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시리즈들을 읽으면서 이렇게 유쾌하게 웃어본적이 언제던가. 귀여운 테메레르와 이스키에르카의 저돌적인 사랑 고백(?)으로 인해 '테메레르' 5권을 읽는 것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물론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돌아온 테메레르와 로렌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조국을 배신한 로렌스, 용들이 병에 걸려 죽는 것을 보지 못해 한 행동이지만 영국으로 다시 온 테메레르와 로렌스에겐 가혹한 시련뿐이다. 사육장에 가게 된 테메레르는 자신이 마련한 동굴을 차지하려는 레퀴에스캇에게 "제가 손님 맞을 준비를 아직 못 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눈치껏 사라져 주길 바란다. 아니 누가 봐서 테메레르를 용이라고 보겠는가. 완전히 인간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하지 않나. 생각하는 존재인 '용'들이 인간들처럼 행동하는 것에 웃음이 터져 나오지만 국가의 이익에 따라 같은 종족이 서로 싸우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명령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는 테메레르는 영국정부의 정식 계급을 수여받고 용들을 지휘하게 된다. 물론 민병대를 지휘하는 자가 '용'인줄은 모르고 준 계급장이긴 하지만 어쨌든 테메레르는 자신의 의지대로 이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다. 나중에는 용들을 잘 통제하기 위해 모두들 계급을 달게 되지만 이런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용들을 보며 세속적인 인간들의 삶에 너무 빨리 녹아드는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되기도 한다.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싫어하는 페르사이티아는 작전참모로써 테메레르 일행과 함께 하게 되고 실제로 전쟁중에 영국이 이기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사실 나는 페르사이티아와 테메레르와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핑크빛 로맨스를 기대했었는데 작가는 이 둘을 이어줄 마음은 없는가 보다. 무엇보다 불을 뿜고, 신의 바람까지 쓸 줄 아는 새끼를 낳고 싶어하는 이스키에르카의 저돌적인 행동을 보니 페르사이티아가 테메레르에게 마음이 있다고 해도 이어질 가망은 없어 보인다. 근데 페르사이티아가 암컷이긴 한건가. 난 이스키에르카가 암컷인줄도 몰랐다. 워낙 활동적이고 성격이 제멋대로여서 암컷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더라. 용들이 대화하는 것을 보면 성별이 나타나긴 하지만 정확히 판단이 안된다. 사육장에서 열심히 교미했지만 자신의 알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 실망한 테메레르, 이스키에르카가 제멋대로라 테메레르의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두 용이 앞으로 어떻게 알콩달콩 사랑을 만들어갈지 기대가 된다. 뉴사우스웨일스 식민지로 가게 된 로렌스와 테메레르, 그리고 이스키에르카.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젠 모험이 끝날때도 되었건만 이들 앞에 놓여진 현실은 늘 가혹하기만 하다. 완결편이 6권이라는데 긴 시간동안 함께 한 테메레르와 로렌스와의 모험이 끝나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섭섭해진다. 리엔과 테메레르와의 싸움 또한 불가피할 것 같은데 5권에서 잠깐 부딪친 테메레르와 리엔과의 진정한 대결을 6권에서 볼 수 있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