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을 날아서
프랜시스 하딩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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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장르의 책은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그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해도 나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 세계로 함께 떠날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세상은 이름도, 역사도 너무나 생소해서 오롯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한가지 예를 들어 본다면 여기에 새잡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신성한 문헌의 관리인을 새잡이라 한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새를 잡는 사람으로 인식하여 책을 읽고 이해하는게 쉽지 않았다.

 

자 이제 맨들리온을 다스리는 공작과 그의 여동생 레이디 타마린드가 등장하고 열쇠장이 길드, 출판업자 길드, 뱃사공 길드가 나오는 "깊은 밤을 날아서" 세계로 들어가 보자. 출판업자 길드의 인장이 찍혀있지 않은 문헌은 이단으로 취급되어 불태워지는 세상에서 모스카가 아버지 퀼럼 마이에게 글을 배운건 누구나 깜짝 놀랄 사건이다. 아버지에게 맨들리온에 있는 누더기 학교에 대해 들은 뒤로는 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배우고 싶은 소망을 가지게 된 모스카. 모스카가 거위 사라센, 클렌트와 함께 맨들리온까지 함께 떠나게 된 것은 그녀가 원하는 끝없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니 그 어떤 역경에 부딪혀도 모스카라면 잘 해결해 나갈 것이다.

 

레이디 타마린드를 만나 그녀에게 출판사 길드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겠다 약속하는 모스카, 출판사와 열쇠장이 길드의 중심에 어느새 모스카가 있게 된다. 모스카의 정보로 인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길드들의 세력다툼이 생기고 결혼의 집 클렌트의 숙소에서 선장 파트리지의 시체를 처리하는 클렌트의 모습을 본 뒤로 모든 사건들이 뒤죽박죽 되어 버린다. 영리한 모스카는 경찰보다 더 뛰어난 추리로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데 그 용기가 대단하다.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 모스카가 있고 그녀가 모든 사건의 열쇠를 쥐고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아이가 모든 사건을 처리해 나가는 과정이 너무 생소하게 느껴진다. 책읽기가 금지된 세상에서 글을 깨우친 모스카가 어떤 모험을 하게 될까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권력다툼속에 내던져진 모스카의 모습이 낯설게 다가와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각 길드들은 서로를 견제하며 균형있게 살아왔다. 하지만 맨들리온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을 느끼며 전쟁에 돌입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이르게 되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열두 살 모스카는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 계속 모험을 하며 끝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길 원하기에 모든 일이 해결되고 난 뒤에도 맨들리온에 정착하지 않는다. 사기꾼 클렌트와의 더 큰 모험을 기대하며 발걸음을 떼어놓는 모스카를 보며 또 다른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나 또한 마음이 잔뜩 부풀어오르게 된다.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이지만 전혀 아이같지 않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모스카를 통해 나도 세상을 보는 다른 눈을 가지게 된 것 같아 유쾌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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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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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미르뿐 아니라 나의 눈에도 실패를 잡고 있는 소랍의 손을 언청이 입술을 한 남자아이의 굳은 살 박힌 하산의 손으로 보여 가슴속에서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오른다. 그 옛날 연싸움에서 이겼을때 집 지붕위에서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던 바바의 모습을 본 후 아미르의 가슴이 이렇게 벅차 올랐던 것은 그날 이후 처음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하산이 고통받을 때 아미르가 비겁하게 숨지말고 용기있게 나서주었다면, 하산에게 도둑이라는 누명을 씌워 나가게 하지 않았다면, 바바가 하산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주었다면......이렇게 ~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기에 내내 내 머릿속에서 "~라면"이 줄곧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하산을 하인으로 대하고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 아미르 역시 그 땐 아직 어린아이였음을 알고 있다. 하산이 아세프에게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나서지 못했을 때 아미르를 비난했던 '나'는 과연 그런 일을 겪었을 때 당당히 나섰을 것인가. 아니, 분명 비겁한 나 자신에게 화가나서 계속 마음속에 담아두며 아미르처럼 하산을 철저히 외면했을 것이다. 하산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며 예전의 사이로 돌아가길 원하지만 자신을 밀어내는 아미르에게 이 말을 했을때 아미르는 이번에도 하산을 외면해 버린다. 아프가니스탄을 떠났지만 미국에서 생활하는 내내 하산을 생각하던 아버지 바바, 역시 그에게 아미르는 반쪽짜리 아들일 뿐이었을까. 손을 뻗지 못했던 하산에 대한 마음과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아들이라고 밝힐 수 있었던 아미르에 대한 마음, 이 두 마음에서 번민하고 고통스러워했을 바바의 마음을 알 수 있지만 죽기전에 모든 것을 밝혀 주었다면 좋았을텐데 끝내 가족이 되지 못했던 하산이 떠올라 안타까울 뿐이다.

