파르타인은 전쟁에 임하는 모습 또한 강인하다. 기형적인 모습을 한 스파르타인인 에피알테스를 버리는 레오니다스의 모습은 비정하기까지 하지만 방패로 막아 왼쪽에 있는 사람을 지켜주는 곳에서는 곱추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나약하기 이를데 없는 인간의 마음이란. 간사한 그의 마음이 향한 곳은 짐작하겠지만 역시 신이라 불리고 싶은 크세르크세스에게로 간다. 일어서라 명하는 레오니다스의 말에 따를수가 없어 그가 선택한 곳은 적에게 무릎을 꿇는 것이라 어디나 있기 마련인 이 캐릭터를 보니 헛웃음이 흘러 나온다. 전쟁이 나면 동포의 손에 의해 죽어가는 사람이 많고 또한 적국의 앞에 서서 길 안내를 맡는 것을 우리네 역사속에서도 많이 봐 오지 않았는가.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는 현대에 전쟁이 나면 어찌될까? 아마 앉은자리에서 죽게 될 것이다. 이책에서 처럼의 전쟁터 모습인 칼과 창, 방패를 쥐고 고전적인 전투를 할 기회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적과 마주하고 창을 맞댈 수 있다면 전쟁의 양상을 바꿔볼 수도 있을텐데 현대전은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 살상을 당하게 될테니 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온갖 첩보전, 정보전을 방불케 하는 현대판 전쟁 영화들을 보면 가슴 섬뜩해지고 인간애는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도 없지만 그날 뜨거운 문에서의 전쟁터에선 스파르타인 300명이 싸우고 죽어가면서 남기고자 한 것이 있다. 이날의 일을 기억해 주길 바라는 마음, 아주 용감히 싸우다 죽었노라고. 목숨을 바쳐 지켜내고자 했던 것들을 잊지 말아 달라는 외침이 아닐 것인가. 내 조국을 위해 싸운 것은 아니지만 내 나라 역사이야기도 아니건만 왜 나의 가슴이 이토록 뜨거워지는 것일까. 두 주먹 불끈 쥐고 그래 "기억해 두겠습니다"라고 말해 주고 싶어진다. 

최근 이 이야기가 극장에 개봉한다고 하니 꼭 가서 그들과 함께 숨쉬며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알아가고 싶다. 그들의 희생을. 영화 "트로이"보다 더한 감동을 선사해 주는 시간들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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