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비를 구하지 않는 여자 ㅣ 블루문클럽 Blue Moon Club
유시 아들레르 올센 지음, 서지희 옮김 / 살림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사고 휴유증이 남은 동생 우페와 함께 살고 있는 메레테의 불행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우페와 함께 하는 삶에는 타인이 끼어들 여지가 없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새로운 삶을 꿈꿀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와의 관계를 끊어냈을 때 메레테 그녀의 불행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시작일 줄은 그때 그녀와 우페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특별 수사반 Q가 맡은 첫 번째 사건은 우연히도 '메레테 사건'이었다. 세상의 많은 이들은 이미 그녀가 죽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독자들은 알고 있다. 그녀가 어딘가에 갇혀서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아니 죽음이라도 자신이 선택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왜 이 곳에 갇힌 것일까. 메레테의 생일이 되면 그녀를 가둬놓은 이들이 "우리가 왜 널 동물처럼 이 안에 가둬놓았는지 그 이유를 아느냐?"고 묻지만 기억나는 것이 없다. 이유를 알게 되면 이곳에서 풀어줄까. 그 답은 그들만이 알 뿐이다.
특별 수사반 Q의 팀장 칼은 '아마게르 사건'으로 동료인 안케르와 하르뒤를 잃었다. 하르뒤는 죽지 않았으나 움직일 수 없다. 이 사건으로 칼은 동료들을 구할 수 없었다는 자괴감에 괴로워하고 지금도 그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특별 수사반이 만들어지고 지하로 내려왔을 때 며칠간 그가 한 행동이라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졸았던 행동 뿐이었다. 하다못해 아마게르 사건이라도 좀 더 파헤치던가 하지, 그의 능력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한심한 모습이었다. 잡다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고용된 아사드가 아니었다면 '메레테 사건'도 햇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나라 사람이 아닌 아사드가 대중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들어본 이름인 메레테, 그녀가 사라진 사건은 칼에게도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독자라면 메레테를 가둬둔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 가능하다.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 칼은 여러 과정을 통해 메레테에 이르게 되고 이 과정 중에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칼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사건이었다. 메레테의 불행이 꽤 오랜시간 갇혀 있었던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동안 그녀가 이뤄 놓은 수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잠시 동안이었지만 행복을 느꼈던 것이 어떤 결말을 이끌어내게 되었는지 알게 된 것은 그녀를 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다. 우페만이 그녀를 지탱해 주는 유일한 끈이었으며 우페만은 무사하리란 것이 그녀에겐 유일한 희망이었다.
메레테의 현재의 삶은 어떠할까. 다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칼은 이미 그녀가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 것이라 했지만 아마게르 사건을 겪은 칼이 스스로 만든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메레테 또한 그러할 것이라 여기며 하는 말일뿐, 우페와 강한 교감을 느끼는 메레테가 지금의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어떤 삶을 이어나가게 될 지는 아무도 단언할 수가 없다. 그녀는 어떤식으로든 이 고난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예전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