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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참 유별난 학생들이 모였다. 47명의 '더 좀비스'. 그렇다고 진짜 좀비는 아니고 이 학교의 평균 학력이 뇌사 판정에 버금가는 혈압수준이라는 것, 그리고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아 붙여진 이름이다. 나도 후자쪽에 더 마음이 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의 진로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은 공부는 못하지만 사회정의에 관심을 가지는 자칭 의리파라 나도 고민을 털어놓고 싶을 정도로 믿음직한 녀석들이다.
미나가타, 가야노, 야마시타, 박순신이 주를 이루어 '더 좀비스'가 활동하긴 하지만 한명 한명이 정예요원으로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다. 졸업을 앞둔 아이들이 과거를 회상하며 그동안 일어났던 사건들을 들려주기도 하고 현재 일어난 일들을 해결하기도 한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사토 겐 '아기'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미나가타는 아기에게 정보를 얻으며 '더 좀비스' 멤버들과 함께 세이와 여학교 습격계획을 세운다. 늘 기발한 상상력으로 세이와 여학교의 교문을 뚫어버리는 '더 좀비스', 그들은 어느새 이 지역의 명물이 되어 있었다. 세이와 학교의 여학생들은 올해는 어떻게 습격할까, 그들을 열렬히 응원하게 되고 '더 좀비스'의 멤버중 상당수가 이 학교의 여학생들과 사귀는 영광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머피의 법칙이 늘 따라다니는 야마시타, 늘 넘어져서 상처투성이인 얼굴이 안쓰럽지만 오히려 웃음을 터뜨리게 하고, 불평등 사회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박순신은 어떤 적도 물리칠 수 있는 강인한 그의 모습에 '더 좀비스'를 의지하게 만든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히로시가 죽고 '더 좀비스' 멤버들은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히로시의 무덤이 있는 오키나와에 가고자 계획을 세운다. 물론 야마시타로 인해 돈을 잃어버려 다시 일을 해야했지만 야마시타를 용서하고 다시 힘든 일터로 향하는 '더 좀비스'의 모습이 아름답다. 누가 이렇게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뭉칠 수 있을 것인가.
히로시를 잊지 못해 괴로워하는 아이들, 히로시가 없는 하늘 아래 계속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 고통스럽다. 하지만 늘 사건이 끊이지 않는, 아니 사건을 찾아다니는 '더 좀비스'는 오늘도 움직인다. 학창시절 잠깐의 충동적인 행동일수도 있지만 이들이 사회의 틀에 박히지 않고 언제까지나 이런 순수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학창시절 공부만 하는 아이들의 세상에서 있을법하지 않은 일들을 겪는 '더 좀비스'지만 현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기 보다는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언제까지나 나의 현실을 잊고 싶다. '더 좀비스'의 시리즈가 계속 나왔으면 하는 마음, 너무 이기적인 것일까.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러 달라는 요구라 이기적이라 할지 모르지만 그들로인해 유쾌해진 마음을 놓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희망이려니 이해해주기 바란다. 이들이 또 어떤 사건으로 추억을 만들어갈까, 벌써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