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 전2권
홍석중 지음 / 대훈닷컴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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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은 그녀의 삶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는 황진이의 모습은 진짜 그녀의 삶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쉽게 손 닿을 수 있는 노류장화로 살아간 그녀의 인생을 짐작해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2004년 제 19회 만해문학상 수장작으로 선정된 홍석중님의 "황진이". 분단의 벽을 뛰어넘어 북한 작가로서는 최초로 국내 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는 영예를 안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전 북한말이 낯설게 다가오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으나 비록 사전을 찾아가며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지만 어느새 발음하기도 힘든 단어들이 혀끝에 머물러 그 질박한 언어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황진이' 하면 하지원이 주연을 맡았던 드라마 "황진이"와 송혜교가 주연을 맡은 영화 "황진이"를 비교해 보게 되는데 드라마에서의 '황진이'는 색색의 화려함속에 꽃 같이 예쁘게 그려져 오히려 그것이 슬픔이 되어 다가왔다면 영화 '황진이'는 그녀가 품었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졌었다. 화려한 색깔의 옷과 노리개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 아닌 황진사댁의 고명딸로 태어나 놈이때문에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그녀의 마음속을 우물안 들여다 보듯 훤하게 마주하는 것이 힘들어 오히려 내편에서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어머니의 신분이 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는 자신이 갈 수 있는 세 가지의 길을 생각해 본다. 그 중에서 선택한 것이 기생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의 순결을 놈이에게 바치고 뭇사내들에게 몸을 맡기는 황진이를 보는 것은 그녀를 사랑하는 놈이에게 얼마나 큰 고통이 되었을지 짐작이 가지만 놈이에 대한 황진이의 마음은 이것이 미움인지, 정인지 알 수가 없다. 단지 뭇사내들과 함께 하지만 '짐승'으로만 생각할 뿐, 이것이 오히려 마음 밑바닥에 놈이에 대한 마음을 자리잡게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이다. 혹자는 "황진이가 정혼한 서울 윤승지댁에 그녀의 출생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 놈이인데 어찌 마음을 줄 수 있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순수하게 그녀를 사랑한 놈이에 대한 황진이의 마음에 어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순수했던 어린 시절 함께 했던 두 사람의 정을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니리라.

 

이 책에서는 황진이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지만 놈이와 황진이, 괴똥이와 황진이의 교전비였던 이금이의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종의 신분으로 나눈 괴똥이와 이금이, 이들에게도 시련은 있지만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와 반대로 놈이가 마지막길에 황진이의 마음을 얻고 떠나가는 모습은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황진이의 마음을 얻고자 한 일이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들고 마음을 준 그녀를 남겨둔채 세상을 떠나야 하는 놈이의 처지가 가슴에 담겨 떨어지지 않는다. 황진이의 삶도, 놈이의 삶도 애처로워 눈자위만 붉게 물들이며 이들의 이별을 지켜만 봐야하는 것이 야속할 뿐이다.

 

