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으로 향하다 - 리암 니슨 주연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97
로렌스 블록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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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이름 '매튜 스커더', 역시 나는 그와 "800만 가지 죽는 방법"에서 만난적이 있었다. 전직 경찰이지만 지금은 탐정인 그는 알콜을 멀리 해야 하는, 멀리하려 노력중인 사람이다. 술을 2년여 동안 끊었다는 글을 보니, 내가 그와 만나지 못했던 시간이 그정도 되는 모양이다. 그가 걷던 거리, 그가 만나던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는 반가움도 잠시, 아내의 토막 난 시체를 받은 캐넌이 형 피터의 권유로 매튜를 찾게 되면서 "무덤으로 향하다"는 도입부분부터 독자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이 책은 여러모로 최근에 잡힌 연쇄살인범을 떠올리게 하는데 원한에 의한 복수가 아닌 불특정 인물을 겨냥한 살인사건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상상은 결코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생각이 아니다.

 

"프랜신 코리가 외출했을 때 나는 아직도 아침을 먹고 있었다."라는 글을 보면서 이 '나'가 매튜라는 것을 알지만 그와 납치된 프랜신 코리가 어떤 관계인지 알 수가 없어 잠시 혼란스러웠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고 이 사건에 대한 글을 쓰면서 매튜는 프랜신 코리가 납치되고 살해되기까지 그 시간동안 자신은 무엇을 했는지 자문하고 있지만 시점이 다른 두 사람의 일이 하나로 합쳐지게 되기까지 역시 독자들의 시선을 잠시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오로지 자신의 머리로 인맥을 통해 사건을 파악하고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매튜 스커더의 방식이라 혹자는 과연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궁금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이미 "800만 가지 죽는 방법"에서 그의 능력을 보았기에 단지 연쇄살인범들을 잡았을 때 캐넌이 원하는대로 범인들을 처리하게 해 줄지 오히려 그것이 궁금했다. 스스로 범인을 처단하기도 했던 매튜이기에 캐넌의 의견을 충분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직 경찰이 아니던가. 법망을 잘 피한 살인범이 무죄 판결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게 해야한다는 캐넌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 범인들이 맞게 될 결말이 궁금해진다.

 

범인의 시선이 아닌 탐정 매튜의 시선으로 사건을 풀어가기에 범인들이 왜 살인을 저지르는지 깊이있게 알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데, 잠깐 동안 범인과 대치하여 매튜가 그들의 심리를 알아보긴 하지만 역시 미흡하게 느껴진다. 새로운 희생자를 구하기 위해 매튜는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사건 깊숙히 발을 들여놓는다. 그를 돕는 자칭 탐정인 티제이가 있긴 하지만 아직 어려 어디로 튈지 몰라 매튜를 불안하게 만들 뿐이다. 나중에 이 두 사람이 멋진 콤비를 이루면 새로운 탐정이야기가 탄생될 수 있겠다, 고 기대가 되지만 경찰의 도움없이 소수의 인력으로 범인들과 대치하는 매튜는 납치된 아이가 다칠게 될까봐 신경이 곤두서서 이런 생각을 할 여유를 가질 수 없다.

 

"무덤으로 향하다",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 보여주는 제목일까. 아니면 또 다른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까. '무덤'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두운 느낌은 '죽음'이라는 단어가 어김없이 떠올라 음울하기만 한데 엽기적인 연쇄 살인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사건과 책 제목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살인사건이 주는 느낌은 비록 끔찍해서 고개를 돌려버리게 만들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일레인과 매튜의 대화를 보며 한동안 입가에 웃음이 머문다. 티제이 또한 매튜에겐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리라. 매튜 스커더 시리즈가 끝난 것은 아니겠지. 매튜 & 티제이 탐정시리즈도 기대가 되지만 무엇보다 매튜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이번에는 어떤 의뢰를 받을까 벌써부터 궁금해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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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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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맞게 되는 뜻하지 않은 반전, 그리고 또 연이어 터지는 반전. 난 여기에 열광한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결말, 이것만큼 나를 흥분시키는게 있을까.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체포되다"니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나니 '토머스가 체포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웨이터가 직업인 하층민인 그가 이 어려운 문제를 무슨수로 다 맞추었겠나, 아마 이것이 방송관계자들이 토머스를 하찮은 인간으로 생각한데서 저지른 실수였을 것이다.     

