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에 대해 말하자면 - 김현진 연작소설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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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가는 한 설문조사에서 딸들이 젊은시절의 엄마에게 하고싶은 말을 듣고 만약 인간이 태어나기 전에,  선택할수 있다면 어떻게 될지 그려보고 싶은 마음에 쓴 작품이라고 한다 .

소설에서 이 연작을 보고나서 영혼들은 무더기로 태어나지않는걸 선택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에게도 결혼하지말라고 전할 수 없느냐고 말한다. 
설문조사에서 딸들이 엄마에게 한말을 나는 실제로 한적이 있다. 엄마가 결혼하지않았으면 어땠을것 같냐고- 다음에는 결혼하지말고 살라고 말했었다. 나도 낳지말고 말이다.
세딸을 다 키우고 남은 엄마는 어떨지-
나처럼 직장생활을 했을텐데 그 시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미안해서- 또 내가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랬었다.
 
8개의 연작은 다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있다. 최근 몇년 동안 나는 소설을 읽지않았는데 그걸 감안하면 굉장히 잘 읽힌 소설이다.


특히, 각 이야기마다 그 장면이 머릿속으로 상상읽는 돼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정아'에서는 백화점 앞에 서있다가 지현씨를 대신해서 얼떨결에 윤구란 대학생과 소개팅을 하는부분이 특히 그랬다. 대사나 표현이 진짜 우리가 실생활에서 쓰는 말이라 자연스레 떠올려졌다.  


자신을 소개팅에 나온 지현씨로 착각한 남자에게 얼떨결에 가짜로 지현씨 행세를 하면서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달달한 프라푸치노를 먹는다.자기랑 동거하는 남자는 절약하느라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하나도 자기와 나눠먹는 남자인데, 하룻밤 만난 남자아이는 동갑인데도 칵테일이며 프라푸치노며 마음껏 사주니 말이다.  


남자는 정아랑 결혼하려고 절약하는 것뿐이고 정아는 자신을 아껴주지만 그런 그 모습에 숨막히는 것 뿐이고.. 마지막에 정아가 임신하고(누구아이인지는말하지않고) 낙태수술을 하고 삼겹살을 먹는 모습은 그래서 슬펐다. 
평소에는 비싸서 못먹는 삼겹살이지만, 몸건강을 위해 삼겹살도 많이 사주는 남자를 위해 정아는 남기지않고 삼겹살을 꾸역꾸역 먹는다.그러지않으면 큰일 날 것 같아서.. 


연작들은 보통 행복하진 않은 여자를 그리고 있다. 그나마 밝은 쪽이 유부남이 유부남인줄 모르고 사귀었다가 그 사실을 알고 극복하기 위해 권투학원에 다니는 '영진'을 그리는 '아웃파이터'다. 영진은 남자를 잊기위해 권투장에서 줄넘기를 하고 잽을 날리고, 그런 영진을 고등학생 권투선수 재훈은 좋아한다. 남자에 면역력이 없어 유부남과 사귀게되었다고 생각한 영진은 당분간 남자생각이 없어 재훈과 거리를 두고 권투에 집중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볼때는 다 보이는데 재훈이는 왜 영진누나가 자기한테 관심없는걸 모를까싶지만 그래서 소설에서 재훈이 귀여워보였다.  


그 외에도 성추행받아서 퇴사했는데도 남자친구가 위로해주지도 않아서 헤어지고 잠재된 야만성이 폭발한 이야기인 '누구세요?', 너무 외로워서 관심에도 없는 남자한테 연락하고 그남자와도 하룻밤을 보내지못해 시위대에 가서 연대감혹은 동지애를 느끼는 화정의 이야기인 '부장님 죄송해요' 등이 있다.


8개의 연작에서 아무도 행복해보이진 않는다. 이런 상황들을 제시하고 여자로 태어날래, 남자로 태어날래?를 묻는다먼 결과는 뻔하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힘든데 성별 구분을 해서 무슨 소용이겠지만 말이다.


