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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티쓰
사카키 쓰카사 지음, 현정수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몇 가지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책장을 넘겼는데 그 첫 번째로 티쓰가 이름인줄 알았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치과를 무서워하는 사키가 12시 땡하면 집에 가야하는 이유가 진짜 있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어릴 적 읽었던 동화속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백마탄 왕자님이 반짝거리는 유리구두를 가지고 나타날 것이란 어리석은 생각을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고 환자의 마음까지 배려하는 시나가와 덴탈 클리닉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현실적인 나의 마음이 슬퍼지기도 한다.
이 책의 장르를 어떻게 분류하면 좋을까, 환자의 행동 하나까지 세심하게 지켜보며 환자들의 마음까지 치료해 주는 탐정으로써의 자질을 보이는 요쓰야의 존재때문에 꼭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다. 왜 환자들이 엉뚱한 행동을 하는지 요쓰야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 그가 "왜 그런 것 같아?"라고 사키에게 물으면 괜시리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나는 주눅이 들고 만다. 치과라면 무서워서 그 근처도 가기 싫은 나도 이 병원만큼은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어느새 이 책에 단단히 빠져 버린 모양이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속에서나 있을 법한 시나가와 덴탈 클리닉, 영리목적이 아닌 무조건 환자 위주의 치료를 하는 곳이 정말 있을까. 대기실에 앉아 있는 환자들에게 그들의 식습관이나 취미 등에 대해 질문하는 사키의 행동은 사실 낯설게 다가온다.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원해 치과에 대해 공부하는 사키를 보면서 그냥 아르바이트를 위해 자리를 지켰던 그녀가 환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지만 그동안 내가 다녔던 치과에서 치료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조금의 소음도 용납하지 않던 직원들의 행동을 생각해 볼 때 역시 이곳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공간이 아닌 것 같다.
사키와 요쓰야, 다다시 외삼촌과 치카, 이들로 인해 더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나가와 덴탈 클리닉에서는 아픈 치아를 치료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닌 환자들의 마음까지 그 근원적인 고통을 치료해 준다. "공중그네"의 이라부와 마유미가 전해주는 유쾌함은 없지만(치과 특성상 이곳에서 즐거움와 유쾌함을 찾는다는 것은 역시 무리다)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내용이 너무 가벼워서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치과라는 장소를 이렇게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나를 공중에 뜬 기분을 느끼게 한 이 가벼운 필치때문이 아니었을까. 치과 가는 것이 두려운 분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마음을 다 잡은 후 방문해도 좋을 것이다. 여전히 무서운 곳이긴 하지만 버텨낼 힘을 줄 테니까 말이다. 나? 난 여전히 무섭다. 치과는 나에게 큰 마음 먹고 방문해야 할 곳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