 

어딜가나 선과 악은 공존하지만 이 책에서는 철저하게 '악'의 모습을 하고 있는 아세프. 어릴적 하산을 괴롭혔을때 그를 응징했어야 했다. 아미르가 멋지게 벌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세월이 흘러 소랍을 위해 자신을 내어줄 뿐이었다. 역사는 돌고 돌듯 인연의 고리들이 끊어지지 않고 또 다시 연결되는 것을 보면서 하산의 아들 소랍의 운명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미르는 아세프에게 맞으며 그 옛날 하산을 도와주지 못해 가슴속을 누르던 무거운 마음이 어느새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이젠 도망가지 않고 제대로 맞서리라. 소랍을 데려오기 위해 아미르는 아세프에게 맞아 죽을뻔 하지만 그 자신의 어깨에 놓여있던 잘못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음을 닫아버린 소랍이 연을 날리며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여는 것을 보며 하산과 아미르의 어릴적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연싸움을 해 연줄을 잘라내면 그 연을 가지러 달려가던 하산,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만번이라도 그렇게 할게요" 소리치며 골목을 달려가는 하산의 모습을 이젠 다시 볼 수 없지만 소랍을 위해 "너를 위해 천만번이라도 그렇게 하마" 소리치는 아미르의 목소리를 통해 희망을 느낀다. 누구나의 삶에 해피엔딩이라는 끝은 없다. 삶은 영화가 아니기에 계속이어져야 하니까. 삶이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 감싸주고 용서하며 함께 살아가다 보면 작은 행복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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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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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보니 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단편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에서 민우와 선숙이 스타벅스에서 까페라테 톨 사이즈가 식어갈때까지 두 눈을 마주한 채 소곤거리고 "타파웨어에 대한 명상"에서 주인공 '나' 역시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를 벌컥벌컥 들이켰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즐겨찾지 않는 나로서는 그 맛이 어떤지 알 수가 없지만 민우와 선숙이 앞에 두고 마신 까페라테는 그 맛이 어떻든 달콤한 분위기를 연출해 줬을 것이다. 9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다보면 "영혼 세일즈"에 이르러, 깜짝 놀라게 된다. 그 앞의 단편 '불륜 세일즈"에 잠깐 나왔던 도진과 선재가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글로 인해 각각의 단편들이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듯 느껴져 꼭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영혼 세일즈"에서 유명 연예인인 선재가 단돈 몇백원에 영혼이 팔리는 내용이란, 껍데기만 남아 대중들앞에 서곤 했던 선재에게는 물론 독자들에게도 한번쯤 내 자신을 돌이켜보게 한다. 몸값이 오르고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선재의 영혼의 가격은 얼마일까. 미주 친구라고 자처하는 이 묘령의 여인은 몇백원으로 선재의 영혼을 산다. 그렇다고 선재가 죽는 것은 아니고 단지 이 여인이 피를 흘리고 사라지는데 어디서부터가 현실인지 이때부터는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게 된다.

