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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앤드 커맨더 1 ㅣ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나폴레옹 전쟁이 절정이던 19세기 초, 바다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함장 잭 오브리와 군의관 스티븐 머투린 시리즈의 처음에 해당되는 '마스터 앤드 커맨더' 1권과 2권의 내용은 적함과의 전투가 대부분인데, 이 두 사람이 어떻게 우정을 쌓아가는지, 소피 호의 선원들이 함장 잭 오브리의 명령 아래 어떻게 한마음이 되어 싸워나가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잭과 스티븐의 첫 만남은 그리 좋지 않았다. 스티븐은 총독 관저에서 연주를 들으며 새하얀 소맷부리로 박자를 맞추는 잭에게 "박자를 맞추려거든 제대로 맞추라"며 타박하기 일쑤여서 잭은 그에게 적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소피 호의 함장이 된 잭이 스티븐을 소피 호의 군의관으로 초청하여 '오브리-머투린' 시리즈의 서막을 올리게 된다.
출세를 위해 제독이나 사령관의 부인과 친하게 지내는게 좋다고 하지만 하트 사령관의 부인 몰리 하트와 부적절한 관계를 갖는 잭이 나중에 정치적으로 얼마나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지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유부녀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그 시대엔 공공연하게 이루어진 일이라고 하더라도 소피 호가 에스파냐 지벡 프리깃 '카카푸에고 호'를 나포한 후 잭이 정식 함장의 지위에 오르지도 못한 배경에는 분명 몰리 하트와의 관계때문이기도 하기에 우편함 호송임무만 하는 소피 호의 역할에 나도 조금 울분을 느낀다. 함께 배를 타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항해하며 치르게 되는 수많은 전투를 지켜본 독자로써 제임스 딜런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얻은 '카카푸에고 호'와의 승리가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 버린 것에 화가 난다.
스티븐은 소피 호에서 만나게 되는 제임스 딜런과 예전부터 아는 사이인데 이 두 사람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둘의 대화를 통해 예측해 보지만 정확히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이제 딜런이 죽었으니 명확히 어떤 관계에 있었으며 왜 미국 선박 존 B. 크리스토퍼 호를 수색해서 찾아보라는 수배중인 아일랜드 연맹 반란군을 놓아주었는지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다. 딜런은 이 일로 잭과 거리를 두게 되고 포상금때문에 배들을 나포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된 명예로운 전투를 갈망하게 된다. 잭은 영문도 모른 채 딜런의 모욕적인 언사를 참으며 여전히 그를 향한 지극한 마음을 갖는다. 하지만 자기혐오에 빠진 딜런이 그 분노의 화살을 왜 잭에게 날린 것인지 계속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드제 호'에 나포된 소피 호, 잭은 나포된 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고 다시 국가의 부름을 받들어 조국을 수호하게 된다. 딜런이 없는 지금 스티븐은 잭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이후의 모험에도 함께 할 것이다. 적을 속이기 위해 어떻게 위장하는지, 전투함을 따돌리는 항해술과 적함을 나포하는 긴장감을 느끼며 책장을 넘기는 것이 즐거웠지만 해양소설이라 어려운 용어들로 인해 오롯이 몰입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잭이 선원들에게 내리는 명령중 제대로 알아듣는 말이 없었으니까. 1권 중간쯤까지 이렇다 할 전투가 없어서 내용 전개가 느려 지루하기도 했지만 소피 호의 함장 잭과 군의관 스티븐, 그리고 선원들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벌써 궁금하다. "후자아, 후자아(선원들이 환호할 때 내는 소리)" 그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