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문학동네 청소년 1
김진경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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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하는 기계'인 시계모자의 강제착용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왜 이 글이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지 의아했다. 곰곰히 생각해 봤더니 예전에 읽었던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최후의 끽연자"의 단편들 중 [혹천재]란 글 때문이었다.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에서는 시계모자를, 단편 [혹천재]는 '럼프티 험프티'라는 괴물을 몸에 부착하는 것이 다를 뿐 그 목적은 같다. 1997년 1월호 <갓파매거진>에 실린 [혹천재]란 글과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를 보니 세월이 흘러도 교육열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질뿐 식지 않은 모양이다.

 

표준시 변경으로 낮과 밤이 바뀐 나라, 현실에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가상 세계에서만 일어날 일이라고 안일하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낮과 밤이 바뀐다니, 정말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해 뜨면 자고 해가 지면 학교에 가는 아이들 못지 않게 나 또한 이런 상황에 머릿속이 뒤죽박죽 되어 버린다. 통렬하게 교육 현실을 비판하고 희망을 제시한 책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는 솔직히 어려웠다. 정치적으로 얽혀있는 사건이다 보니 여러 단체들이 힘을 합쳐 '지하도시 통신'을 만들고 중앙시계탑을 부수러 가기 위해 아이들이 모험을 하는 내용이 시계모자 착용을 반대하고, 자신 앞에 닥친 상황을 파괴한 후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아이들의 행동으로 보여지기 보다는 교육현실에 대한 비판으로밖에 다가오지 않았다. 밑바닥 인생들이 지하도시로 모이고, 학생들은 해가 진 후 시계모자를 쓰고 학교에 등교하는 상황이 사회적으로 불안하여 이 일이 연쇄적으로 또 다른 사건을 일으며 많은 문제들이 터져나올텐데 그 상황을 더 깊이 있게 보여 주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표준시 변경으로 낮과 밤이 바뀐 후, 시계모자를 착용함으로써 벌어지는 사건들에만 촛점이 맞춰진 것 같아 아쉽다.

 

'공부 잘하는 기계'를 스스로 던져버린 아이들은 대단했다. 학창시절 학교와 집을 오가며 머릿속에 주입 시켜주는 내용만 외웠던 내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대단한 모험이었다. 상위 1%에 들기 위한 열망은 괴물 '럼프티 험프티'를 몸에 심고, 시계모자를 착용하게 만들었다. 내가 이런 상황에 놓여진다면 괴물이든 시계모자든 손을 뻗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시계모자가 학생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적절하게 통제하기 위한 장치라고 여겨져 더 섬뜩하게 다가왔다.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우리들의 아름다운 나라',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나라가 결코 오지는 않겠지만 기계에 갇혀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건 정말 꿈일 뿐일까. 판타지 소설에서만 볼 수 있는 꿈인 것인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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