그 이후 허허로운 인생을 살아갔을 황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양반이었던 자신을 죽이고 기생이 된 그녀에게 세상은 넘어서야 할 큰 벽이 아니라 그 벽조차 마주 할 힘을 잃어 정처없이 전국 각지를 떠돌게 했을 것이다. 꽃 같이 어여쁜 그녀를 꺾으려고만 한 뭇사내들에게 통렬하게 오금을 박던 당당한 모습의 그녀가 그립다. 한때 정혼자였던 윤승지의 아들에게 편지를 쓰듯 자신의 마음을 들려주던 황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총총히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그려져 다가가지만 끝내 그녀의 옷자락 하나 잡을 수 없는 안타까움에 쉬이 마지막 책장을 덮는게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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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1 밀리언셀러 클럽 51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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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통화를 하는 사람들만 보면 이 책 '셀'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통화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유도 모른채 갑자기 좀비처럼 변해버리지 않을까 겁이 난다. 핸드폰의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이제는 핸드폰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네 삶 깊숙히 들어와 있어 이것을 버릴 수가 없다. 일종의 경고인 셈일까. 굳이 이렇게 인간본성을 말살시키면서까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필요가 있었을까. 일단은 누구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더 두렵다. 가까이에서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해서 내가 누구인지,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지, 지금까지의 인간다운 모습을 버리고 괴물처럼 변해가는 것을 그 자신은 모르니 이것만은 다행이라고 할까. 클레이, 톰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타인의 목을 물어 뜯고, 개의 귀를 물어 뜯는 사람들, 그리고 무자비한 살상. 그들은 더이상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니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이제 어떤 결말을 보여줄 것인가. 서로가 죽고 죽이며 인류가 멸종할까?. "나는 전설이다"처럼 단 한명의 영웅이 세상을 구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지만 지극히 보편적인, 우리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 이런 희망조차 여지없이 깨 버릴 뿐이다. 단지 텔레파시를 보내고, 폰 사이코들이 공중부양하는 설정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핸드폰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변해버린 사람들을 보았으니 무엇인들 현실적이지 않다 말할 수 있겠는가. 폰 사이코들의 우두머리 '누더기맨'은 자신의 동족들을 죽인 톰, 클레이, 조든, 앨리스에게 캐슈워크로 가라 명령한다. 이 곳에 가면 죽을 것이 분명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이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다. 아들 조니를 찾아야 하는 클레이에겐 조니가 캐슈워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곳에 가야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내 눈 앞에는 어느덧 영상이 그려지고 있었고 악취가 나는 사람들의 행렬, 피와 살점이 떨어지는 모습은 속이 거북할 정도로 선명하게 다가왔다. 클레이의 아들에 대한 마음,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그는 과연 조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만난다해도 과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해 조든은 새로운 가설을 말해주지만 어느것 하나 명확한 것은 없다. 내가 이 "셀"에서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핸드폰을 늘 끼고 살고 있으니 뇌가 포맷된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다 나와 같은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용케 살아난다해도 죽을 수도 없는 이런 삶을 계속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누가 죽여준다면 그것이 더 나은 인생이 아닐까.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아, 정말 생각만해도 구역질이 난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내 삶 전체가 이렇게 비틀려 버린다면 정말 죽는 것이 나으리라. 인류가 멸망하진 않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살아나갈 것이고 늘 새로운 상태로 발전해나가는 폰 피플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 새로운 인종으로 탄생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간다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어떤 상태로든 내가 살아온 이 곳이 파괴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호흡하며 살아감에 감사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까. 이 이유만이 행복이 될 날이 온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중 가장 먼저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갑자기 이 질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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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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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밤에 이 책의 표지와 마주할 강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 표지를 제대로 쳐다볼 순 없지만 이 어린 소녀의 모습이 반예르 가문의 실종된 '하리에트'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그래, 나는 분명 실종이라고 했다. 처음 헨리크가 미카엘에게 40년전에 사라진 시체조차 찾지 못한 하리에트를 누가 죽였는지 알아봐달라고 의뢰했을 때 그 범인조차 찾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었다. 많은 세월이 지났고 헨리크가 자신의 인생을 모두 쏟아부을 정도로 맹렬하게 찾아온 손녀 하리에트의 새로운 자취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젠 그 시효조차 지난 사건의 범인을 과연 미카엘이 밝혀낼 수 있을까. 어디서 '짠'하고 하리에트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되긴 했지만 한 여자아이가 사라진 이유를 찾는 과정이 급기야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아주 끔찍한 사건을 목격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책속에 언급되는 수많은 반예르 가문의 사람들, 별도로 넣어둔 '반예르 가계도'와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 이 책에 대한 흥미는 반감 되었을지도 모른다. 중심축은 물론 하리에트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것이지만 또 다른 축으로는 베네르스트룀과 미카엘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카엘이 몸담고 있는 잡지 '밀레니엄'도 이 싸움에 포함되겠지만 베네르스트룀의 잘못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미카엘은 교도소에까지 들어갈 정도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베네르스트룀을 무너뜨리는 것, 이것이 미카엘에게는 또 다른 싸움일 것이다. 베네르스트룀을 무너뜨릴 수 있게 해 준다는 헨리크의 미끼는 그래서 미카엘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고 하리에트 사건을 밝히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건도 드러나게 된다.

 

천재 해커인 리스베트 살란데르, 거식증에 걸린 듯 비쩍 마른 그녀에게 처음부터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나도 그녀를 만났다면 못마땅해 하는 나의 눈길을 마주하는 리스베트의 강렬한 눈빛을 받아내야 했으리라. 미카엘과 리스베트, 두 사람은 자신의 공간속에서 이야기들을 전개시키고 결국 이 두 사람은 함께 하며 사건을 풀어가게 되는데 어떻게 만나게 될지, 평행선으로 달리던 두 사람이 언제 그 교차점에 서게 될지 궁금했다. 카메라처럼 기억을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리스베트는 베네르스트룀의 계좌를 추적하여 그를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어 독자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사실 리스베트가 베네르스트룀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악은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니 통쾌하긴 했다.

