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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1 ㅣ 밀리언셀러 클럽 51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핸드폰 통화를 하는 사람들만 보면 이 책 '셀'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통화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유도 모른채 갑자기 좀비처럼 변해버리지 않을까 겁이 난다. 핸드폰의 전자파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자료를 보여주며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이제는 핸드폰이 없으면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네 삶 깊숙히 들어와 있어 이것을 버릴 수가 없다. 일종의 경고인 셈일까. 굳이 이렇게 인간본성을 말살시키면서까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릴 필요가 있었을까. 일단은 누구때문에 이런 일들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더 두렵다. 가까이에서 통화 내용을 들었다고 해서 내가 누구인지, 나는 여기에서 무엇을 하는지, 지금까지의 인간다운 모습을 버리고 괴물처럼 변해가는 것을 그 자신은 모르니 이것만은 다행이라고 할까. 클레이, 톰은 사람들이 갑작스럽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충격을 받는다. 타인의 목을 물어 뜯고, 개의 귀를 물어 뜯는 사람들, 그리고 무자비한 살상. 그들은 더이상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아니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는 상태였다.
이미 사건은 벌어졌고 이제 어떤 결말을 보여줄 것인가. 서로가 죽고 죽이며 인류가 멸종할까?. "나는 전설이다"처럼 단 한명의 영웅이 세상을 구하지 않을까 생각해 봤지만 지극히 보편적인, 우리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 이런 희망조차 여지없이 깨 버릴 뿐이다. 단지 텔레파시를 보내고, 폰 사이코들이 공중부양하는 설정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핸드폰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변해버린 사람들을 보았으니 무엇인들 현실적이지 않다 말할 수 있겠는가. 폰 사이코들의 우두머리 '누더기맨'은 자신의 동족들을 죽인 톰, 클레이, 조든, 앨리스에게 캐슈워크로 가라 명령한다. 이 곳에 가면 죽을 것이 분명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이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다. 아들 조니를 찾아야 하는 클레이에겐 조니가 캐슈워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그 곳에 가야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내 눈 앞에는 어느덧 영상이 그려지고 있었고 악취가 나는 사람들의 행렬, 피와 살점이 떨어지는 모습은 속이 거북할 정도로 선명하게 다가왔다. 클레이의 아들에 대한 마음, 이 지옥같은 세상에서 그는 과연 조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만난다해도 과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인가. 이에 대해 조든은 새로운 가설을 말해주지만 어느것 하나 명확한 것은 없다. 내가 이 "셀"에서 어느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핸드폰을 늘 끼고 살고 있으니 뇌가 포맷된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다 나와 같은 사람에 의해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용케 살아난다해도 죽을 수도 없는 이런 삶을 계속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누가 죽여준다면 그것이 더 나은 인생이 아닐까.
만약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아, 정말 생각만해도 구역질이 난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 의해 내 삶 전체가 이렇게 비틀려 버린다면 정말 죽는 것이 나으리라. 인류가 멸망하진 않을 것이다. 분명 누군가는 살아나갈 것이고 늘 새로운 상태로 발전해나가는 폰 피플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 새로운 인종으로 탄생하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살아간다는게 중요하지 않은가. 어떤 상태로든 내가 살아온 이 곳이 파괴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호흡하며 살아감에 감사하는 사람들도 있을테니까. 이 이유만이 행복이 될 날이 온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중 가장 먼저 무엇을 후회하게 될까, 갑자기 이 질문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