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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 - 오즈의 마법사 깊이 읽기
L. 프랭크 바움 원작, 윌리엄 월리스 덴슬로우 그림, 마이클 패트릭 히언 주석, 공경희 / 북폴리오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하나, 둘, 셋!"
북쪽의 착한 마녀가 도로시를 도와주기 위해 모자를 벗어서 막대 끝을 세우고는 진지하게 외친다. 나에게도 주문을 걸어 이 책속에 있는 모든 내용이 머릿속으로 쏙 들어왔으면 좋겠는데, 이 착한 마녀를 만나러 가자니 회오리바람에 집을 날리기가 쉽지 않아서 포기했다. "하나, 둘, 셋!"은 누구나 외울 수 있는 마법의 주문같지만 주석에 보면 "3은 전통적으로 신비로운 숫자이며, 마법을 행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고 적혀져 있다. 이렇듯 가볍게 외치는 숫자 하나에도 깊은 뜻이 담겨 있어 그동안 '오즈의 마법사'를 제대로 읽지 않고 그 속에 담겨진 재미와 즐거움만을 찾은 결과, 내 앞에 있는 "주석 달린 오즈의 마법사"는 내가 어린시절부터 알아 왔던 그 '오즈의 마법사'가 아닌 전혀 낯선 세상의 이야기였다.
보통 책을 읽게 되면 작가 소개를 먼저 읽게 되는데 짧게 간추린 작가 소개를 이 책에서는 아주 상세하게 긴 페이지에 걸쳐 서술해 놓아 '오즈의 마법사'가 나에게 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게 한다. 바움이 덴슬로우와 함께 작업한 '파더 구즈, 그의 책'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그 이듬해 '오즈의 마법사'를 출간하면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다, 고 짧게 이야기하고 말았다면 대단한 천재작가로, 순식간에 이 책을 펴내고 대단한 명성을 이어가는 작가로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바움은 '오즈의 마법사'의 완전한 틀이 갖춰지기까지 뮤지컬, 영화 분야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오즈의 마법사'에 애착을 보이고 '오즈의 마법사'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의 위해 죽는날까지 이 책의 시리즈를 집필함으로써 늘 노력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움의 사후,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책이 읽혀지리라고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어른들을 위한 책을 여러 편 썼으나 빛을 보지 못하고 '오즈의 마법사'가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을 보면서 그는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린이들의 즐거움만을 목적으로 글을 쓴 바움이지만 그의 동화속에도 들쥐 여왕을 구하기 위해 양철 나무꾼이 휘두른 도끼에 목이 잘린 살쾡이의 모습이 등장해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독자들을 섬뜩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속에 어려운 교훈을 늘어놓거나 아주 끔찍한 이야기를 넣는 것을 자제해 온 바움이지만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상을 권선징악의 틀속에 넣지 않고 이렇게 표현한 것은 역시 아이들에게 들려줄 아름다운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양귀비 꽃밭에서 잠든 겁 많은 사자를 옮기기 위해 들쥐들이 도움을 주기 위해 설정된 내용이긴 하지만 말이다.
작가가 직접 주석을 달아줬다면 '~추측할 뿐이다'라는 주석을 보지 않고 더 명쾌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을텐데 이점이 아쉽긴 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그냥 흘려보내고 말 장소들, 대수롭지 않게 보고 지나칠 꽃들에게도 주석을 달아 왜 이런 글을 적었는지 밝혀두어 더 상세하게 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 작가의 세계에 한발 더 다가서게 만든다. 또한 그냥 생각나는대로 지어진 글이 아니라 충분히 생각하고 집필했음을 알 수 있다.
'오즈의 마법사'가 출간되던 시기의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도로시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 많은 사자 등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았을 것이다. 나의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동화속의 인물은 "빨간 머리 앤"인데 지금도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을 즐겨볼 정도로 좋아한다. 물론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도 좋다. 안경을 쓴 도로시, 허수아비, 사자, 양철 나무꾼의 모습, 그리고 리본을 묶은 사자의 모습이 그려진 삽화를 통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더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