 

드라마에서도 흔히 등장하는 불륜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불륜 세일즈"에서 콘돔을 끼고 귀가를 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미애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당연하다 할수도 있지만 미애가 만나는 병우가 일 관계로 미애의 남편을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면 이 사태가 좀 껄끄럽게 느껴진다. 완전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일쯤으로 느껴져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허니문"에서처럼 당당히 부부처럼 허니문을 오는 불륜관계를 보자면 이것은 아무일도 아닌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나마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에 등장하는 선숙이 순수하게 느껴질뿐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금은 속물인 사람들로 다가온다. 뭐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말하는 민우에게 상처받고도 연락이 오면 달려나가고 손을 다친 민우를 집까지 바래다 주는 선숙이 이해가가지 않긴 하지만 그 또한 사랑이라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9편의 이야기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대천사"를 통해 성형외과 수술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내적인 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영혼 세일즈"를 통해 영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기에 무엇을 꼬집고 싶어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충 짐작해 보자면 진정한 자아, '나'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길 원하는게 아닐까. 창을 열고 파란 하늘을 보며 커피 한잔과 함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언제 나타나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 타인의 생활을 지켜 보며 나 자신을 더 숨기게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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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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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아가는데 있어 행해지는 모든 것들을 '놀이'로 생각한 사람이 있다. 나폴레옹이 끝없는 정복전쟁으로 인생을 놀이처럼 즐겼듯 이 책의 주인공 뵈를레씨도 자신이 만든 놀이판에서 최고의 존재로 남으려 한다. 여기에서 책 제목이 왜 "나폴레옹 놀이"인가 대충 맞춰진다. 베른하르트 바크날을 살해하고 자신의 변호 담당인 피아르테스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내는 뵈를레. 놀이의 하나로 여겨진 살인을 정당화 시키려고 보내는 편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행동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는 직접 대면해서 말하는 것보다 이렇게 편지로 전해주는 방법을 선택한다. 거의 책한권을 편지로 채운 뵈를레의 글을 읽다보면 우습게도 긴 편지를 쓰자면 편지지가 상당하게 들어가겠다는 유치한 생각과 거의 책한권을 자서전으로 만든 뵈를레의 글이 솔직히 지루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거의 끝부분에 도착해서야 바크날을 선택하고 어떻게 죽였는지 설명하기에 어린시절부터 모든 것을 놀이로 생각하며 지내온 뵈를레가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이야기들은 정말 너무 긴호흡을 필요로 해서 결코 쉽게 읽어지는 책이 아니었음을 말해두고 싶다.

 

학교에서 우표를 팔때도 하나의 놀이로 즐기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새 어머니와 의붓동생(뵈를레는 이 아이를 후레자식이라고 부른다.)을 어떻게 어른들의 눈밖에 나게 하는지 그는 철저하게 놀이꾼으로써 행동하게 된다. 아이적부터 이러했으니 얼마나 영악한 것일까. 아버지의 넥타이를 갈가리 찢어 분명히 자신이 했음을 명확하게 드러내 놓았기에 오히려 역으로 자신이 의심을 받지 않게 되어 후레자식이 넥타이를 찢고 뵈를레에게 덮어씌우려 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것이다. 그 뒤로 변호사 활동을 하는 이야기, 쥘트 섬의 당구 방이 범행의 산실이라고 고백하기까지 그 여정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시간상으로 본다면 얼마 되지 않지만 중간 중간 필요없는 이야기가 많아 이야기들이 쭉쭉 늘어지는 느낌이 든다.

 

