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행복인줄 알았다 - 지금 우리가 다시 써야 할 새로운 성공의 기준
이종선 지음, 문서빈 사진 / 갤리온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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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에 나온 책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보다 더 차분해진 느낌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성공한 사람들의 마음 가짐법을 알려주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작가가 말했듯이, 병에 걸려 일을 한동안 쉬어야 했던

 

  경험이 자신을 변화시킨 까닭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더 마음에 든다.

 

 

 여러 군데에서 가져온 연구 결과, 사례와 자신의 경험을 버무린 구성이라 쉽게 읽히는 것이

 

 장점이다.  보통 여자 작가의 외모가 뛰어난 경우. 이를 활용하여 표지사진을 화려한 느낌이 들게

 

 연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책은 그렇지 않다. 아마 체념조나 덤덤한 독백체로 읽히는 제목과

 

 어울리도록 담백하게 찍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구절들은

 

 

 p.55 심리학자들은 행복해지고 싶다면 인생에서 일곱 가지 이상의 배역은 사절하라고 권한다. 누구의 자식, 아내, 며느리, 엄마, 이모, 고모, 회사의 누구, 모임의 총무 ......... 이미 '오버'다.

 

p.62 때로 자신의 처지가 변하니 친구가 떠났다는 하소연들을 한다. 불쌍할 일이 아니다. 그럴 사람들이었던 것. 이미 자신이 알았어야 한다. 더구나 그 호시절에 본인이 어떻게 처세했느냐에 따라 그런 결과를 만들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다지 안쓰럽지도 않다.

 

p.85-86 결국에는 착한 이들이 더 잘 사는 것을 사람들이 확인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조금 더 강하고 담대한 자신을 만들어 상처받는 일을 만들지 말자. 그렇게 지내다 보면, 선한 이들과의 만남으로 감사한 순간들이 인생 곳곳에서 숨어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p.126 사랑하는 동안 도파민의 분비가 많은 연인들은 18개월이 지나도 연인 관계를 유지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데이트는 하고 있어도 도파민의 분비가 적은 연인들은 18개월 후 남남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대로라면 사랑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로 도파민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도록 해 주면 된다.

 

p. 143 평판이나 관계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늘 3A를 강조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평판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세 가지를 말하는 것으로 외모(appearance), 능력(ability), 태도(attitude)를 뜻한다. 좀 더 친숙한 표현으로 바꾸면 꼬라지, 싹수, 싸가지가 된다. 평판이 중요한 직장 생활에서 이 세 가지는 자주 회자된다. 

 

p.145 회사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했더니, 그래서 월급을 주는 거라고 답을 한다. ..음악회도, 영화도, 놀이동산도 재미있는 것은 다 돈을 내고 즐긴다.

 

p.148 우리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괴롭다. .. 바로 이 부분에 대해 내 경험에서 배운 특효약이 있다. 하고 싶은 것을 향해 '내가 안 하기로 결정했어!"라고 해 버리는 것이다. '못 하는 '것과 '안 하는'것은 크게 다르다. 우리 마음을 괴롭히는 것은 늘 '못하는 '것이다. 자유가 구속되는 것이 싫은 것이다. ... 이제는 내가 '못 하는'상황을 '안 하는' 것으로 바꾸어 생각하면 어떨까.

 

p. 165 인간은 본능적으로 생존을 위해 경계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에 길들여져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더 자연스럽고 익숙한 것은 부정적인 정서들이다. 우리가 긍정적인 정서를 느끼려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일부러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p.175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행복을 결정하는 무려 40% 요소가 '의도적인 활동'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말하는 의도적인 활동은 뭔가 특별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p. 273 우리는 상대에게 '덕 보려'하지 말아야 한다. 꼭 경제적인 조건만이 아니라 그에게 위로받고사랑받고 힘을 얻으려는 마음도 다 덕보려는 것이다.

