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거짓말
기무라 유이치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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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도 드라마처럼 빛나 보일 수 있을까. 가진 것 없는 소시민들의 삶도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주제이니 나의 이야기도 드라마가 되지 말란 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둘 만의 추억으로 간직했던 것들이 어느 날 드라마로 방영되는 것을 보았을때 어떤 기분이 들까. 아마도 고토미처럼 드라마를 위해 자신이 이용 당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았을까.

 

"Q" 시나리오 작가 나오키는 주위의 기대로 인해 글 쓰는 것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글을 쓸 수 없어 무작정 떠나 버린다. 한적한 곳에서 바텐더로서의 삶은 자신을 감출 수 있고 많은 부분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에 점점 안정감을 찾아간다. 가식없이 자신을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닫혔던 마음이 점차 열리고 있는 것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고토미가 그에게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사람으로 자리잡아 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고토미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하려고 하지만 번번히 그 기회를 놓쳐버리는 나오키.

 

사람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을 주인공으로 글을 쓰게 되는 나오키, 바텐더 히사노리로 과거를 감추고 사는 것이 고토미를 속이는 일인지라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드라마 "눈물을 닦아준 미소"를 보고 나서 드라마처럼 멋지게 프로포즈하고 모든 것을 고백하려고 하는데 역시 이들의 실제 인생도 드라마처럼 엇갈리기만 한다.

 

"현실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하지만 잔잔한 사랑이야기라고 생각될 뿐 매혹적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여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 장면을 가지고 나오키의 시선으로 쓴 글과 고토미의 시선으로 쓴 글, 거기다 드라마로 방영되어 어떻게 꾸며졌는지 보여주는 상황으로 인해 같은 장면을 3번에 걸쳐 보게 되어 그런 모양이다. 분명 행복한 결말이 될 테지만 엇갈리고 꼬여가는 상황도 지루하게 만든다. 드라마에서처럼 나오키가 과거를 이야기 하려고 할 때 고토미의 핸드폰이 울려서 고백을 못하게 된다거나, 멋지게 프로포즈 하려고 한 날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나오키, 고토미를 좋아하는 미네라는 남자로 인해 잠깐 이들의 사랑이 흔들리는 점, 나오키에게 정확한 사실을 듣지도 않고 고토미가 어디론가 떠나는 모습은 현실에서조차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러나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참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어 가슴이 설렌다.

 

현실을 각색하여 드라마에 맞게 나오키의 손에 의해 아름답게 꾸며지는 "눈물을 닦아준 미소". 현실에서는 트렌스젠더인 아케미가 드라마에서 원숭이로 등장하는 것에 웃음이 터지고 꼭 다음에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멋지게 써 달라 이야기 하는 사람들, 청새치를 잡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타니 할배, 이쁜 여주인공인 '아오야마'를 좋아하여 어떻게든 인연이 되고 싶은 히라노와 토시. 이들은 나오키가 고맙기만 하다. 별볼일 없는 자신의 인생도 드라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 힘들고 각박한 인생이지만 희망이 있음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 그래서 인생은 살만한거 아니겠어? 나도 내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어 멋지게 살아봐야겠다. 가족도 등장하고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은 엑스트라들이 되겠지. 단 한 장면 등장하더라도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기에 마음속에 담아두고 가끔 힘들때마다 꺼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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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라리 on the Pink
이명랑 지음 / 세계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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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학창시절에는 "너 날라리 같다"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 그 말을 한 사람을 미워하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엔 '날라리'처럼 좀 저속해 보이는 표현이 난무하여 십대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듣게 되는 단어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책 제목에서 등장하는 '날라리'라는 단어는 왜이리 거북하지 않는 것일까. 아마도 십대의 발랄한 모습이 연상되어 그런 것 같다. 활발하고 명랑한,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표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기에 거부감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역시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는 버스안에서 은정이가 성적인 말을 하는데에선 제대로 읽어나갈 수가 없다. 후배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2학년 '대가리'의 존재는 실로 무시무시하기까지 하니 책장을 넘기기가 왜이리 힘들어지는 것인지. "너! 나와" 이 말을 듣고 다리가 후들거리지 않을 아이가 있을 것인가. 뭔 그리 큰 죄를 지었다고 화장실로 데리고 가는가.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정아가 화장실에서 '대가리'를 향해 칼을 꺼내는 장면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불량 청소년을 떠올릴 것이다. 역시 십대들은 무섭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자기보다 약한 아이들에게 화풀이 하기 위해 '삥'을 뜯으러 뛰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과는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래가지고 학교도 맘 편히 다니겠는가.

