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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막스 뵘에게 돌아오지 않는 황새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요청받은 루이, 그러나 그가 떠나기전 막스 뵘이 죽게 된다. 조류학자로 생각되던 막스 뵘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황새를 찾는 것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루이,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하나씩 실체가 드러날수록 놀라게 된다. 막스 뵘에게 돈을 받고 황새를 관찰하던 사람들 중 몇 명이 죽은 것을 알게 된다. 공통점은 심장이 적출당한 것. 이 책의 뒤에 보면 루이가 떠나기전 뵘도 심장을 적출당한채 죽임을 당했다고 되어 있지만 거기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심장이식을 받은 수술자국이 있다는 것을 알아 내고 그 연관성을 찾으려 할 뿐이다.
뵘의 사건을 파헤치는 경찰 뒤마로 인해 뵘이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감독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이아몬드를 훔치려한 사람을 가혹하게 처벌했던 뵘을 보며 조류학자로 생각되던 그가 어떤 얼굴로 살아왔는지, 그 끔찍함에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다. 황새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어떤 임무를 가지고 이동했는지 책을 읽으면 금세 알 수가 있다. 단지 이 사건은 "세계는 하나"라는 조직이 마취도 하지 않은채 심장을 적출해 가는 사람과 관련되어 있어 또 다른 사건의 축으로 등장함으로써 그 긴장감을 높이게 된다. 루이는 막연하게나마 자신이 이 일을 맡게된 어떤 운명적 느낌을 갖게 된다. 부모님과 형이 아프리카에서 죽은 그 시점이 기억나지 않지만 그 기억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떤 힘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심장이 적출당한채 죽은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파헤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받은 상황에서 루이는 왜 이렇게 이 일에 집착하는가. 최근에 죽은 '고모운'이라는 아이의 시체를 검시하면서 이 아이도 심장을 적출당했다는 사실과 이때까지 심장이 적출당한 사람들의 조직 적합 항원 유형이 같음을 알게 되어 이로써 사람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세계는 하나"라는 단체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세계는 하나" 단체를 이용하여 그 정보를 빼내는 자, 심장이식수술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자를 찾기 위한 루이의 목숨을 건 모험이 시작된다.
양어머니 넬리에 의해 자신에 대해, 그리고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는 루이, 자신이 짐작하던 그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피에르 도와노를 죽이고자 그를 찾게 된다. 이쯤되면 루이가 왜 이 일에 집착했는지 이 일을 왜 파헤칠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황새와 심장을 적출당해 죽은 사건에 대한 연관성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면서 조금 생경스럽다. 황새는 부차적으로 등장할뿐이고 이 거대한 사건의 주범은 피에르 도와노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음을 알게 되어 그간의 지루했던 여행의 종지부를 찍게 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부족하여 갑갑한 마음마저 들게 된다. 독자들의 시선이 분산되고 루이가 이 일을 파헤치게 되는 운명적 끈은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게 되어 두권을 읽으면서 두 사건들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산채로 심장을 적출하는 것을 보며 내 자신이 그 칼끝에 서 있는 듯 얼마나 끔찍하고 두려웠던가. '악'의 실체를 이런식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역시 불편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