내가 영혼의 세계에 있었을때, 작가가 그린 상상처럼 이런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태어날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재밌으면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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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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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3
어떤 사람을 만나거든 잘 살펴봐. 그가 헤어질 때 정말 좋게 헤어질 사람인지를 말이야. 헤어짐을 예의 바르고 아쉽게 만들고 영원히 좋은 사람으로 기억나며 그 사람을 알았던 것이 내 인생에 분명 하나의 행운이었다고 생각될 그런 사람.

설사 둘이 어찌어찌한 일에 연루되어 어쩔 수 없이 이별을 하든,
서로에게 권태로워져 이별을 하든,
마음이 바뀌어서 이별을 하든,
그럴 때 정말 잘 헤어져 줄 사람인지 말이야.

p. 37

넌 스무 해를 살았니?
어쩌면 똑같은 일년을 스무 번 산 것은 아니니?
네 스무살이 일 년의 스무 번의 반복이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야.

p. 38

아직 젊은 너는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삶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어느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더구나.

그 이유는 반복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말이야.

이 책 안에서 공지영이 소개한 <얀 이야기> 중에서

p.55

`아아 이런 때야` 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안 된다.

역시 이 책에서 소개된 <손녀딸 릴리에게 주는 편지>에서

p.66

우정은 정적이지 않다.

우정은 마치 강물과 같아서 어떤 방향으로건 흐를 때만 의미가 있다.

언제나 발전하고 변화하고 넓어지고 새로운 경험을 흡수해야 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잉글랜드 사람들은 친구가 아니라 무엇인가에 대한 친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친구는 결코 배타적인 소유물이 될 수가 없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 친구를 나누거나 잃는 일임을 배우게 될 것이다.

p.80

엄마 친구가 그러더라.

인생의 길을 올바로 가고 있는지 알아보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이 세가지를 질문하면 된다는 거야.


네가 원하는 길인가?

남들도 그게 너의 길이라고 하나?

마지막으로 운명도 그것이 당신의 길이라고 하는가?

p.104

고통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고통을 자신과 동일시 하기 때문에 고통과 작별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

왜냐하면 고통은 그가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 고통을 놓아 버린 후에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가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p.104

당신이 당신을 재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는 그 잣대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p.164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한다네.

결국 모든 것의 끝에 가면,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전 생애로 대답하는 법이네.

너는 누구냐?

너는 진정 무엇을 원했느냐?

너는 어디에서 신의를 지켰고, 어디에서 신의를 지키지 않았느냐?

너는 어디에서 용감했고, 어디에서 비겁했느냐?

세상은 이런 질문들을 던지지. 그리고 할 수 있는 한, 누구나 대답을 한다네

솔직하고 안 하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결국 전 생애로 대답한다는 것일세.

p.165

자네 영혼의 밑바탕에는 갈등, 자네가 아닌 사람이고 싶은 동경이 숨어 있었어.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시련은 없네.

현재의 자기와는 달라지고 싶은 동경, 그보다 더 인간의 심장을 불태우는 동경은 없지.

p.179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이 되어야 하고,
너의 성장의 방향과 일치해야 하고,
너의 일의 윤활유가 되어야 한다.

만일 그를 사랑하는 일이

너를 사랑하는 일을 방해하고

너의 성장을 해치고

너의 일을 막는다면 그건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네가 그의 노예로 들어가고 싶다는 선언을 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p.189

"당신이 그를 사랑한다고 해서, 그가 왜 꼭 당신을 사랑해야 합니까?