 

밟히지 않기 위해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후까시'란 말을 정아의 입을 통해 들으니 그리 껄끄럽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 말을 거리에서 듣게 된다면 잔뜩 주눅들어 그 자리를 피하게 되지 않을까, 왠지 겁을 먹게 된다. '후까시' 책을 통해 알게 된 단어, 대체 무슨 뜻인지 읽고 나서 잊어버렸지만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말들을 하게 되었는지 요즘의 교육 환경까지 신경이 쓰인다. 역시 나도 나이가 들었는가.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들, 얼마전 길을 가다 부딪친 십대 여자아이의 입에서 "xx"이라는 욕이 자연스럽게 툭 터져나오는 것을 보고 그 자리를 바삐 피하고 말았지만 아이들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되는가. 잔뜩 짓눌려 살아와 그것이 표출되는 것이겠지만 좀 더 수수했으면 하는 마음은 역시 나이든 사람의 잔소리인 것일까.

 

왜 여상 아이들을 이 책 속에 등장시켰는지 모르겠다. 인문계 아이들은 모범적이고 여상 아이들은 공부도 못하고 불성실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건만 여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고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결코 성실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에 오히려 선입견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내가 살아온 시절과 다르게 툭툭 뱉어내는 아이들의 말들은 간담이 서늘해질뿐 웃게 되지 않아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아마 한때 인터넷 소설이 인기를 끌었기에 그 정도의 내용인줄 알았는데 너무나 심한 단어들 속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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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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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의 '나'는 주연이지만 타인의 인생에서는 길 가는 행인처럼 엑스트라로 등장하기도 하고 가끔은 조연으로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그러나 텔레비전 안의 세상은 잘나고 이쁜 사람들의 세상이라 내가 엑스트라로 비집고 들어갈 틈조차 보이지 않아 야스가 긴짱을 우러러 보며 그의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모습이 조금은 부럽다. 긴짱에게 인간적인 대접도 못 받고 늘 얻어터지지만 무엇보다 야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 빛나 보인다.

 

주연을 맡았다고 긴짱은 참 안하무인이다. 자신이 거느리는 엑스트라들에게 몇 년전에 해 준 것까지 들추어 생색내고 아주 오래전 일도 관심 가져주는 척 하는 모습이 솔직히 착해 보이진 않는다. 카메라에 자신의 모습만 나오길 원하는 이기주의, 늘 긴짱에게 그 화풀이 상대가 되는 건 야스이니 내 기준으로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사는지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살아도 좋다는데 어쩌랴. 이 야스에게 자신의 아이를 가진 고나쓰를 맡겨버리는 긴짱, 출세욕을 위해 버리지만 그래도 고나쓰를 좋아하는 야스에게 맡겨서 다행이다. 긴짱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떠 안는 바보 야스에게는 자신을 믿어주는 긴짱에게 감격하여 온갖 위험한 엑스트라 일로 돈을 벌어 고나쓰를 보살핀다. 그에게 점점 마음이 기울어지는 고나쓰를 보며 이젠 야스에게도 행복이 찾아오는가 했다.

 

긴짱이 요구하는대로 좋은 아파트로 옮기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긴짱과 고나쓰를 함께 있게 해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참 어리석음을 넘어서 어떤 마음으로 저러는지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야스도 결국엔 폭발하고야 마니 수십 미터에서 떨어지는 계단 추락장면을 찍기 위해 생명도 장담할 수 없는 그 때 고나쓰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모습은 정말 그녀가 싫어진 것인지, 이제 죽을지도 몰라 정을 떼려고 하는지 알수가 없게 되어 버린다. 긴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계단에서 추락하는 장면을 찍는 야스의 마음 속은 자신밖에 모르니 오히려 그 장면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지는 것이다.

