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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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멍하다. 아내 쇼코를 잃은 히야마에게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갱생'이라는 이름 아래 살인을 저질러도 가볍게 처벌 받는 소년범들을 보면서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는 그들이 진정으로 갱생 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히야마와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내게 히야마가 맞이하는 새로운 상황은 나까지도 혼란에 빠뜨렸다.

 

히야마에게 아내를 죽인 중학생 소년범들은 철저하게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수사가 진행되어 소년 A, 소년 B, 소년 C로 인식될 뿐이다. 그들의 이름을 알기까지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고 아내가 죽고 분노에 찬 그가 "소년범들을 죽이고 싶다"고 말한 것이 이제는 그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어 버렸다. 3인조 소년범들이 하나씩 죽어갈 때 마다 나는 히야마가 범인이 아닐까 짐작했었다. 화자가 분명 히야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어느 순간 '짠'하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그가 범인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피해자 가족이 살인자가 된다는 것, 마음속에 있는 분노가 터져 나오는 것은 그에게 가장 끔찍한 일일터이니 말이다. 딸 마나미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을 히야마는 상상할 수도 없다.

 

히야마는 쇼코가 죽고 4년이 지난 어느 날 사와무라 가즈야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실은 용의자로 생각되는 히야마를 경찰들이 찾아온 것이긴 하지만, 히야마는 그 소식을 듣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소년 B라는 말이 더 익숙한 사와무라 가즈야는 아내를 죽인 사건 이후 갱생이 되지 않았던 것일까, 또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 살해당한 것일까. 히야마는 소년범들이 진정으로 갱생이 되었는지 그들을 용서하고 싶은 마음에 그들의 자취를 찾아나서기 시작한다. 제발,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되는가. 이상하게도 히야마가 움직이는 동선에 따라 살인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스스로 소년범들에게 다가가면 어쩌자는 건가.

 

'천사의 나이프'는 처음에는 쇼코의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몇 개의 사건이 교차되면서 퍼즐들이 하나 하나 맞춰지고 완벽한 모습으로 세상 앞에 드러난다. 소년범들을 미워하고 용서할 수 없었던 히야마에게 던져진 과제는 분명 '용서'일 것이다. 모든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여전히 쇼코를 그리워하는 히야마는 이제야 자신을 옭아매던 족쇄에 놓여날 수 있었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이다. 마나미가 어른이 되어 엄마의 죽음에 대해 들어도 무너지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히야마에게 큰 도움을 주는 누쿠이가 나는 왜 그렇게나 미웠는지 모르겠다. 물론 소년범들의 갱생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세우는 그가 밉긴 했지만 하는 행동도 호감이 가진 않았다. 소년범들을 죽이는 범인이 누구일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닌 애꿎은 누쿠이를 미워하느라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놓쳤다는 것이 왜이리 아쉬운지 모르겠다. 범인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 중요한게 아닌데 말이다.

 

살인을 저지른 소년범들을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인지, 교화하고 지도해야 할 것인지는 내가 다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진정한 '갱생'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평생을 분노와 슬픔속에서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의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것이 진정한 '갱생'이 아닐까. 사회는 소년범들을 어떻게 갱생 시킬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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