 

분명 제대로 퀴즈를 풀었다면 두번째 문제에서 그는 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방송의 재미랄까, 없는 사람 돈 보태주자는 마음이었는지 퀴즈쇼의 사회자 '프렘 쿠마르'가 문제를 바꿈으로써 끝까지 문제를 풀 수 있었으니 역시 행운의 여신은 토머스의 편이었다. 체포된 토머스에게 상금을 주지 않기 위해 퀴즈쇼에서 속임수를 썼다는 자백을 받으라고 지시받은 고드볼은 토머스를 고문한다. 그 때 토머스를 구하러 나타난 변호사 스미타, 이제 그는 십억 루피를 받아 억만장자 퀴즈왕이 될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무일푼으로 사랑하는 사람 니타를 창녀촌에서 구할 돈도 얻지 못한채 괴로움에 빠져 살아가게 될 것인가. 그 결과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야한다. 솔직히 난 손님에게 구타당하고 병원에 입원한 니타를 구하기 위해 돈이 필요해 상금이 걸린 퀴즈쇼에 토머스가 나간줄 알았다. 그런데 토머스의 뜻은 다른데 있었다.

 

변호사 스미타에게 자신이 이 문제들을 어떻게 다 맞췄는지 보여줘야 할 상황. 학교도 다니지 못한 그가 무슨수로 제시를 할 것인가. 그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일들 모두가 이 열두 문제의 답을 맞출 수 있게 해 줬으니 자신의 삶을 그녀에게 말해줄 수 밖에 없다. 하나씩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나도 퀴즈쇼에서 출제된 문제를 맞출 수 있었다. 힘들고 어렵게 살아온 그의 인생이 이렇게 큰 행운으로 보상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림과 함께 살때 옆에 살던 구디야의 아버지를 계단 난간에서 밀어버리고 도주하고, 기차에서 맞딱드린 강도를 총으로 죽인 토머스, 이 이야기만 들으면 섬뜩하여 가까이에 오지 않으려 할지도 모른다. 허나 딸을 겁탈하려는 구디야의 아버지를 계단에서 밀어버림으로써 누이로 생각하는 구디야를 구하고 싶었고 기차안에서 치욕을 당하는 여자아이를 구하기 위해 총을 쐈으니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잇을까. 이것들은 훗날 그에게 아무 걸림돌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았던가.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는 말은 토머스를 보면 알 수 있다. 니타를 구하기 위해 가져온(훔쳐왔지만)돈을 광견병에 걸린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돈을 구걸하는 사람에게 선뜻 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마지막 문제의 힌트를 사회자인 '프렘 쿠마르'가 가르쳐주는데 솔직히 난 알아듣질 못했다. 늘 중요한 결정이 있을때 마다 행운의 동전을 던져 점치곤 했던 토머스는 이번에도 그렇게 선택을 하고 이 퀴즈쇼에서 우승을 하게 된다. 이미 답을 알고 있었던 그는 왜 이런 행동을 했던 것일까. 난 여기에서도 속아넘어 갔다. 동전이 어떤 면이 나오든 프렘 쿠마르가 "앞면이 1번이군요"라고 소리치도록 되어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었으니까. 시종 유쾌하게 읽었던 이 책에 한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문제를 풀때마다 해 줬던 이야기들과 별도로 토머스가 겪었던 다른 이야기들을 함으로써 이 두 이야기가 시간적으로 맞지 않아 헷갈렸던 점이다. 왠지 뒤죽박죽된 느낌이 들었으니까. 이 이야기는 언제 겪은 이야기일까 고민하며 읽었다.

 

토머스가 행복해져서 나도 행복하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그에게 가족이 생기고 토머스로 인해 주위사람들도 행복해졌으니까. 역시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가 보다. 결말이 참 마음에 든다. 상금을 빼앗길줄 알았건만 정당하게 가져오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퀴즈쇼에서 우승한 대가로 체포된 사나이 토머스, 그의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라. 그러면 인생이 보일 것이다. 그나저나 문제를 맞추다 답을 몰랐다면 그동안 모아놓은 상금이 아까워서 내 속이 상했을 것 같다. 자신의 돈이 아니라 생각했기에 잃을것도 없다는 토머스의 말을 가슴깊이 새겨야할 필요가 있다. 욕심, 이 욕심을 버려야 인생이 즐거워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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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적뒤적 끼적끼적 : 김탁환의 독서열전 -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관한 기록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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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손에 들고 먼저 목차를 보며 내가 읽은 책이 몇권일까 헤아려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아, 더이상은 부끄러워서 못 보고 있겠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을텐데 나는 저자처럼 이렇게 주제별로 나의 영혼을 뜨겁게 한 책들을 분류나 할 수 있을지, 아니 그런 책을 기억이나 해낼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읽고 감상평을 쓰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대견하다 생각할 뿐, 이렇게 삶과 책을 엮어서 쓰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을, 누굴 탓하랴. 이렇게나마 다른 사람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읽을 밖에.