 

자신을 따르는 엑스트라들을 함부로 대하는 긴짱, 그러나 좀 더 지켜보면 그것도 애정의 한 모습임을 알게 된다. 그 사람들 위에 주연급으로 군림하고 싶은 악동의 모습과 자신을 우러러보는 엑스트라들을 마음으로 챙겨주며 분위기를 때론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것으로 봐서 그리 악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을 내세우기 위해 다른 이들의 생명조차 귀하게 여기지 않는 모습에는 정이 떨어질 정도이니 나로서는 긴짱에 의해 휘둘려지는 야스의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계단 추락장면을 찍을때만큼은 야스도 긴짱만큼 주연급으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한껏 거드름도 피우고 싶고 멋진 모습을 보이고 싶다. 이런 야스의 모습은 내 마음까지 아프게 만드니 계단에서 떨어지는 명장면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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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심연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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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중 2부 "악의 심연"을 읽으면서 얼마나 가슴을 졸이면서 읽었던지 이러다 죽는게 아닐까 공포심마저 들었다. 작은 불빛에 의지하여 이 책을 읽다가는 죽을 것 같았기에 환하게 켜 둔 방안에서 책을 읽었는데도 등뒤가 서늘해지고 책장을 넘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결말이 궁금하여 떨리는 손으로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막심 샤탕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머리가죽이 벗겨진 여자가 뉴욕의 공원을 발가벗고 도망간다. 몸에는 문신 67-(3)이 새겨져 있는데 그녀가 가지고 있는 머리가죽이 그녀의 것이 아닌 다른 여자의 것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희생자가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일지도 모르는 연쇄실종사건을 여형사 애너벨과 잭이 수사하게 된다. 얼마나 끔찍한가, 그러나 수사를 할 수록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이 드러나게 되고 속이 미슥거리는 구역질까지 느끼게 하니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임을 알게 되니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읽어야 할 것이다.

 

훌리아의 몸에 새겨진 문신 67-(3)이라는 숫자로 어쩌면 희생자들의 번호일지 모른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실종된 여인 레이첼을 찾는 사설탐정 조슈아 브롤린은 악의 3부작인 1부 '악의 영혼'에서 이미 활약한바 있다. 피해자였던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야 했던 고통으로 2부에서는 자신의 자리를 떠나 사설탐정이 되었나 보다. 전 FBI 프로파일러 출신 브롤린은 범인의 심리상태를 파악함으로써 범인이 누구인지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하는데......애너벨과 잭은 사건을 수사하며 범인이 3명임을 추측하게 된다. 범인들이 내세우는 '칼리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그 교주를 '칼리반'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첫 번째로 수사망에 오른 범인은 총을 맞고 의식을 찾지 못해 범행을 자백받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두 번째 범인 역시 총에 맞아 죽고 세 번째 범인인 '밥'도 일체의 범행 사실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위해를 가하려는 범인을 향해 총을 쏘게 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 4의 범인을 남겨 두고 사건을 풀어가며 서서히 접근하는 방식을 위해 이 세 범인을 배제한 것이 아닌가 하여 몹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천재적인 범죄를 밝여주고 싶은 '칼리반'에 의해 모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만 '칼리반'의 하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세 사람의 심리상태를 들을 수 없어 조금 아쉬운 것이다. 뭐 이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조슈아에게 들을 수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가설일뿐 완전하지는 않으니까.

 

분명 처음 수사할때는 범인이 3명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그들의 하수인인줄 알았던 '멜리샤 벤츠'가 범인들의 우두머리임이 밝혀지면서 제 4의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종된 67명중 몇 명이 살아있을 것인가. 끔찍한 상태로 여기가 지옥이라는 생각을 하며 잡혀있는 피해자들은 희망도 잃은 채 점점 정신마저 온전하지가 않다. FBI에서 이 사건을 주도하여 파헤치면서 '밥'을 잡으면 이 사건의 종지부를 찍게 되리라 생각하지만 잡혀 있는 피해자들이 아직도 살아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밥'을 살려두지 않고 죽이는데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잭과 애너벨, 조슈아는 범인을 취조하여 살아있는 피해자들을 구해내리라 희망하고 있으니 FBI보다 이들의 가슴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악의 영혼"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아픔이 있는 조슈아에게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과연 조슈아는 그녀를 지켜낼 수 있을지 얼마나 가슴이 졸이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범인이라 생각되는 사람의 집에 잠입할 때에도 내 가슴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으니 내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참 놀라울 일이다. 사람도 점점 상품화 되어 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 사람의 신체로 만든 약을 먹으면서 나는 내가 식인을 하고 있다고 생각 해 본적이 없건만 '칼리반'의 이야기를 들으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발 한발 악의 심연으로 들어서고 있었던 것일까. 범죄가 점점 지능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하고 책 속의 일이지만 현실에 일어나지 말라는 법 또한 없어 긴장된 나의 마음은 좀처럼 풀어지지가 않는다. 막심 샤탕, 그의 손길로 인해 나의 마음은 점점 식어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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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vol.1 - 모든 꿈이 조각난 여자
야마다 무네키 지음, 지문환 옮김 / 엠블라(북스토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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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잘못 된 판단과 결정으로 이렇게 인생이 꼬여 버린다면 정말 살기 싫어질 것 같다. 자포자기 하여 아무렇게나 되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마츠코의 인생이 그러했다. 중학교 교사였던 그녀가 왜 살인을 당하고 이웃들에게 '혐오스런 마츠코'라고 불리어야 했을까. 마츠코의 동생인 노리오는 마츠코의 유골을 가지고 아들 '쇼'에게 와서 마츠코의 집 정리를 부탁한다. 살인 현장으로 가는 길은 꺼리게 되지만 고모이기에 혈연으로 묶여 무언가 마음속에 찡한 감정을 가지게 만든다.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고모의 존재, 고모의 옆집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고향집의 강과 닮은 '아라카와 강'을 보며 울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아픔과 슬픔이 있었기에 그랬을까' 고모의 삶을 알고 싶어졌다.