 

p. 292 김현수 정신과 교수는 부모가 자기 시간을 가지려고 아이들의 게임을 방치하는 것은 "나 좀 놀 동안 너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어라. 아니면 소주 한 병 마시고 있든지"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p. 293 취미 생활에서 극도로 경계할 일은 경쟁이다. .. 몰입의 즐거움으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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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제3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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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나의 토익만점 수기]를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더 이상 토익 응시료를 내지 않아도 되고, 몇 십점에 기분이 왔다갔다해도 되지 않을텐데.

 

 

자소서를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바나나 공장에서 리얼 야생 라이프를 살다온 사람이라면

 

할 이야기가 엄청 많아지겠구나-  부럽다.  이런 생각.

 

토익 만점990을 맞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은 눈물난다. 완벽한 토익 성우를 만나 기꺼이 그들의

 

집사와 일꾼이 되려는 과정은 정말..

 

 

작가가 기대한 건 아니겠지만, 나는 주인공이 토익 만점을 받기 위해 애쓴 호주에서의 시절보다

 

마지막 장면이 더 인상깊다.   결국 만점을 받은 주인공이 해외영업 직군 최종면접에 가서

 

당당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자세가.  저런 정신이라면 정말 채용하고 싶군! 이란 생각이 든다.

 

난 언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소설 뒤의 작가의 말 역시 인상 깊었는데. 자신의 무직 생활을 위안 삼는 지인들이 있었다고.  나도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는 삶을 살고 있겠지만, 나도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내 처지가 낫지 않냐고 자족하는 건 삼가야겠다. 그렇게 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게 나한테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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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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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필요한 시대다. 특히나 취업의 문을 뚫으려는 20대에게 ‘열정’은 필수 요소이다. 기업의 인재상을 살펴보면, 저마다 ‘열정’을 가진 인재를 바란다고 써있다. 나는 딱, ‘열정’이란 것이 청년의 필수 아이템이 되어갈 때 대학생이 되었다. 동아리를 지원할 때에도 열정이 있어야 했고, 수업을 듣는데도 열정이 있어야 했다. 열정이란 단어가 귀에 못이 박혀, 지겨울 법도 했다. 이 책을 펼치게 된 건, 순전히 제목 때문이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라는 말이 귀에서 음성으로 들려왔다.


책은 작가의 경험으로 구성되었다. 스포츠 신문 연예부 기자로 시작한 경험이 담겨있다. 주인공은 대학교 졸업반의 이라희다. 운 좋게, 졸업 전에 수습기자로 취직이 되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인턴이었던 것. 5명의 인턴 중 2명만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이 소설은 생생하다. 3분 만에 써지는 인터넷 기사와 상사의 고함을 듣다보면, 소설은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다.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악명 높은 상사의 업무와 지시를 다 이겨내고, 성장하는 사회 초년생의 초상이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한국의 진정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이다.


말도 안되는 기사 작성과 기분 따라 내려오는 업무 지시. 선배 기자는 여기서 네가 해야 할 말은 단 두 개라고 알려준다. 네 혹은 아니요. 연예인들의 진심은 숨고, 자극적인 것만 살아남는 연예 기사에 주인공은 점점 적응해간다. 그녀는 부장님과도 죽이 잘 맞아, 거의 정규직이 될 것 같은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평소 후배 기자들과 사이가 안 좋았던 부장은 그 사실이 전무에게 알려져 퇴출 위기를 맞는다. 이 때, 부장의 퇴출에 결정적인 진술을 한 주인공. 라희는 살 사람은 살자며, 부장을 외면한다. 그런데, 부장은 진급하여 돌아온다. 그리고 주인공에게 회사를 그만두라고 한다. 주인공은 자기가 부장님을 몰아내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서 자르냐고 물어본다.


이에 듣고, 부장은 네가 열정이 없기 때문에 내보낸다고 한다. 시키는 것만 했지, 다른 것을 찾아서 스스로 한 적이 있냐고 타박한다. 그 소리에 질린 주인공은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한 주인공이다. 그런데, ‘넌 열정이 없어’라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힘이 빠질까. 소설은 1년의 인턴생활을 마친 주인공이 집에서 자는 것으로 끝난다.