 

많은 책을 집필한 저자도 자신의 문체를 만들고자 하는 욕심과 글을 잘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말한다. 책 제목은 '뒤적뒤적 끼적끼적'으로 아주 가볍게 적은 듯이 말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묵직해서 결코 가볍지가 않은데, 소개하는 책을 읽지 않은 독자들을 안내하는 지침서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하는 이 책을 읽어보면 저자의 삶은 물론 그동안 집필한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히 접할 수 있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저자가 집팔한 책을 모두 다 읽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의 글이 좋아 "어느 작가를 좋아하느냐?"라는 질문에 당장 "김탁환이요"라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책을 좋아해서 이렇게 저자가 들려주는 "내 영혼을 뜨겁게 한 100권의 책에 대한 기록"을 읽는 시간이 즐겁다.  

 

위로를 주는 책에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를 권하는 글을 읽으며 저자는 얼마나 많은 위로를 받았을까 생각해 본다. 나도 위로가 필요하면 따뜻하거나 친절하지는 않지만 위로를 주는 이 책에 손을 뻗을 것이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데니스 루헤인의 '코로나도'를 이야기하는 글을 통해 그나마 내가 아는 저자의 이름이 언급된 글을 읽고 난 후 저자와 나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이 느껴진다. 아주 멀고 먼 거리 중에 조금 가까워진 것이긴 하지만, 비록 그 많은 책들 중 읽은 책이 몇 권 되지 않아 마음은 더 울적해지지만 말이다.

 

책장을 넘기며 기억하고 싶은 글도 많고, 마음속에 담겨진 글도 많았다. 하지만 여기에 언급된 책들중 한 권을 내가 읽었을 때 저자와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되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낯선 작가의 책들이 많지만 어느 날 나도 그 중 한 권의 책을 들고 나의 영혼이 뜨거워지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 읽기에 대한 감상도 달라지겠지만 분명 책속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이제는 책을 단숨에 읽어버리기 보다는 음미하며 읽어야겠다. 한 문장, 한 문장 여백의 의미까지 생각하며 읽다 보면 나름대로의 나를 위한 독서열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이 알아볼 수 있는 삶과 책에 대한 글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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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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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으로 물든 '나스타샤'의 책 표지를 바라보면서 조지와 나스타샤의 사랑이 행복한 결말을 맞을 것이란 기대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조로운 캐나다에서의 일상, 낯선 곳에서의 유학생활의 외로움을 달랠 방법이 없는 조지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여겼다. 

 

'나스타샤'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조지가 나스타샤를 만나기도 전에 두 사람의 만남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사라지고 지쳐서 힘이 빠질 때즈음 회상속에 잠겨 과거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던 조지가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와 나스타샤, 그녀를 나의 앞으로 데려온다. 분명 조지와 나스타샤의 만남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사랑의 서막을 알리지 않는 온통 회색빛인 그녀와의 사랑은 전혀 운명적인 느낌을 선사하지도, 설레이는 느낌을 주지도 않고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완전하지 않은 조지와 나스타샤의 사랑을 통해 나스타샤를 만나기전까지 그의 삶이 더 평온했으리라는 지레 짐작한 내 생각을 조지는 분명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 버린 조지의 영혼을 나는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던가. 하지만 그의 아픈 사랑을 지켜보며 이기적인 사랑을 하라고 한마디쯤 해주고 싶다.

