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악의 심연 ㅣ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혜정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중 2부 "악의 심연"을 읽으면서 얼마나 가슴을 졸이면서 읽었던지 이러다 죽는게 아닐까 공포심마저 들었다. 작은 불빛에 의지하여 이 책을 읽다가는 죽을 것 같았기에 환하게 켜 둔 방안에서 책을 읽었는데도 등뒤가 서늘해지고 책장을 넘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결말이 궁금하여 떨리는 손으로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다 보니 막심 샤탕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머리가죽이 벗겨진 여자가 뉴욕의 공원을 발가벗고 도망간다. 몸에는 문신 67-(3)이 새겨져 있는데 그녀가 가지고 있는 머리가죽이 그녀의 것이 아닌 다른 여자의 것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희생자가 한명이 아니라 여러명일지도 모르는 연쇄실종사건을 여형사 애너벨과 잭이 수사하게 된다. 얼마나 끔찍한가, 그러나 수사를 할 수록 믿을 수 없는 사실들이 드러나게 되고 속이 미슥거리는 구역질까지 느끼게 하니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임을 알게 되니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읽어야 할 것이다.
훌리아의 몸에 새겨진 문신 67-(3)이라는 숫자로 어쩌면 희생자들의 번호일지 모른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실종된 여인 레이첼을 찾는 사설탐정 조슈아 브롤린은 악의 3부작인 1부 '악의 영혼'에서 이미 활약한바 있다. 피해자였던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야 했던 고통으로 2부에서는 자신의 자리를 떠나 사설탐정이 되었나 보다. 전 FBI 프로파일러 출신 브롤린은 범인의 심리상태를 파악함으로써 범인이 누구인지 하나씩 밝혀내기 시작하는데......애너벨과 잭은 사건을 수사하며 범인이 3명임을 추측하게 된다. 범인들이 내세우는 '칼리반'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사이비 종교를 만들고 그 교주를 '칼리반'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첫 번째로 수사망에 오른 범인은 총을 맞고 의식을 찾지 못해 범행을 자백받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두 번째 범인 역시 총에 맞아 죽고 세 번째 범인인 '밥'도 일체의 범행 사실을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위해를 가하려는 범인을 향해 총을 쏘게 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 4의 범인을 남겨 두고 사건을 풀어가며 서서히 접근하는 방식을 위해 이 세 범인을 배제한 것이 아닌가 하여 몹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마지막에 가서야 자신의 천재적인 범죄를 밝여주고 싶은 '칼리반'에 의해 모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지만 '칼리반'의 하수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세 사람의 심리상태를 들을 수 없어 조금 아쉬운 것이다. 뭐 이 사람들의 심리상태는 조슈아에게 들을 수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가설일뿐 완전하지는 않으니까.
분명 처음 수사할때는 범인이 3명인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밝혀지는 그들의 하수인인줄 알았던 '멜리샤 벤츠'가 범인들의 우두머리임이 밝혀지면서 제 4의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실종된 67명중 몇 명이 살아있을 것인가. 끔찍한 상태로 여기가 지옥이라는 생각을 하며 잡혀있는 피해자들은 희망도 잃은 채 점점 정신마저 온전하지가 않다. FBI에서 이 사건을 주도하여 파헤치면서 '밥'을 잡으면 이 사건의 종지부를 찍게 되리라 생각하지만 잡혀 있는 피해자들이 아직도 살아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밥'을 살려두지 않고 죽이는데 조금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잭과 애너벨, 조슈아는 범인을 취조하여 살아있는 피해자들을 구해내리라 희망하고 있으니 FBI보다 이들의 가슴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악의 영혼"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아픔이 있는 조슈아에게 또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 과연 조슈아는 그녀를 지켜낼 수 있을지 얼마나 가슴이 졸이면서 읽었는지 모른다. 범인이라 생각되는 사람의 집에 잠입할 때에도 내 가슴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으니 내가 지금 아무렇지 않게 이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참 놀라울 일이다. 사람도 점점 상품화 되어 가는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 사람의 신체로 만든 약을 먹으면서 나는 내가 식인을 하고 있다고 생각 해 본적이 없건만 '칼리반'의 이야기를 들으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발 한발 악의 심연으로 들어서고 있었던 것일까. 범죄가 점점 지능적으로 변화하는 것 같아 가슴이 서늘하고 책 속의 일이지만 현실에 일어나지 말라는 법 또한 없어 긴장된 나의 마음은 좀처럼 풀어지지가 않는다. 막심 샤탕, 그의 손길로 인해 나의 마음은 점점 식어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