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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그리움". 이 책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그리움을 담아 놓았다. 볼거리 많고 멋드러진 건물이 세워진 곳에서 웃으며 사진을 찍는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련한 그리움, 그곳은 '내 마음의 여행'이다. 기억 저편에 묻어둔 어린시절,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면서도 행복했던 그 시절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갈라터진 손등, 주름진 피부, 햇볕에 탄 얼굴로 농사를 지으시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강원 한계령의 눈덮인 산을 보면서 자연을 동경하게 되는 마음은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는 유일한 사치일 것이다. 사람이 있고 자연이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삶과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이 여행을 떠날 마음의 준비는 끝난 것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풍경이라도 그속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은 죽은 모습일 것이다. '욕지도'를 떠올리면 뜨거운 여름날 피서 떠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닌 고구마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흙 묻은 손을 생각하며 사람을 떠올릴 수 있다면 밋밋해 보이는 주변의 모습들이 모두 아름답게 보여지게 되는 것이 이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비록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읽진 못했지만 책장을 넘기는 동안 나를 향해 부서져 내리는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사람들이 땅을 밟는 소리,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내 마음속에 새겨진 자연의 소리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함께 자신을 드러낸 것이리라.
'빗갱이섬'이라 불리는 횡간도, 제주 바다의 거친 바람이 이 횡간도를 할퀴고 지나가지만 외로이 떠 있는 이 섬안에도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추자도에서의 신명나는 '멸치잡이', 불빛을 향해 모여드는 멸치떼들을 보며 어부들의 가슴은 두근거리고 어느새 어부의 마음속은 만선이 되어 행복해진다. 억새에 마음을 빼앗겨 산사람의 아내가 된 여인의 마음은 바람 따라 모든 것이 변해가는 세상이지만 마음만은 늘 자연에 대한 설레임을 가지고 산다.
책속에 표현된 글들을 보며 부채 하나 들고 나도 시 한수 읊고 싶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인데, 비록 가슴이 막힌 듯 멋드러진 시 한줄 터져 나오지 않지만 가슴속에서 무언가 묵직한 것이 나를 내리누르고 손을 뻗어 그리운 그 시절을 잡고 싶은 마음에 안간힘을 쓰게 만든다. 책속에는 나의 가족들의 얼굴도 있고 부모님들이 그리워하는 어린시절도 있으며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가고 싶은 그 시절이 담겨 있다. 힘든 터널을 지나온, 몸서리쳐지게 가난했지만, 분명 너무 힘들어 벗어나고 싶었던 시절이건만 왜 자꾸 그 때가 그리워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처연하게 피어난 꽃들을 바라보며 한 때 찬란했던 나의 삶을 돌아보며 순수했던 그 시절이 마냥 그리운가 보다. 세상모르고 엄마 무릎에 누워 즐거이 웃음짓던 그 시절,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이 참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