 

나스타샤는 정치적인 탄압을 피해 도망쳐 와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이곳 캐나다에 정착하게 된다. 가족의 생사를 모르는 한 조지와의 사랑은 완전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을 찾게 된다면? 이또한 조지와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은 조지가 나스타샤를 위해 그 가족을 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멜리사와의 사랑을 외면하고 정착하며 살 수 있는 삶을 뒤로한 조지가 나스타샤와의 위험한 사랑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나스타샤 그녀를 위해 희생하는 조지의 모습은 결국 모든 것들이 어그러진 결말을 만들었을 뿐이다. 두 사람중 그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결말을 말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란 논제는 벗어나자. 조지의 담담하게 이어지는 독백에 오롯이 빠져들지 못한 나는 그가 선택한 사랑의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캐나다에서의 외로운 삶이, 도움이 필요한 나스타샤에게 손을 뻗게 했겠지만 나스타샤의 가족을 데려와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오로지 그의 선택일 뿐이었다. 나스타샤에겐 그 어떤 기회도, 의견도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남편과 아이를 돌보지 않고 자신의 사랑만을 찾아 떠날 수 없었던 나스타샤의 독백이 귓가에서 머물며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뒤에 그녀 자신이 선택할 삶을 드러내는 그 말들이 조지의 가슴속에 박혀 떨어지지 않게 된 건 시간이 지나서의 일이다. 

 

조지와 나스타샤의 사랑이 정녕 소설속에서 일어난 일이란 말인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일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오는데,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삶은 애절해지는가 보다. 사랑 또한 예외로 둘 수 없지만 소설속에서는 그 결말에 몇가지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에 작가가 선택한 조지와 나스타샤의 삶에 당사자가 아닌데도 억울한 마음이 든다.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아니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갔을 때 한번만 더 나스타샤와 조지에게 기회를 주었다면 이리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텐데 오히려 책속에서 이루어진 극적인 전개가 사실이 아닌 허구라고 마음을 달래게 되니 아픈 나의 마음은 어쩌란 말인가. 조지와 나스타샤의 사랑을 생각하면 나의 가슴도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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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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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이기도 하지만 성장소설을 좋아해서 이 책이 꼭 읽고 싶었는데 여러면에서 제 1회 블루픽션상 수상작인 "하이킹 걸즈"와 그 느낌이 비슷하게 다가온다. 우등생이 아닌 열등생인 문제아들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데, 우리나라에서 그려질 수 있는 성장소설이라는 것이 대체적으로 실업계 학교 학생들의 생활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라는 것과 그리고 역사속에서 주축이 되진 못하지만 그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등 밖에 다룰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실업계 아이들을 이 책의 주인공들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일까. 재웅이는 은향이를 좋아하지만 은향이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인물인 충수가 인문고 학생이라는 조건때문에 자존심이 상해 선뜻 다가서지 못하는데 마을 아이들인 희진, 세연, 은향이와 재웅, 성민, 호철, 기준이가 어우러질 수 있는 이유 또한 재웅이가 은향이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실업고 아이들의 문제아 취급은 이런 특정집단을 책 속에 등장시킴으로써 이 책을 읽는 것이 불편한 사람들도 생길터라 글을 쓰는 제약이 따르기도 할 것이다.

 

마을 사람들을 선동하는 인물인 육법대사는 미륵암에서 고시 공부를 하는데, 재웅이 일행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와 마을 사람들의 갈등을 조성하는 인물이라 유일하게 긴장감을 일으키는 존재다. 조폭들이 동원되고 사람들이 다치기까지 하는 상황은 사건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역할을 하지만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장면이 낯설게 다가와 필요한 장면이었나, 자문하게 되기도 한다. 화해와 용서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재웅이와 아이들의 역할이 크기에 물론 꼭 필요한 장면이긴 하지만 모든 사건이 순식간에 해결이 되는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하기에 더 낯설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더덕 도둑을 잡았다는 경찰서에서 온 연락을 이장이 받으면서 미륵암을 언급하긴 했는데, 결말이 명쾌하게 끝나지 않아 당혹스럽다. 이야기가 갑자기 끝나버린 느낌, 열린 결말로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둔 건가. 꼴찌클럽을 만든 아이들이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궁금한데 또 아쉬움을 남겨준다. 낙오자가 되지 않고 꼴찌라도 해서 순위안에 들고자 하는 아이들의 변화된 마음가짐을 보니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기대가 된다. 잠깐의 추억으로 묻어두진 않을 것이다. 은향이와 재웅이의 사랑, 성민과 희진이는 또 어떻게 되었는지 다른 궁금증도 생기는 것을 보니 쓰러지고 밟혀도 꿋꿋하게 일어서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주 대견했나 보다. 뭔가 크게 일 하나 저지를 것 같은 아이들의 모험담, 정말 그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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