당신이 그에게 헌신하고 잘해 주었다고 해서 그가 왜 꼭 그것을 알고 거기에 보답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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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무수히 반복해서 더! 이렇게 외쳐 볼 때 우리는 여전히 지금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우리 행위의 의미와 가치는 완전히 달라지지 않을까? 우리의 행위는 무겁다. 아주 무겁다. 최고로 무겁다. 그 무거움은 유일한 존재인 우리가 유일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올 수도 있다. p.86~87

p.10
그래서 세계는 두 번 진행된다. 한 번은 우리가 그것을 보이는 그대로 보는 순간. 두 번째는 그것이 존재하는 그대로 전설로 새겨지는 순간.
나는 언제나 "세계는 두 번 진행된다." 라는 말이 나의 방법론이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두 번째야말로 우리의 어떤 욕구를 설명한다. 더 배우려는 욕구, 읽으려는 욕구, 쓰려는 욕구, 골똘히 생각해 보려는 욕구, 규명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욕구. 그러고 보면 읽고 쓰고 배우는 것이야말로 한 번뿐인 인생의 쓸쓸한 일회성, 혹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내려는 `의지`와 관련된 문제 같다. 언제나 몹시 강렬하고 매혹적인 말 `전설`은 이렇게 바꿔 말해도 좋을 것 같다. 정신이 꿈꾸기를 계속한다면 잃어버릴 것은 없다.
두 번째 세계, 전설, 꿈꾸기. 이 단어들은 모두 같은 생각으로 나를 이끈다. 매 순간 우리는 미래의 자신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우리에게 세계가 한 번만 진행된다면(보이는 그대로만 보는 데서 멈춘다면) 우리는 매 순간 과거의 자신이다. 확실히 우리는 한 몸 안에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한 순간에도 과거와 미래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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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 30년 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그러나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
한성희 지음 / 갤리온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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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만약 누군가 너에게 여자의 미덕을 이야기하고 모성을 운운하며 우리네 어머니처럼 살아야 한다고 말하거든 귀를 닫아 버려라. 그리고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해라. 만약 상대방이 "참 못됐다"라고 말하면 칭찬으로 들어라. 그래야 많은 역할을 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으며 너 자신을 지킬 수 있다.-18쪽

미국의 극작가 조 쿠더트가 말했다. "당신은 남의 사랑을 꼭 받아야 할 필요도 없고, 또 그것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켜서도 안 됩니다. 정말로 삶의 중심이 되며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당신이 평생 알게 될 모든 사람들 중에서 당신이 결코 떠나지도 잃어버리지도 않을 유일한 사람은 당신뿐입니다.-19쪽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나는 딱 3이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
"이 남자와 대화가 되는가?"-25쪽

건강하고 안정적인 자아로 커 나가려면 누구나 자기대상을 가져야 하는데, 어린 시절에는 부모가 그 기능을 해 주지만 성인이 되면서는 자기대상이 꼭 인격체여야 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에게 충일감을 제공하고, 지지해 주며, 지켜 주는 안전판이 되어 견고하고 통합된 자기(cohesive self)로 기능하도록 해 준다면 이념, 취미, 활동, 직업 모두 자기대상이 될 수 있다.-34쪽

그러니 좋은 직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마치 인생이 끝나는 것처럼 생각하지 마라. 좋은 직장이 모든 걸 해결해 주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어느 곳이냐가 아니라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자기대상으로 삼는다면 오래도록 너에게 든든한 존재감과 성취를 가져다 줄 것이다.-37,38쪽

당장은 빛나지 않더라도 내게 헌신할 줄 아는 남자, 평생 내 곁에 있어 줄 것 같은 믿음을 주는 남자라면 훌륭한 배우자감이다.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고 그것을 즐기는 남자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남편감으로는 최악이다. 자신이 유부남이어도 여전히 꽃을 유인할 수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남자는 위험하다. 자신의 아내를 한순간에 잡초로 만들기 때문이다.-52쪽

일본의 사토리(득도)세대는 언뜻 보면 무소유를 실천하는 건강한 젊은이들 같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꿈'을 꾸지 않는 데 있다. 사토리 세대는 일본의 거품경제 붕괴 후 장기 불황 속에서 성장했다. 그래서 꿈이나 목표를 가진다 해도 이룰 수 있는 보장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보니 아예 욕심 자체를 내지 않는 것이다. ......겉으로 쿨한 척 현실에 만족하며 살겠다고 핮히만 그것은 미래를 포기한 대가로 얻은 것일 뿐이다.-71,72쪽