 

그럼 반예르 가문에 대한 일은? 난 이들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으니 차마 밝히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미카엘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리에트를 죽인 범인을 찾는 일이 또 다른 연쇄살인사건의 축과 물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소설은 갑자기 추리소설의 한 형태로 느껴지게 된다. 이후 2부, 3부에서도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파트너가 되어 사건들을 해결하게 되는 모양인데 처음 내가 이 책 소개를 읽고 받았던 느낌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 머릿속은 물론 마음까지 복잡해진다. 어쩌면 이 1부로 이야기가 끝났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물론 금세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그리워질테니 2부를 목 빼고 기다리게 되겠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사건전개로 인해 조금 배신감이 드는 것인 왜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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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스케 사건 해결집 - 나누시 후계자, 진실한 혹은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소연 옮김 / 가야북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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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가 똑같은 나의 일상에서는 이런 모험담을 그려낼 수 없을 것이다. 일상 생활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세 친구들이 풀어나가는 모험담, 이들이 나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나누시 후계자 마노스케, 이 '나누시'라는 말은 생소한데 "에도 시대의 지방관리 중 하나"라고 한다. 마노스케는 열여섯 살이 되었을 때 고지식하고 근면했던 성격이 갑작스럽게 태평스러운 성격으로 변하게 된다. 그 이유는 나중에 밝혀지는데 오히려 이런 느긋한 성격이 신분이 높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히는데 오히려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모든 사건을 함께 풀어가는 친구 세이주로는 이웃 마을의 나누시인 야기 하라베에의 아들이고 또 한명은 무사 요시고로다. 이렇게 세 사람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중심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올바른 판결을 내리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여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은 각각의 단편들을 모아서 엮은 책인지 단편마다 마노스케, 세이주로, 요시고로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앞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어 어리둥절하게 된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다 보니 몰입이 잘 되지 않고 조금 지겹기도 했다. 그러나 마노스케가 사건 중심으로 판결만을 내리는 것이 아닌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고 그들의 삶까지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읽는내내 유쾌했다. 그의 부모님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이후에 나누시로써 마을 사람들이 의뢰하는 사건에 공정한 판결을 내릴 사람으로 믿음직하게 여겨진다.

 

단편 '누구의 아이인가'를 보면 시치로에몬이 자신의 손자를 찾고 싶어하는데 그 손자가 세이주로의 동생 '고타'라고 생각하여 또 마노스케가 나서게 되는데 보통은 '고타'가 당신의 손자가 아니다라고 판결을 내리면 그뿐일텐데 마노스케는 실제 손자를 찾아나서기까지 한다. 또 단편 '감반개'에서는 고자에몬의 집 감을 셈을 치르지 않고 따 먹어 고자에몬의 옛 일을 듣게 됨으로써 맡게된 사건인데 고자에몬의 딸이라고 찾아 온 '오콘'에게 죄를 주는 것이 아닌 오히려 고자에몬과 오콘이 가족을 이루어 살 수 있게 해 주니 마노스케가 얼마나 정이 많고 특별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열 여섯살때 태평스러운 성격이 되어버린 사건은 이후 마노스케의 삶을 짓누르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그녀의 아이를 책임지지 못했다는 자괴감, 그리고 아직도 사랑하는 그 마음을 놓지 못하는 그는 늘 그 때의 일을 후회하며 살아간다. 가까이에서 그녀를 바라 봐야 하는 마노스케의 마음이 어떠할지 짐작이 간다. 오스즈와 혼인을 해야 하는 마노스케가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새로운 사람을 선택할지, 아니면 잊지 못한 그녀를 지금에서야 잡게 될지 명확한 결말을 보지 못해 알 수가 없지만 분명 마노스케는 오스즈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새로운 사랑을 받아들일 것이다.