사람들은 혼자있는 시간을 끔찍해 한다. 고독을 즐기지 못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지 않는 것을 무서워한다. 현대문명이 발달할수록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지만 이또한 스스로 혼자서 고독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은 그리 많지가 않다. 게임을 할때조차도 컴퓨터가 있어야 하며, 텔레비전을 볼때에도 집안으로 들어오는 전기를 통해 볼거리가 많은 화면 보게 되니 말그대로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없다. 삶의 권태로움을 절대 참지 못하는 우리들이고 보면 뵈를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하는 이야기가 전혀 엉뚱한 이야기라고 무시할 수 없게 된다. 인생을 하나의 '놀이'라고 본다면 인생이 조금쯤 즐겁지 않을까. 더 치열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뵈를레처럼 너무 깊게 몰두하면 좋지 않겠지. 사람냄새가 나지 않으니까.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발전시킬때 충만함을 느끼기에 진정 놀 때에만 완전한 인간으로 느껴진다. 진정 권태로울때 자신이 죽는다는 생각이 들게 되므로 놀지 않을땐 나 자신을 죽이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평생 나를 괴롭히며 무엇을 위해 한판 멋드러지게 놀아야 하는 것일까. 완전한 인간이라는거 어쩌면 별거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서글픈 생각이 밀려오는 것을 보니 지금 나는 진정한 놀이판에 있지 않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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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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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막스 뵘에게 돌아오지 않는 황새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요청받은 루이, 그러나 그가 떠나기전 막스 뵘이 죽게 된다. 조류학자로 생각되던 막스 뵘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면서 황새를 찾는 것에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루이,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하나씩 실체가 드러날수록 놀라게 된다. 막스 뵘에게 돈을 받고 황새를 관찰하던 사람들 중 몇 명이 죽은 것을 알게 된다. 공통점은 심장이 적출당한 것. 이 책의 뒤에 보면 루이가 떠나기전 뵘도 심장을 적출당한채 죽임을 당했다고 되어 있지만 거기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심장이식을 받은 수술자국이 있다는 것을 알아 내고 그 연관성을 찾으려 할 뿐이다.

 

뵘의 사건을 파헤치는 경찰 뒤마로 인해 뵘이 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감독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이아몬드를 훔치려한 사람을 가혹하게 처벌했던 뵘을 보며 조류학자로 생각되던 그가 어떤 얼굴로 살아왔는지, 그 끔찍함에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다. 황새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어떤 임무를 가지고 이동했는지 책을 읽으면 금세 알 수가 있다. 단지 이 사건은 "세계는 하나"라는 조직이 마취도 하지 않은채 심장을 적출해 가는 사람과 관련되어 있어 또 다른 사건의 축으로 등장함으로써 그 긴장감을 높이게 된다. 루이는 막연하게나마 자신이 이 일을 맡게된 어떤 운명적 느낌을 갖게 된다. 부모님과 형이 아프리카에서 죽은 그 시점이 기억나지 않지만 그 기억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떤 힘을 느끼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심장이 적출당한채 죽은 사람들에 대해 이렇게 파헤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자신의 목숨마저 위협받은 상황에서 루이는 왜 이렇게 이 일에 집착하는가. 최근에 죽은 '고모운'이라는 아이의 시체를 검시하면서 이 아이도 심장을 적출당했다는 사실과 이때까지 심장이 적출당한 사람들의 조직 적합 항원 유형이 같음을 알게 되어 이로써 사람들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세계는 하나"라는 단체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세계는 하나" 단체를 이용하여 그 정보를 빼내는 자, 심장이식수술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자를 찾기 위한 루이의 목숨을 건 모험이 시작된다.

 

양어머니 넬리에 의해 자신에 대해, 그리고 가족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는 루이, 자신이 짐작하던 그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피에르 도와노를 죽이고자 그를 찾게 된다. 이쯤되면 루이가 왜 이 일에 집착했는지 이 일을 왜 파헤칠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된다. 그러나 황새와 심장을 적출당해 죽은 사건에 대한 연관성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면서 조금 생경스럽다. 황새는 부차적으로 등장할뿐이고 이 거대한 사건의 주범은 피에르 도와노를 찾기 위한 여정이었음을 알게 되어 그간의 지루했던 여행의 종지부를 찍게 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하기엔 부족하여 갑갑한 마음마저 들게 된다. 독자들의 시선이 분산되고 루이가 이 일을 파헤치게 되는 운명적 끈은 거의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밝혀지게 되어 두권을 읽으면서 두 사건들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산채로 심장을 적출하는 것을 보며 내 자신이 그 칼끝에 서 있는 듯 얼마나 끔찍하고 두려웠던가. '악'의 실체를 이런식으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역시 불편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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