냉소로 자신을 무장한 사람은 그저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나중에는 해 본 게 없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이 되어 버리고 만다. 그러니 아무리 힘들어도 냉소적이 되지 마라. 냉소야말로 절망에 빠진 너 자신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 결국 스스로를 망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74쪽

미완성을 견디는 것도 습관이다. 그리고 일단 하는 것 자체가 습관이 되면 정교하게 다듬는 일은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87쪽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느끼는 거지만, 나와 안 맞는 상사나 동료는 어디에나 있게 마련이다. 지금 있는 직장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안 맞는 상사나 동료 때문에 고민이라면 나는 일단 견디라고 말하고 싶다. 죽어라 견디다 보면 알게 된다. 정말 그 사람과만 안 맞는 건지, 아니면 나의 태도를 고쳐야 하는 건지 말이다. -92쪽

기본기를 닦는 과정을 '레디니스 readiness'라고 한다. 학습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필요한 신체적, 정신적 준비 상태를 말한다. 우리는 종종 이 과정을 생략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재료 손질이 되어야 요리를 할 수 있다. -93쪽

'장고 끝에 악수를 둔다'는 말이 있다.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오히려 나쁜 선택을 할 수 있으니 경계하라는 말인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한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어느 순간 '내가 무슨 고민을 하고 있었지?'하며 방향감각을 상실하게 된다. 무언가를 해 보기도 전에 생각만으로도 지쳐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결정을 못 해 헤매고 있다면 그냥 직관에 따라 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113쪽

시기심에 시달린다는 건 내가 꼭 갖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찬찬히 따져 보면 내가 왜 그에게 시기심을 느끼는지를 알아챌 수 있다. 그게 바로 내가 욕심내는 것이다.
........
건설적인 방법은 시기하는 대상이 가진 것을 인정하고, 자신도 똑같이 갖는 것을 목표로 노력한다. 이때 시기심은 자신에게 자극이 된다.-122쪽

다른 사람이 바라는 것을 먼저 가졌다면 그것만큼 기쁜 일도 없을 것이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아무리 공감 능력이 뛰어나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배려하는 사람이라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랑의 뉘앙스가 튀어나온다. 하지만 듣는 사람이 느끼는 박탈감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상대에게 자기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러니 기쁜 마음은 정말로 가깝고 너를 아끼는 사람에게만 표현하도록 해라.-124쪽

한쪽만 베푸는 일방적인 희생은 상대방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도록 만든다. 처음 한두 번은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지만 그 이후로는 원래 그랬던 것처럼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비난할 수도 없다. 그 원인은 근본적으로 희생을 자청한 사람에게 있기 때문이다.

거절은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다. 자신이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있고 어디까지는 허용할 수 없는지 상대에게 알리는 일이다. 늘 부탁을 들어주던 사람이 한계를 설정하면 처음에 그들은 당황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상처받고 힘들어하더라도 그것은 그들의 감정일 뿐이다.

..딸아 , 김훈처럼 세상이 너를 함부로 대하도록 허락하지 마라. 진정한 이기주의자란 자신의 길을 갈 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법이다. 그러니 사람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그에 당당히 맞서라. 그래야 세상이 너를 만만히 보고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다. 네가 스스로를 아끼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너를 존중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148,149쪽

사실 나는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보다 불안을 지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더 걱정스럽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호소하는 내용 중 하나가 "제 미래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요"다. 살아야 할 이유나 명분이 딱히 없기 때문에 욕망이 없는 것이고, 욕망이 없기에 불안도 없는 것이다. 그럴 때면 사람들은 자살을 떠올린다. 그래서 나는 인간의 욕망이란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158쪽