그녀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회사에서는 다 쓸모없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는 줄 서는 능력, 업무 능력, 거기에 ‘열정’을 보여주어야 했다. 아마도 부장은 그녀가 열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배신했기에 잘랐을 거다. 주인공이 언제 기운을 차리고, 다시 구직 생활에 띄어들지는 모른다. 그녀는 나와 닮았고, 보통의 20대들과 닮았다. 그랬기에 더더욱 애정이 가는 캐릭터이다. 나는 주인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 않는 길을 택하길 바란다.


책을 읽고, 나는 나의 회사생활을 상상한다. 내가 얼마나 상사와 동료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업무는 잘 할 수 있을까. 나도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다니고 싶은 직장에 지원을 한다. 그럼 그 곳에서는 내 꿈이 펼칠 기회가 있을까? 그건 장담은 못한다.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가진 조금의 열정을 믿고 나가는 수 밖에 없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면, 누가 나를 믿겠는가. 불안하지만 다 같이 불안하고, 어딘가에 내 자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버텨야지. 열정이 뜬 구름 잡는 이야기인 것도 맞지만, 그 구름을 잡고 갈 수밖에. 그래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열정에 필요한 건, 추진력이라고 누가 그랬다. 나는 추진력빠진 열정밖에 없다. 추진력은 어디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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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은 예쁘다 -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나이
김신회 지음 / 미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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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20대이다. 왜인진 몰라도 나는 작년부터 30살에 관한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올 것이 두려워서인지, 모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나이대에 매력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삼십대란, 드라마에서 30대 주인공과 다르지 않다. 경제적인 자립을 하고, 직장을 가졌다. 때때로, 친구들을 만나고 연애를 한다. 회사를 다니다가 문득, 창업을 해볼까 라는 생각도 하는 삼십대. 결혼을 고민하는 삼십대. 전반적으로 20대보다 훨씬 성숙해져있어야 한다고 상상한다. 


그렇게 서른에 관한 탐색을 하다 만난 책이다. ‘서른은 예쁘다’는 34살 여자의 이야기이다. 난 김신회 작가를 ‘가장 보통의 날들’로 접했다. 그 때는 그냥 보통의 여행작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른은 예쁘다’를 읽고, 반해버렸다.  그런 김신회 작가의 책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서른은 예쁘다’에 대해 말해보겠다.


이 책이 좋은 이유는 많다. 소재가 구체적이고 다양하다. 친한 언니가 카페에 앉아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자기 이야기를 안 하고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하는 에세이와 다르다. 자기 이야기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더하니 책이 더 풍성하다. 작가의 유머감각도 나와 어느 정도 통한다. 삼십대의 미혼 여성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미리 들여다 볼 수 있다.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이런 점들이 내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크게 사랑, 결혼, 직장, 여행이다. 작가는 이 카테고리를 갖고 30대 여성이 가진 심리를 이리저리 잘 풀어낸다.


아무래도 결혼하지 않은 삼십대 여자에게 가장 큰 일은 결혼이다. 부모님이 알아온 선 자리. 작가는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부모님이 주선한 선도 보러 간다. 그게 아무래도 부모님에게 적당히 구박받으면서 빠져나갈 틈을 만드는 방법이지 싶다. 나한테는 이제 40대 미혼인 친척 언니가 있다. 예전에는 친가 어른들이 결혼 언제 하냐고 물어보았지만, 이젠 그러지도 않는다. 작가도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걱정하면서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한다. 결혼은 아무하고나 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다음으로는 나이 들어감에 대한 고민이다. 결혼식장에서 만난 옛 선배가 던진 “야, 너 삭았다!”라는 말에 가슴이 덜컹한 작가.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고,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늙었어?” 그녀는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싶었다고 한다. 사실이 무엇이든 간에, 아니라는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 친구 한 명이 무슨 소리냐며 분개해준다. 나이 들어가는 것에 작가는 무작정 긍정적이진 않다. 다만, 한 살 더 들기 전에 조금 더 예쁘게 꾸며보고 자신의 외적 장점을 극대화 시키자고 한다. 나는 작가의 이 말을 듣고, 올해 나의 옷 입는 스타일에 변화를 주었다. 어색해서 잘 안 입는 치마도 입고 유행이라는 맥시스커트도 입어본다. 지금이 내 인생 최대로 젊을 때라면, 시도해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차림이 다양해진 만큼, 나는 조금 유연해진 느낌이다.