 

솔직히 마츠코가 학교에서 쫓겨나고 집에서 뛰쳐 나온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학여행 간 곳 여관에서 돈이 없어져서 의심받은 학생이 마츠코의 반 아이인 류 요이치여서 추궁을 했지만 부정하는 아이의 죄를 감싸주기 위해 자신이 훔쳤다고 이야기 하다니, 거기다 없어진 돈을 돌려주기 위해 모자란 돈을 함께 자는 여교사의 지갑에서 빼간다는 것까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뭔가 끼워 맞춘듯한 인위적인 냄새가 난다고 할까. 마츠코를 바닥까지 끌어 내리려고 하는 작가의 의도가 보여졌다면 나의 억측인 것일까. 심증만 가지고 류를 다그치는 마츠코, 급기야는 류에게 찾아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라고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는데.......왜 류는 "선생님이 자신의 죄를 덮어쓰라고 협박했다"고 학교에 이야기했을까. 세월이 많이 지나고 나서도 류는 자신의 이런 행동을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다. 분명 선생님을 좋아했음에도 왜 그런 거짓말을 하여 집에서조차 떠나게 만든 것인지.

 

병약한 여동생 쿠미에 대해 느끼는 죽이고 싶은 충동과 원망 또한 이해 불가능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동생에게 다 빼앗겨 버려 그렇다고 하지만 교사로서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야 하는 자신의 위치에서 볼 때 어떻게 여동생에게 '죽어버리라'는 마음을 먹을 수가 있을까.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에 교사가 되었다고 하지만 너무도 극단적으로 치닫는 마츠코의 행동은 역시 미스터리하기만 하다. 어렵고 힘든 일이 닥치면 가족들에게 의지하기 마련인데 어째서 모든 일을 그렇게 충동적으로 처리해야만 했을까. 살면서 죽을만큼 힘든일이 생기면 가족이 그리워지게 마련인데 참으로 냉정하게 마츠코는 가족들을 외면한다. 동생 노리오에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서도 슬픈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며 "참으로 냉정하다"는 말이 절로 새어나오게 된다.

 

터키탕에 취직까지 하는 그녀, 이젠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도 여전히 터키탕에 남아 위험한 행동을 하는 마츠코를 보며 '뒷 내용은 어찌 이어질까' 정말 조마조마해진다. 병약한 쿠미를 떠밀거나 남동생 노리오의 아내에게 서슴없이 손을 올려 때리는 마츠코의 모습은 저돌적이고 감정 조절이 잘 되지 않는지라 순수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더 밑으로 떨어질 인생이 있을까. 이젠 마츠코가 가족들의 품에서 행복해지면 좋을텐데, 터키탕에서 일하는 그녀에게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나선 '오노데라'는 정말 불길한 존재로 여겨진다. 홀로 우뚝서면 좋을텐데, 계속 엮이는 남성들마다 마츠코에겐 안정과 행복을 주지 않아 내 기분까지 나빠지고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녀의 인생이 어떻게 되기에 살해 당해야만 했을까. 뒷권을 펼치기가 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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