생물학적으로 남자들에게 섹스는 성적 만족과 자손을 퍼뜨리는 행위인 반면, 여자들에게 섹스는 가정이라는 보금자리를 지켜 줄 남자를 찾기 위한 방편이기 때문이다. 첫눈에 반하는 현상이 여자들보다 남자들에게 더 흔하게 나타나는 이유다. ...여자들은 섹스 그 자체보다 상대 남성이 변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 줄 사람인지에 촉각을 세운다. 이런 이유로 여자들은 성행위에 쉽게 빠져들거나 흥분하지 않는다.-170쪽

"여자들이 잘하는 게임은'모범생'게임이다. ..여성은 맡은 일의 안팎에 통달하는 길만이 앞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믿음을 갖고 직장에 들어간다. 그래서 정보를 수집하고 자료를 모으는 등 그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뭐든 한다." ..
남성들은 사기꾼 기질을 발휘해 아는 척한다. 그런 체해야 되는 상황에서는 언제든 '그런 체'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끌어 모은다. 그리고 점점 높은 자리로 올라간다. 반면 모범생으로 사기꾼이 되기 싫은 여자는 아는 척을 못한다. ..그러는 사이 여자는 자꾸만 뒤처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가 게일 에반스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에서 인용한 것.-180쪽

나는 여자 후배들에게 회사에서 트러블이 생겼을 때 남자 입장에서 한번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규칙, 승패, 경기장에 빗대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규칙의 문제라면 규칙을 바꾸려 하지 말고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낫다. 또 승패의 문제라면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누군가를 이기는 것을 꺼릴 필요가 없다. 마지막으로 회사라는 경기장에서 경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게 아니라면 중요한 일로 여겨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라.-183,184쪽

"네게 반하지 않은 남자는 만나지 마라"라고 했었지. ..그 말이 네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가 너를 좋아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그냥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 주는 남자를 만나라는 말이었다. 왜냐하면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200쪽

그녀는 진정한 친구라고 해서 모든 걸 털어놓는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친한 만큼 서로에 대한 정보가 많아요. 그래서 오히려 서로 터치해서는 안 되는 부분을 존중하고 지켜주려고 노력하죠. 예를 들어 저는 친구가 어떤 말을 하면 무너지는지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화가 나도 딱 그 선은 지켜요. 그 친구가 나중에 깨달을 거라 생각하고 믿고 넘어가는 거죠."-208쪽

직장을 그만둘 때 시댁이나 남편, 아이를 원망하는 마음이 든다면 다시 생각해 보라. ...
사실 그녀가 지금 진짜 우울한 이유는 일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주부로 산 지난 세월이 시어머니의 결정에 어쩔 수 없이 따른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중요한 것은 직업이 있느냐 없느냐, 주부냐 워킹맘이냐가 아니다. 내가 그 삶을 적극적으로 선택했느냐 하는 점이다.

216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살면서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긴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선택한 사람만이 그 어려움을 뚫고 나아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자기만의 내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214, 215쪽

워킹맘으로 사는 것이 힘들어도 버텨야 할 이유다. 나를 위해서 일을 그만두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힘들 때는 쉰 살이 되었을 때를 떠올려 보라. -222쪽

경제력에 의존한다는 건 상대방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대상이 부모든 남편이든 경제적으로 의존하면 그만큼 상대방은 의존하는 이를 조종하고 싶어 한다. 그것은 그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반대급부적인 귀결이다.-244쪽

밥값을 한다는 건 돈의 절박함을 온몸으로 느끼고, 밥벌이의 지겨움도 고스란히 경험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스스로 번 돈은 아무리 적어도 누군가로부터 받은 돈과 다르다. 자기 노력과 땀이 들어간 돈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그런 돈에는 자부심과 가치가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돈을 모르는 사람은 사회를 모르는 거라고 생각한다.-245쪽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들에게 자유를 위한 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행하고 빈둥거리며, 세계의 미래와 과거를 성찰하고 책을 읽고 공상에 잠기며, 길거리를 배회하고, 사고의 낚싯줄을 강 속 깊이 담글 수 있기에 충분한 돈을 여러분 스스로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246쪽

