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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소여
타카하시 신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나의 책 읽기의 깊이가 아주 얕은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일줄이야.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의 내용이 도대체가 기억이 나지 않는 거다. 아뿔사, 읽지 않았구나.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도 그 제목만 기억할 뿐 어떤 내용인지 기억속에 남겨진 것이 없었다.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을 어른이 되어 다시 볼 때의 느낌이 남다르다 들었는데 나는 갈길이 아주 멀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무릎이 후들거린다. 그래, 왜이리 주절거리는가 궁금할게다. 다카하시 신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난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는 거, 그러니 [최종병기그녀]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부끄러워 이렇게 변명을 주절주절대고 있는 것이다.
원작인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을 읽지 않았지만 다카하시 신의 새로운 해석으로 재탄생한 [톰 소여]로 인해 나는 잠깐이지만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웠다.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날,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고향에 내려온 하루는 이곳에서 뜻밖의 사건을 만나게 된다. 하루의 엄마가 이곳에서 아이들에게 '마녀'로 불리어지고 있다는 것은 깜짝 놀랄 일이긴 하지만 빗자루를 타고 다니지 않는지, 복수를 도와주는 주문이 있지 않은지 가르쳐 달라고 하는 타로의 모습은 나를 웃음짓게 한다. 낯선 외지인에게 마음조차 열지 않는 마을 사람들과 다르게 아이들은 이렇게 하루와 소통하게 된다.
추억만이 가득할 것 같은 이곳 마을의 묘지에서 살인사건만이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이 살인사건의 목격자인 하루와 타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약속을 하고 이 비밀을 지키고자 맹세를 하게 된다. 이 일은 하루를 이곳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속으로 깊숙히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 마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루의 마음의 빗장을 풀어버리게 한다. 타로를 비롯한 마을 소년들이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인도로 탐험을 떠나게 되면서, 가까운 곳으로 떠나긴 하지만 이제야 모험을 하게 되는가 하여 나의 눈을 초롱초롱 빛나게 한다.
아직은 불의에 대항하는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이 남아있는 곳, 뜨거운 햇살 아래 그 눈부심에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찬란하게 빛나던 그 여름날, 이 단 한번의 계절이 평생 잊혀지지 않는 추억이 된다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친구를 지킨다는 것, 친구를 위해 맹세한 약속을 깨버리는 것이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을 마음은 현실에 젖어 사는 나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그래서 그들의 여름이 더 빛나 보인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타로, 이 마을에 동화되어 살고 싶은 타로의 노력, 아마 이것이 이들만의 추억은 아닐 것이다. 잊혀졌던 나의 어린시절일 수도 있고, 지금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을 누군가의 현재 모습일 수도 있다. 덥기만 한 이 여름날에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있다면 삶이 참으로 아름다울텐데, 이 책의 저자 다카하시 신은 살인사건, 보물찾기, 모험 등의 소재들을 잘 버무려 아름다운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여름날 기억할 추억 하나 없는 나에게 이 책은 하루와 타로 그리고 마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새로운 추억을 남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