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보니 커피 생각이 간절해진다. 단편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에서 민우와 선숙이 스타벅스에서 까페라테 톨 사이즈가 식어갈때까지 두 눈을 마주한 채 소곤거리고 "타파웨어에 대한 명상"에서 주인공 '나' 역시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를 벌컥벌컥 들이켰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를 즐겨찾지 않는 나로서는 그 맛이 어떤지 알 수가 없지만 민우와 선숙이 앞에 두고 마신 까페라테는 그 맛이 어떻든 달콤한 분위기를 연출해 줬을 것이다. 9편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다보면 "영혼 세일즈"에 이르러, 깜짝 놀라게 된다. 그 앞의 단편 '불륜 세일즈"에 잠깐 나왔던 도진과 선재가 다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글로 인해 각각의 단편들이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 듯 느껴져 꼭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 "영혼 세일즈"에서 유명 연예인인 선재가 단돈 몇백원에 영혼이 팔리는 내용이란, 껍데기만 남아 대중들앞에 서곤 했던 선재에게는 물론 독자들에게도 한번쯤 내 자신을 돌이켜보게 한다. 몸값이 오르고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선재의 영혼의 가격은 얼마일까. 미주 친구라고 자처하는 이 묘령의 여인은 몇백원으로 선재의 영혼을 산다. 그렇다고 선재가 죽는 것은 아니고 단지 이 여인이 피를 흘리고 사라지는데 어디서부터가 현실인지 이때부터는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게 된다. 드라마에서도 흔히 등장하는 불륜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불륜 세일즈"에서 콘돔을 끼고 귀가를 하는 남편을 바라보는 미애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당연하다 할수도 있지만 미애가 만나는 병우가 일 관계로 미애의 남편을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면 이 사태가 좀 껄끄럽게 느껴진다. 완전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일쯤으로 느껴져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허니문"에서처럼 당당히 부부처럼 허니문을 오는 불륜관계를 보자면 이것은 아무일도 아닌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나마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에 등장하는 선숙이 순수하게 느껴질뿐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조금은 속물인 사람들로 다가온다. 뭐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말하는 민우에게 상처받고도 연락이 오면 달려나가고 손을 다친 민우를 집까지 바래다 주는 선숙이 이해가가지 않긴 하지만 그 또한 사랑이라 생각하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9편의 이야기들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대천사"를 통해 성형외과 수술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내적인 미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고, "영혼 세일즈"를 통해 영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하기에 무엇을 꼬집고 싶어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충 짐작해 보자면 진정한 자아, '나'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길 원하는게 아닐까. 창을 열고 파란 하늘을 보며 커피 한잔과 함께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 보면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안에 숨겨진 또 다른 '나'의 모습이 언제 나타나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 타인의 생활을 지켜 보며 나 자신을 더 숨기게 될 수도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