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대디, 플라이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레벌루션 NO.3'을 먼저 읽었어야 하는데 이준기, 이문식 주연의 영화 <플라이 대디>의 원작소설이라는 문구를 보고 냉큼 이 책부터 들어버렸다. 나는 딸 하루카가 권투 선수 이시하라에게 구타를 당해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고 칼을 들고 이시하라를 죽이러 간 스즈키가 '더 좀비스'의 멤버 미나가타, 가야노, 야마시타, 박순신을 만나게 된 상황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었으니 '레벌루션 NO.3'을 먼저 읽었다면 아주 자연스럽게 이 상황에 녹아 들었을텐데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이시하라와의 최고의 무대를 만들겠다며 박순신에게 훈련을 받으라고 요구하는 '더 좀비스'. "재미있겠어"라고 외치는 미나가타의 모습이 나를 당황하게 만든다. 학교를 잘못 찾아 칼을 빼들고 나타난 스즈키를 신고하지 않고 이시하라와 정정당당한 시합을 주선하는 아이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가 싶었다. 하지만 나중에 '레벌루션 NO.3'을 읽고 난 후에야 나는 스즈키를 훈련시키는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했고 "재미있겠어"라고 말한 미나가타의 말에 뒤늦게 동조하게 되었다. 나의 무지함으로 생긴 일인 것을 누굴 원망하겠는가.  

 

가까운 거리도 버스를 타고 다니는 배가 나온 중년의 스즈키를 어떻게 훈련시켜서 시합을 하게 할 것인가. 그러나 역시 박순신의 능력은 탁월했다. 기본 체력을 향상시키면서 공포심을 누르고 단 한번의 기회를 잡게 하기 위해 힘든 훈련을 반복한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의지를 심어주고 하루카에게 못난 아버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스즈키는 어느날 자신이 늘 타고 다니던 버스를 자신의 두 발로 뛰어 따라잡기에 이른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감동받아 박수를 칠 때 나 또한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낯선 남자를 따라 노래방에 들어간 딸이 구타를 당해 병실에 있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손을 뻗어 아빠를 찾는 하루카를 외면한 스즈키는 이 시합을 꼭 이겨야 하는 사명이 있다.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정당하게 응징을 하는 스즈키,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더 좀비스'. 물론 하루카가 세이와 여자학원에 다니기에 사심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늘 재밌고 유쾌한 일들을 찾아다니는 그들로서는 이 시합을 체계적으로 이끌어 성공해야 할 이유도 있다.

 

하늘 높이 날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스즈키, 운동을 게을리해서 또 중년의 몸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겠지? 스즈키 뿐만 아니라 하루카와 스즈키의 아내 유코에게까지 알린 이 시합은 스즈키에게 한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행복한 가정을 위해 꼭 이겨야 하는, 꼭 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부당하게 칼로 상대방을 제압하여 복수를 하는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정당하게 소중한 사람을 지켜내는 멋진 모습을 보여준 스즈키, 하루카가 얼마나 자랑스러워 했을까. 그 뒤에 이 가족이 어떤 삶을 살아갔을지 궁금하지만 '더 좀비스'가 또 한번 이뤄낸 일로 많은 이들이 행복해져서 나도 덩달아 유쾌한 기분에 젖어든다. '더 좀비스'에 중독되어 버린 나, 또 이들을 만나기 위해 "SPEED"의 첫장을 펼칠 것이다. 제발 이것이 마지막 만남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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