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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가 잠긴 방
기시 유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밀실의 트릭을 알아 맞히는 것은 예전에 포기했었지만 에노모토가 트릭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조차 이해가 되지 않을지는 몰랐다. 유일하게 이해된 글은 [밀실극장]뿐이었다. 이것은 에노모토가 몇 마디 던져주면 대충 그 윤곽을 그려볼 수 있기까지 한데 [서 있는 남자], [자물쇠가 잠긴 방], [비뚤어진 상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기는 한데 완전하게 이해하지는 못한 상태다. 알아들은 척 행동하는 것이 힘겨울 정도였다.
에노모토는 방범 전문 컨설턴트로 네 사건 모두를 해결하는데 네 사건 모두 밀실에서 일어났기에 그의 전문적인 지식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변호사 준코의 말대로라면 오히려 그가 도둑(?)으로 의심된다고 하니 경찰에 협조하여 밀실의 트릭과 범인을 밝혀내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훔치는 장면을 보지 못했으니 사회 정의 어쩌고하며 그 잣대를 들이밀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에노모토의 개인적인 삶은 분명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호기심만. 도둑이라고 해도 잡아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자물쇠가 잠긴 방'의 네 건의 사건은 범행동기가 명확히 드러나 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져 범인이 살인죄로 잡히지 않으려고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밀실이 될 수 밖에 없고 이 밀실트릭을 밝혀내지 않으면 범인을 지목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에노모토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
기시 유스케의 '자물쇠가 잠긴 방'은 밀실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간다. 에노모토와 준코가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고 하지만 사실 준코는 에노모토에게 방해만 될 뿐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머릿속에 떠오른대로 말을 툭툭 뱉어내니 독자들의 궁금증을 대신 풀어줘 속은 시원하게 뚫어주지만 요양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 생각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네가 범인이지? 유감이네"라는 말을 몇 번 해봐라. 신뢰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에노모토는 여러모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탐정 갈릴레오', '용의자 X의 헌신'등에서 활약한 물리학 조교수 유가와를 떠올리게 하는데 밀실트릭 자체가 과학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진실을 밝혀내기 힘든 부분이기에 두 인물이 닮은 것처럼 느껴진다. [자물쇠가 잠긴 방]에서는 유가와 못지 않은 능력이 있어야지만 사건의 진실을 밝혀 범인을 제압할 수 있었다. [자물쇠가 잠긴 방]에서 살해된 히로키를 죽인 범인은 기시 유스케의 다른 작품 [악의 교전]에 등장했던 교사 하스미와 닮은 인물로 감정이 없어 아나콘다처럼 느껴져 제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서 있는 남자]에서는 피해자의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법무사 쿠사카베가 나서서 범인을 밝혀내려 하는 것이 어색하긴 하지만 있을 법한 상황이라서 이해는 했다. 그렇지만 경찰이 나서서 범인을 검거하는 극적인 요소가 없어서인지 현실감은 조금 떨어진다. 여기에 대한 갈증을 [비뚤어진 상자]로 풀어 해갈이 조금 되긴 했지만 [자물쇠가 잠긴 방]의 범인 또한 경찰이 나서서 잡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 놈이 경찰에게 잡혔을 때 어떤 표정이었을지 궁금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