 

시골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을 마노스케가 친구들과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훈훈해진다. 유일하게 심각한 사건인 '고타 유괴사건'을 제외하고는 만년청을 찾거나 아이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일들 뿐이라 이 세 명으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이 마을이 남아있을까. 감을 따 먹어도 신고하지 않는 따뜻한 인심, 오히려 감을 따가면 맛있다는 소문이 나는 곳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곳이 아닐까. 죽고 죽이는 끔찍한 사건들과 마주하지 않아서일까, 책을 덮고 난 지금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났을까 궁금하여 책을 놓는것이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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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누가미 일족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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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 이누가미 사헤의 유언장, 이 피를 부르는 유언장으로 인해 계속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내가 읽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중 인물들이 가장 많이 얽혀 있는 사건일 것이다. 긴다이치 코스케의 설명을 들어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는다. '옥문도', '팔묘촌', '악마의 공놀이 노래'에서 늘 등장하던 이소카와 경부와 긴다이치 코스케. 그런데 이번 "이누가미 일족"에서는 이소카와의 자취를 찾을 수가 없다. 그가 왜 등장하지 않았지? '팔묘촌'을 읽으며 모든 사건을 코스케가 해결하는 것을 보고 이소카와 경부가 존재감이 없다 생각하긴 했지만 안나오니 오히려 섭섭해진다.

 

후루다테 변호사가 읽어준 유언장의 내용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가 죽어야 누가 혜택을 입는 것인지, 어느 정도의 몫이 돌아가는 것인지. 분명한 것은 이누가미 사헤의 은인 노노미야 다이니의 손녀인 다마요와 세 손자중 한 명과 결혼하면 그 부부가 모든 유산을 얻는다는 것이다. 거기에 이누가미 사헤의 외아들 아오누마 시즈마도 이 유언장에 언급이 되어 있어 이누가미 사헤의 세 딸들은 충격에 빠진다. 이렇듯 재산으로 인해 서로가 미워하고 증오하며 살인사건까지 일어나게 되니 가진 것 없이 사는 우리네 인생을 행복하다 여겨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애정 없는 결혼을 해야 하는 다마요, 첫째 손자 스케키요를 좋아했으나 전쟁 중에 얼굴을 다치고 돌아와 가면을 쓰고 있는 스케키요를 다마요가 과연 선택할 수 있을지, 다른 손자들 스케타케와 스케토모는 스케키요보다 유리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근데 세 손자의 이름이 왜이리 비슷한지 읽을때마다 헷갈려서 정신이 없다. 손자들이 누군가에 의해 죽어나가는데 독자들은 분명 스케키요에게 혐의를 둘 것이다. 가면속의 얼굴이 과연 스케키요가 맞는지, 또 다른 인물은 아닌지 계속 의심이 가는 상황이니까. 급기야 가족들도 지문 대조를 요청하고 가면속의 그는 스케키요가 맞다고 판명이 나 버려서 오히려 그때부터 사건은 미궁속에 빠져든다. 살인을 저지르는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 인물인 얼굴을 가린 귀환병은 또 누구일까. 나는 이 인물이 시마즈라고 생각했다. 재벌 이누가미 사헤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가족들에게 버림 받아야만 했던 시마즈, 어머니의 복수를 대신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나의 이론은 역시나 맞는게 하나도 없었다.

 

첫 번째 살인사건인 코스케를 만나기 위해 그를 찾아왔던 와카바야시 도요치로의 죽음, 와카바야시가 죽을 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코스케는 더 빨리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코스케가 직접 언급했던 내용으로 이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처음부터 사건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러 계속 살인 사건이 일어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다른 사건을 조사하면서도 늘 코스케는 이렇게 말해왔는데 그래서 희생자들이 계속 나오는 것을 그가 막지 못했다는 생각에 나는 마음이 아프다.

 

이누가미 사헤가 이렇게 유언장을 쓴 이유는 무엇일까. 유언장이 있든 없든 재산분배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재산을 골고루 분배했다면 자신이 보호해야할 시마즈도 불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정을 주지 않았던 세 딸들, 그리고 자신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아들 시마즈, 다이니의 손녀 다마요. 살아있는 동안 이누가미 사헤의 가슴에 남겨진 이들에게 그는 죽어서까지 자신의 욕심으로 불행하게 만들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고 가슴 아파했다. 진정 무엇을 원하고 이런 유언장을 남긴 것일까. 죽은자는 말이 없으니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어 안타깝다. 꼬이고 꼬인 사람들의 관계속에서 누구하나 마음 다치지 않은 이가 없으니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마음만 씁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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