영국의 사회 운동가 마리 스톱스가 말했다. "당신응ㄴ 16세 때의 아름다움을 당신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이 63세 때에도 아름답다면 그것은 당신의 영혼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일 것이다."-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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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풍경 - 지중해를 물들인 아홉 가지 러브스토리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백은실 옮김 / 한길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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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를 물들인 아홉 가지 러브 스토리 라는 카피답게 각각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신분제, 무력에 의한 복수 등이 이루어졌던 시대라서 오늘 날의 사랑보다 더 자극적이고

 

본능적이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1. 네번째 이야기[파리시나 후작 부인의 사랑] : 전 부인의 아들을 사랑한 여자

 2. 여섯번째 이야기[판돌포의 모험]: 이해하지 못할 여자의 질투                 

 3. 아홉번째 이야기 [여교황 조반나] : 역사일까 야화일까 

 

[파리시나 후작 부인의 사랑]은 나이 많은 장군과 결혼한 젊은 부인이 전부인의 아들을 탐내다가 생기는 처참한 결과를 그리고 있다. 생활이 여유로우니 괜찮은 남편도 괜히 미워지고, 지루해짐을 느끼나보다. 결국 남편이 멀리 나가있던 틈을 타서 전부인의 아들에게 유혹을 하고, 이것이 들켜서 화가 된다. 아들이나 부인이나 남편의 명에 의해 죽는 건 똑같은데 그 벌이 참 잔인하다. 누가 더 잔인하다고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현대에 살고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판돌포의 모험] 역시 불륜이다. 다행히 남편에겐 들키지 않았는데, 여자의 남자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자기가 병에 걸려 죽을 때가 되자, 연인을 불러 꾀를 쓰는데..  남편이 갑자기 방에 들어오자 큰 관에 잠시 들어가 있으라고 한다. 판돌포는 잠깐 숨는 거라고 생각해서 기꺼이 들어가는데, 여자가 남편에게 그 관을 잠그고 자신이 죽으면 함께 매장해달라고 부탁한다.

자기가 죽고 남자가 다른 여자와 사랑을 할 것을 질투해서 그런 거다. 이건 제대로 된 사랑이 아니라 광기로 보이는데..

남자는 다행히 매장은 안 되고, 묘지에 버려져 있다가 관에 보물이 들어있을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에 의해 가까스로 살아난다. 교훈을 나름 유쾌하게 알려주는 이야기인 듯 하다.

 

[여교황 조반나]는 작가가 13세기에 쓴 연대기 작가와 기타 기록에서 가져온 것이다. 가톨릭은 공식 인정한 바 없지만 전해져 오는 이야기라고 한다. 이 이야기는 수녀와 수도사가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된다. 둘은 수도원과 수녀회를 각자 나와 떠돈다.  가톨릭의 안에서 생활하기 위해 여자가 '남장'을 하고, 수도원에서 남자로 행세하며 생활한다. 여자인 조반나가 남자

보다 신학에 대한 열정과 지식이 뛰어났는데, 때문에 남자는 조반나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점점 조반나는 지위와 더 높은 지식, 권력을 갖고 싶어한다.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제 자신에게 매달리고 지적으로도 끌리지 않음을 느낀다. 그래서 조반나는 떠나고, 교황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교황이 여자인 적도 있었다니(사실인지는 불명확하지만) 흥미롭지만, 남자가 버려진 모습을 보니 안쓰러웠다. 둘 다 자기에게 충실하면서 사랑을 해야 그것이 오래 가는 것인지 싶기도 하고. 조반나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것이 신학이었던 걸지도 모르고.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재미있게 잘 읽혔다. 이탈리아에 대해 석사학위를 딴

    것도 아니고 혼자 다 독학한 거라니 대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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