책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30대를 생각하는 수준은 고등학생 때 대학생활을 상상하는 것과 같다고. 막상 입학하고 나면 별것 없지만, 닥치기 전에는 몰라서 더 매력적인. 지금 30대인 사람과, 내가 30대가 될 때의 30대가 같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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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오늘의 일본문학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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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집에 사는 다섯 명의 이야기다. 5명이 각자 돌아가면서 화자가 된다. 그래서 책 제목이 퍼레이드로 지은 것 같다. 흔히 퍼레이드의 주인공은 맨 처음에 등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긴 행렬을 보다보면, 결국 누가 처음이고 마지막인지 모른다. 각자가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화자 다섯 명 모두 각자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적절히 나타내준다고 본다. 퍼레이드를 보면, 저마다의 개성으로 복잡하고 어지럽다. 이 소 설도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평범하지만 조금은 독특한 구석을 지닌 사람들의 조합을 그릴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집 구석에 평범한 사람은 없다. 좋아하는 선배의 여자 친구와 몰래 만나는 요스케, 연예인 남자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느라 거의 집에 있는 고토미, 영화에서 여자가 강간당하는 부분만 모아서 보는 미라이, 18살이지만 자칭 ‘밤일’에 종사하는 사토루, 가장 멀쩡한 것 같지만 여자를 구타하는 나오키.


아는 사람의 소개로, 어쩌다 서로 같이 살게 된 사람들이다. 친한 친구들도 같이 살면 다신 안 본다고 한다. 근데 이 사람들은 잘만 산다. 미라이가 술을 마시다 데리고 온 사토루는 어쩌다보니 같이 살게 된다. 미라이는 나오키와 사토루에 관해 이런 말을 한다. ‘미라이가 보는 사토루, 고토미가 보는 사토루, 요스케가 보는 사토루가 모두 다르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토루의 일정부분밖에 모른다. 지극히 맞는 말이다. 소설에서 말하듯이, 이들이 잘 어울리는 이유는 이 집에 맞는 얼굴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적당히 무심하다. 요스케가 선배의 여자친구를 만나도 그에게 비난하지 않는다. 고토미는 남자친구의 전화를 기다리느라 하루종일 집에 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잔소리 하지 않는다. 한편, 이들은 서로에게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함께 하는 것을 즐거워한다. 특히 사토루는 이 집이 꽤 즐겁다며 좋아한다.


그런데 이들은 인근 역에서 여자들을 폭행하고 다닌 것이 나오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침묵한다. 심지어, 폭행장면을 목격한 사토루는 괜찮다며 나오키를 안심시킬 따름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여하지 않는 건 이해가 됐다. 하지만 나오키의 폭행 사실에 대해서도 침묵하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 나오키가 집 안에서는 멀쩡한 사람이라서? 아니면, 결국에는 그만둘 거니까? 휘말리기 싫어서? 이것도 한 사람을 인정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소설에서 나오키는 나머지 사람들이 모르는 척 해주는 걸 알고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그는 변명할 기회도, 사죄할 기회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거실에 모여 떠들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토루가 핑크 팬더를 재녹화해놓은 미라이의 강간 시리즈 테이프를 보고 있다. 흉한 강간 장면을, 노래하는 핑크 팬더들이 덮어버린다. 사토루는 이 집단에 온 ‘빛’이다.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이 소년의 순수함이 집안의 공기를 바꾸었다. 이 장면은, 나오키가 이제 더 이상 범행을 저지르지 않을 거라고 암시해 준다. 흉한 장면이 팬더들로 바뀌었으니까.


사람들은 저마다의 약점과 비밀을 갖고 있다. 각자가 말하지 않는 것은 지켜주는 게 현명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밝히기보다 포용하는 것이 사람에게 더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하고 싶은 걸까? 나오키의 행동 때문에 혼란스럽다. 어쨌든, 나는 퍼레이드에서 노래 부를 수 있는 핑크팬더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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