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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엄 1 - 상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ㅣ 밀레니엄 (아르테)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아르테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차마 밤에 이 책의 표지와 마주할 강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 표지를 제대로 쳐다볼 순 없지만 이 어린 소녀의 모습이 반예르 가문의 실종된 '하리에트'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그래, 나는 분명 실종이라고 했다. 처음 헨리크가 미카엘에게 40년전에 사라진 시체조차 찾지 못한 하리에트를 누가 죽였는지 알아봐달라고 의뢰했을 때 그 범인조차 찾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었다. 많은 세월이 지났고 헨리크가 자신의 인생을 모두 쏟아부을 정도로 맹렬하게 찾아온 손녀 하리에트의 새로운 자취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이젠 그 시효조차 지난 사건의 범인을 과연 미카엘이 밝혀낼 수 있을까. 어디서 '짠'하고 하리에트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되긴 했지만 한 여자아이가 사라진 이유를 찾는 과정이 급기야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아주 끔찍한 사건을 목격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책속에 언급되는 수많은 반예르 가문의 사람들, 별도로 넣어둔 '반예르 가계도'와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 이 책에 대한 흥미는 반감 되었을지도 모른다. 중심축은 물론 하리에트를 죽인 범인을 찾는 것이지만 또 다른 축으로는 베네르스트룀과 미카엘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미카엘이 몸담고 있는 잡지 '밀레니엄'도 이 싸움에 포함되겠지만 베네르스트룀의 잘못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 미카엘은 교도소에까지 들어갈 정도로 곤경에 처하게 된다. 베네르스트룀을 무너뜨리는 것, 이것이 미카엘에게는 또 다른 싸움일 것이다. 베네르스트룀을 무너뜨릴 수 있게 해 준다는 헨리크의 미끼는 그래서 미카엘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고 하리에트 사건을 밝히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건도 드러나게 된다.
천재 해커인 리스베트 살란데르, 거식증에 걸린 듯 비쩍 마른 그녀에게 처음부터 호의적인 눈길을 보내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나도 그녀를 만났다면 못마땅해 하는 나의 눈길을 마주하는 리스베트의 강렬한 눈빛을 받아내야 했으리라. 미카엘과 리스베트, 두 사람은 자신의 공간속에서 이야기들을 전개시키고 결국 이 두 사람은 함께 하며 사건을 풀어가게 되는데 어떻게 만나게 될지, 평행선으로 달리던 두 사람이 언제 그 교차점에 서게 될지 궁금했다. 카메라처럼 기억을 머릿속에 저장할 수 있는 능력, 스스로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리스베트는 베네르스트룀의 계좌를 추적하여 그를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어 독자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사실 리스베트가 베네르스트룀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쨌든 악은 심판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니 통쾌하긴 했다.
그럼 반예르 가문에 대한 일은? 난 이들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 생각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으니 차마 밝히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미카엘을 이해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리에트를 죽인 범인을 찾는 일이 또 다른 연쇄살인사건의 축과 물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 소설은 갑자기 추리소설의 한 형태로 느껴지게 된다. 이후 2부, 3부에서도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파트너가 되어 사건들을 해결하게 되는 모양인데 처음 내가 이 책 소개를 읽고 받았던 느낌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 머릿속은 물론 마음까지 복잡해진다. 어쩌면 이 1부로 이야기가 끝났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물론 금세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그리워질테니 2부를 목 빼고 기다리게 되겠지만 내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사건전개로 인해 조금 배신감이 드는 것인 왜인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