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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타샤
조지수 지음 / 베아르피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회색빛으로 물든 '나스타샤'의 책 표지를 바라보면서 조지와 나스타샤의 사랑이 행복한 결말을 맞을 것이란 기대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조로운 캐나다에서의 일상, 낯선 곳에서의 유학생활의 외로움을 달랠 방법이 없는 조지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여겼다.
'나스타샤'는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조지가 나스타샤를 만나기도 전에 두 사람의 만남이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기대감이 사라지고 지쳐서 힘이 빠질 때즈음 회상속에 잠겨 과거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던 조지가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와 나스타샤, 그녀를 나의 앞으로 데려온다. 분명 조지와 나스타샤의 만남은 운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사랑의 서막을 알리지 않는 온통 회색빛인 그녀와의 사랑은 전혀 운명적인 느낌을 선사하지도, 설레이는 느낌을 주지도 않고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완전하지 않은 조지와 나스타샤의 사랑을 통해 나스타샤를 만나기전까지 그의 삶이 더 평온했으리라는 지레 짐작한 내 생각을 조지는 분명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어 버린 조지의 영혼을 나는 오롯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던가. 하지만 그의 아픈 사랑을 지켜보며 이기적인 사랑을 하라고 한마디쯤 해주고 싶다.
나스타샤는 정치적인 탄압을 피해 도망쳐 와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이곳 캐나다에 정착하게 된다. 가족의 생사를 모르는 한 조지와의 사랑은 완전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을 찾게 된다면? 이또한 조지와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그 끝을 알 수 없는 두 사람의 사랑은 조지가 나스타샤를 위해 그 가족을 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멜리사와의 사랑을 외면하고 정착하며 살 수 있는 삶을 뒤로한 조지가 나스타샤와의 위험한 사랑을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나스타샤 그녀를 위해 희생하는 조지의 모습은 결국 모든 것들이 어그러진 결말을 만들었을 뿐이다. 두 사람중 그 누구도 행복하지 못한 결말을 말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란 논제는 벗어나자. 조지의 담담하게 이어지는 독백에 오롯이 빠져들지 못한 나는 그가 선택한 사랑의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캐나다에서의 외로운 삶이, 도움이 필요한 나스타샤에게 손을 뻗게 했겠지만 나스타샤의 가족을 데려와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던 그의 마음은 오로지 그의 선택일 뿐이었다. 나스타샤에겐 그 어떤 기회도, 의견도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남편과 아이를 돌보지 않고 자신의 사랑만을 찾아 떠날 수 없었던 나스타샤의 독백이 귓가에서 머물며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뒤에 그녀 자신이 선택할 삶을 드러내는 그 말들이 조지의 가슴속에 박혀 떨어지지 않게 된 건 시간이 지나서의 일이다.
조지와 나스타샤의 사랑이 정녕 소설속에서 일어난 일이란 말인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일들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다가오는데,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삶은 애절해지는가 보다. 사랑 또한 예외로 둘 수 없지만 소설속에서는 그 결말에 몇가지 가능성을 가질 수 있기에 작가가 선택한 조지와 나스타샤의 삶에 당사자가 아닌데도 억울한 마음이 든다. 두 사람이 행복했으면, 아니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갔을 때 한번만 더 나스타샤와 조지에게 기회를 주었다면 이리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텐데 오히려 책속에서 이루어진 극적인 전개가 사실이 아닌 허구라고 마음을 달래게 되니 아픈 나의 마음은 어쩌란 말인가. 조지와 나스타샤의 사랑을 생각하면 나의 가슴도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고야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